말뿐인 매뉴얼..피해·가해자 분리도 시늉만

지형철 2021. 6. 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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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사건으로 군은 스스로 만들었던 '성폭력 예방 지침'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그럼 피해자 지원은 지침대로 했을까요.

공군은 이 중사가 피해를 신고한 다음날 가해자와 분리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는데, 실제로는 어땠을까요?

국방부 매뉴얼을 단독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지형철 기잡니다.

[리포트]

이번 사건이 터지고 군에 대한 비난이 집중되자 공군이 국회에 보고한 문섭니다.

성추행 피해 발생 이틀 뒤인 3월 4일, 이 중사의 청원 휴가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했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 중사의 숙소는 부대 안 관사, 외부 상담을 제외한 대부분을 이곳에 머물렀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여전히 같은 부대에 있었던 겁니다.

KBS가 입수한 군 성폭력 피해자 지원 매뉴얼입니다.

가해자 피해자 분리를 신속히 철저히 하라면서 함께 근무하는 경우 가해자 분리를 원칙으로 하라고 강조합니다.

가해자 장 중사가 다른 부대로 전출된 건 신고 접수 2주 뒤였습니다.

장 중사 전출은 파견 형식으로 이뤄졌는데 파견은 부대 정원을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의지만 있었다면 보다 빨리 시행할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 보호가 중요한 초기 2주 동안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방혜린/군인권센터 상담팀장 : "가해자가 버젓이 부대에서 복무를 하고 있으면 사실상 공간 분리가 실패된 거고. 피해자를 청원 휴가를 보내면서 (분리가) 종결되는게 아니라 피해자가 청원휴가를 나가는 시점에 이미 가해자는 대기발령에 들어가 있어야 된다."]

장 중사는 전출 갔지만 사건을 무마하려 한 상관들과는 여전히 분리되지 못했습니다.

[故 이○○ 중사 아버지 : "우리 딸아이가 호소를 해요. 힘들다고. 그 (청원휴가) 사이에 회유 압박을 받으니까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습니까?"]

[故 이○○ 중사 어머니 : "마음의 안정이 찾아진 게 아니라 그 청원(휴가) 기간에 우리 아이한테 더 회유하고 무마시키려고 애쓰고 더 압박감을 준 그때였던 거예요."]

사건에 개입하거나 피해자에게 불이익한 상황을 발생시키면 책임을 묻는다.

피해자에 대한 소문 유포를 확인한다는 규정도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여성가족부, 인사혁신처, 서울시와 경찰 자료까지 참고했다는 매뉴얼은 100쪽이 넘습니다.

지휘관과 부서장 동료가 함께 할 때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말뿐이었고 이 중사의 비극을 막지 못했습니다.

KBS 뉴스 지형철입니다.

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이근희 고석훈

지형철 기자 (ic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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