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잘 나갔는데"..남양유업 어쩌다 이리 망가졌나

추동훈 2021. 6. 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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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추기자]'불가리스'로 한때 유산균업계를 접수했던 남양유업의 주인이 결국 바뀌었습니다. 지난달 27일 홍원식 전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의 주식 지분 전체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로 양도하는 계약을 맺은 것이죠. 우유업계의 문제아이자 트러블메이커였던 남양유업의 매각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추적해 봤습니다.

남양유업은 1964년 홍두영 창업주가 설립했습니다. 초반엔 우유사업보다는 분유사업에 집중해 사세를 키웠는데요. 특히 1970년대 건강의 상징인 '우량아 선발대회' 메인 스폰서로 행사를 주도하며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1980년대에도 건강하고 가정적인 이미지를 잘 지켜온 남양유업은 무럭무럭 성장하며 분유시장을 압도했다고 합니다. 이후 '아인슈타인 우유' '불가리스' 등 여러 히트작을 만들어내며 인지도가 훌쩍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러한 회사의 인기는 2010년대에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바로 2013년 발생한 남양유업 대리점 상품 강매 사건인데요. 당시를 대표하는 기업 '갑질' 사례로 손꼽히는 해당 사건은 남양유업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뜨립니다. 지역 대리점에 물건 밀어내기를 강요하고 가맹점주에게 협박과 폭언을 서슴지 않는 본사 영업사원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막대한 타격을 입은 것이죠.

남양유업은 이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미 떠난 민심을 잡기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결국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당시 남양유업 매출이 급감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여직원이 결혼할 경우 계약직으로 전환시킨다든지, 임신할 경우 퇴사를 압박한다는 등 각종 갑질·차별 이슈가 불거지며 악화일로를 걷게 됐습니다.

2010년 초만 해도 상장 유업회사 중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컸던 남양유업의 위기는 계속 이어졌는데요. 결국 2013년 남양유업은 1994년 이래 최로로 적자로 돌아서는 등 위기를 맞았습니다.

결국 남양유업은 최대한 자사 로고를 가리거나 완전히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을 통해 생존 계획을 세웠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매출액은 총 9536억원으로 11년 만에 매출 1조원 기록이 깨졌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버텨가던 남양유업이 경영권을 넘기게 된 결정적 사건이 2021년 발생하고 맙니다. 바로 코로나19 예방 효과 허위 광고 논란입니다. 올해 4월 13일 남양유업은 자사 대표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죠. 발표 직후 남양유업 주가가 급등하며 주가 조작 논란까지 일었습니다. 결국 질방관리청에서 실효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긴급조사를 통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갑질논란에 휩싸인 남양유업/사진=매경DB
또다시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발발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온 국민이 지친 가운데 이러한 논란이 일면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했는데요. 5월 3일 이광범 대표가 사퇴한 데 이어 결국 홍원식 회장이 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또 홍 전 회장은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경영권을 한앤컴퍼니로 넘기게 됩니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출처=매경DB
이처럼 위기의 남양유업 경영권이 넘어가며 혼란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남양유업 주가는 급등하게 됩니다. 지분 양도 익일인 지난달 28일 남양유업은 전일(43만9000원)보다 13만1000원 오른 57만원에 장을 마감하며 가격제한선(30%)까지 올랐습니다. 그다음 장 날인 31일 역시 13만원 올라 70만원까지 급등했습니다. 연이틀 주가가 급상승하며 52주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죠. 악재가 호재가 된 아이러니,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남양유가 주가(6월 3일기준)/출처=네이버
남양유업 주식이 급등한 이유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합니다. 잘되는 기업의 경우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박탈이 큰 악재가 되지만, 남양유업처럼 위기가 계속되던 기업에는 오너가 리스크가 되는 경우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경우 기업사냥꾼으로도 불리지만, 부실기업의 경영 상태를 개선해 우량기업으로 만들어내는 역량도 크다"며 "남양유업 같은 경우에도 오너 리스크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모펀드의 투자 전략은 크게 구조조정, 실적 개선, 바이아웃 등 3단계로 진행됩니다. 일단 기업 경영권을 얻은 만큼 과감한 구조조정과 경영 상태 개선을 통해 기업의 건실화를 추진합니다. 이후 이러한 경영 환경 개선을 통해 얻은 원동력을 바탕으로 실적을 올려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좋은 가격에 다시 해당 기업을 재매각해 시세차익을 얻는 방식입니다.

이번 남양유업의 주가 상승도 이러한 투자자들의 기대심리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남양유업 주가,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할까요? 남양유업은 2013년 4월 117만5000원까지 주가가 오른 황제주였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이미지 제고를 생각한다면 조금 더 기대를 걸어도 될까요?

인생사 새옹지마, 어려웠던 남양유업, 지금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상 추적자 추기자였습니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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