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는 왜 SM엔터 지분확보 전쟁에 나섰나
[홍키자의 빅테크-22] 네이버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는 얘기 들으셨나요?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인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19.21% 일부 또는 전부를 두고 치열한 물밑 작전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SM엔터는 이와 관련해 공시를 내고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는데요. 누구와 손을 잡든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죠. 네이버와 카카오는 왜 SM엔터 지분을 인수하려고 할까요?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두 곳은 어떻게 엔터사와 시너지를 낼까요?
엔터사의 아티스트를 보유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들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브랜드와 세계를 한번에 보유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무슨 얘기냐면 팬들은 이들 아티스트의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진 세계를 즐기고, 그 세계의 부산물인 라이선스 기반 상품을 줄줄이 소비하는 것이죠. 단순히 음반을 사는 것 외에 이들로 만들어진 게임과 책, 굿즈 등을 차례로 구매하고 소장할 수 있는 것이에요.
방시혁 하이브(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방탄소년단(BTS)으로 펼쳐나갈 미래를 두고 이런 얘기를 한 적 있죠. "음악산업으로 한정되지 않고 라이선스, 캐릭터, 게임, 출판, 팝업스토어 등으로 확장해 팬들과 만날 기회를 이어갈 것이다. 특히 카테고리별 대표 브랜드와 라이선스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럭셔리부터 대중적 제품까지 다양한 IP 기반 MD를 생산해 누구나 원한다면 모든 종류의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방 대표의 이 같은 구상의 원천이 바로 방탄소년단이라는 IP인 것이고요. 네이버와 카카오도 SM엔터 소속 가수들의 IP를 확보하면서 음악산업부터 주변 산업까지 모두 한번에 노리겠다는 얘깁니다.
유사한 사례가 바로 전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이 할리우드 대표 제작사 MGM을 약 9조5000억원에 인수한 것이에요. 1924년 설립된 MGM은 할리우드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메이저 스튜디오로 꼽힙니다. '007' 시리즈와 '벤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양들의 침묵' '록키' '델마와 루이스' 등을 제작했고요.
아마존 스튜디오 수석 부사장인 마이크 홉킨스는 계약 당시 "이 계약의 진정한 가치는 아마존과 MGM이 같이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지식재산권이라는 보물에 있다. MGM이 보유한 '007' 시리즈 등 4000개 이상의 방대한 카탈로그를 아마존과 함께 발전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어요. 아마존이 MGM의 IP를 활용해 콘텐츠를 강화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죠.
잠깐 딴 얘기를 하면 여전히 음반이 100만장이 넘게 팔리고 있다는 것이에요. 놀랄 만한 지점이죠. 지난해 국내 음반 판매량이 4254만장을 기록하며 2019년에 비해 70% 넘게 늘었습니다. 요즘은 음반을 듣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소장하기 위해 사는 것이에요. 음원 자체는 음원사이트에서 너무 쉽게 들을 수 있잖아요. 대신 앨범에는 CD 외에도 이번 앨범 콘셉트를 담은 아티스트의 화보집도 담겨 있죠. 팬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앨범 모양 자체를 특이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사실 SM엔터의 지난해 성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거든요. 지난해 매출은 5798억원으로 전년도 매출(6578억원)에 비해 11.8%나 하락했는데요. 영업이익은 64억원으로 전년도(403억원)와 비교하면 83.9%나 하락했고요. SM엔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오프라인 공연이 없었고 공연 MD, 팬클럽 이벤트 매출이 함께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엔터 시장 전체를 살펴보면 전통의 SM, YG, JYP 3사를 뛰어넘어 매출과 영업이익을 가장 높게 낸 곳은 바로 하이브죠. 하이브는 지난해 매출액 7962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455억원을 냈어요. YG엔터테인먼트는 매출 2552억원에 영업이익 107억원, JYP엔터테인먼트는 매출 1443억원에 영업이익이 441억원이었죠.
다른 엔터사의 영업이익률과 비교해봐도 SM엔터가 턱없이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네이버나 카카오와 손잡고 온라인 콘서트 등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신산업을 고민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 것이죠.
전 세계 한류 팬이 이미 1억명을 넘어섰고, 팬덤을 중심으로 한 경제 규모는 8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기존에 잘하는 것을 키우고, 부족한 것을 채우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SM은 이미 네이버와 지난해 4월에 손잡고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라는 온라인 콘서트 브랜드를 론칭했거든요. 첫 공연을 샤이니·엑소·NCT가 뭉친 K팝 어벤저스 '슈퍼엠'이 장식했죠. 109개국에서 7만5000명의 팬들이 몰려들었고요. 매출 24억원을 거두며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특히 온라인 콘서트에서 멤버별 '직캠'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특이점입니다. 일명 '팬캠'이라고 부르는 기술인데,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그룹의 특정 멤버만을 확대해서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죠.
SM엔터는 메타버스 시장에서도 아이돌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데요. 지난해 말 데뷔한 신인 걸그룹 에스파가 대표적이죠. 에스파는 4인조 그룹이면서 8인조 그룹인데요. 실제 멤버 4명과 각 멤버에 대응하는 가상 아바타 4명이 함께 데뷔했습니다.
아바타가 사는 가상 세계는 '광야(KWANGYA)'로 불리는데, 멤버들의 아바타는 '리콜(REKALL)'이라는 과정을 통해 현실 세계에 나올 수 있죠. 무슨 소리냐면, 아바타는 이들의 노래와 뮤직비디오에 출현하면서 함께 활동하는 식이에요. 새로운 시도에 대한 반응은 좋습니다. 에스파의 데뷔 싱글인 '블랙맘바(Black Mamba)'는 유튜브에서 지난 5월 말 기준 1억5000만뷰를 넘어섰죠.
SM엔터의 목표는 뭘까요? SM컬처유니버스, 일명 'SMCU'를 만들어가는 것이에요. SM엔터의 모든 아티스트를 하나로 연결하는 과정이고, 서로 연결시켜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죠. '마블 유니버스' 얘기는 들어봤잖아요. 마블 시리즈의 '아이언맨1'부터 '어벤저스' 시리즈까지 모두 하나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과정을 팬들이 즐겨나가죠. SM엔터의 세계관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구축하고 싶은 것인데,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까지 유니버스를 세우려는 시도죠.
SM엔터 입장에서는 네이버가 제페토 플랫폼으로 메타버스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뛰어가고 있으니, 손잡아서 안 좋을 게 없죠. 네이버 카카오가 SM엔터와 왜 손잡으려고 하는지 이제 어렴풋이 알게 되지 않았나요?
[홍성용 기자]
매주 토요일 연재되는 '홍키자의 빅테크'는 IT, 테크, 스타트업,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지금 홍성용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구독 바로가기)하시면 매주 일요일 깊이가 다른 콘텐츠를 만날 수 있습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2주 만에 300만캔, 너무 잘 팔려 무섭다"…곰표맥주 그 뒤엔 `맥덕` [알쓸소비]
- "구찌 맞아?" 색동옷에 고사상 차렸다…23년만 단독매장 가보니 [르포]
- 네이버와 카카오는 왜 SM엔터 지분확보 전쟁에 나섰나
- 정용진 이번엔 영어로 "미안하다 고맙다"…SNS 또 시끌
- "2주 만에 300만캔, 너무 잘 팔려 무섭다"…곰표맥주 그 뒤엔 `맥덕` [알쓸소비]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AI가 만든 영화로 국제영화제 대상 ... 광고도 AI로 만드는 ‘이 남자’[신기방기 사업모델]
- 카니예 웨스트, 14년만 한국 온다…8월 23일 공연 확정[공식]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