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도 여성도 반기지 않았다"..무신사 대표 사퇴 '시끌시끌'

김효혜 2021. 6. 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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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혐 논란 기업들 중 처음으로 대표 사퇴 초강수 뒀지만,
남성들 "사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는 것 아닌가?"
여성들 "쿠폰 준 게 사퇴할 정도로 잘못했다는 건가?"
가치소비·성인지감수성 민감한 MZ세대 "대응에 실망"
"허울뿐인 사퇴보다 진솔한 사과와 보상 내놨어야"

[김효혜 기자의 생생유통]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창업자 조만호 대표가 이른바 '남혐(남성 혐오)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려 대표직에서 사퇴한다.

무신사의 주고객층인 2030 남성 소비자들을 의식한 초강수 대응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조 대표의 이 같은 결정은 남성과 여성 소비자들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되레 무신사에 대한 '비호감' 지수만 높이고 있다. 왜일까?

남혐 논란을 야기한 원인 중 하나인 무신사의 이벤트 포스터. 포스터 속 손가락 모양이 남성을 비하하는 모양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만호, 대표직 사퇴 "논란에 책임 통감"…이사회 의장으로

지난 3일 조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조 대표는 "특정 고객 대상 쿠폰 발행과 최근 이벤트 이미지 논란으로 무신사에 실망한 고객과 피해를 입은 입점 브랜드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조 대표가 언급한 쿠폰은 올해 3월 무신사가 여성 회원을 대상으로 할인쿠폰을 발행해 남성 회원에게 '차별'이라고 항의를 받은 사안이다. 당시 무신사는 여성 상품에만 적용되는 할인쿠폰이라고 전했으나 남성상품에도 해당 쿠폰을 사용할 수 있어 조 대표가 사과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무신사와 현대카드의 이벤트 홍보 이미지에 등장한 집게손가락 모양이 한국 남성 비하 의미를 담았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조 대표는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운영의 최종 책임자로 결자해지를 위해 책임을 지고 대표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사퇴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조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이사회 의장을 맡아 무신사 스토어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해외사업 등 중장기 전략 수립에 주력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 높은 신생 브랜드를 발굴하고 한국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서 저의 역할을 찾아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 대표는 개인 지분 일부를 순차 매각해 약 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뒤, 이를 무신사 투자 자회사인 '무신사 파트너스'의 패션 펀드에 출자할 계획이다. 해당 펀드는 소규모 신생 브랜드를 중심으로 초기 투자에 집중한다.

男·女 누구도 반기지 않는 결정…"무늬만 사퇴 아닌가?" VS "뭐 그리 잘못했다고?"

조만호 무신사 대표. 조 대표는 지난 3일 `남혐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 대표의 이 같은 결정은 파격적이라 할 만큼의 초강수다. 지금까지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기업들 가운데 대표가 사퇴한 곳은 없었다. 남혐 논란의 시발점이 된 GS25의 운영사 GS리테일도 담당 마케팅팀장을 해임하고 이벤트 포스터를 제작한 디자이너에게 징계를 내린 정도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2030 남성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역시 무신사다운 결정이라며 박수를 보낼까?

아이러니하게도 2030 남성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조 대표의 사퇴가 '사퇴'라 보기엔 찜찜한 구석이 많아서다.

말로는 사퇴라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의장직에 오르는 것인 데다가, '중장기 전략'을 수립한다는 것 또한 계속해서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조 대표의 사퇴 소식이 알려진 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남성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이 거셌다. 한 남성 네티즌은 "물러나는 게 아니지 않나. 오히려 사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는 느낌인데?"라고 지적했으며, 다른 남성 네티즌은 "이사회 의장이 무슨 사퇴냐? 사퇴라는 단어 뜻 모르나?"라고 비꼬았다.

실질적인 사퇴가 아니다 보니 무신사의 대처에 '알맹이'가 없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다른 네티즌은 "그래서 그동안 무신사를 애용해 온 2030 남성 소비자들에게 어떤 보상을 주는 건데? 아무것도 없네"라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또 다른 네티즌 역시 "앞서 쿠폰을 못 받았던 회원들에게는 뭐가 돌아오나? 차별 고객은 결국 찬밥 신세"라고 썼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허울뿐인 말장난이 아니라 '진솔한 사과'와 '적절한 보상'이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찬가지로 2030 여성들의 반응 또한 좋지 않다. 무신사가 여성 고객층을 늘리려 진행했던 마케팅에 대해 대표가 직접 나서 "송구스럽다"고 사과한 것이 여성 소비자들에게는 역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또한 손가락 모양으로 문제가 된 해당 포스터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데 일부 남성들의 주장에 과잉 대응하는 무신사의 모습이 보기 좋지 않게 느껴진다"는 것.

한 여성 네티즌은 "별것도 아닌 일에 대표가 사퇴한다고까지 나서니 코웃음이 난다"며 "무신사가 오히려 논란을 키우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성 네티즌은 "포스터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어디가 남성 비하인 줄 모르겠다"며 "게다가 여성들에게 쿠폰을 줬다는 이유로 대표가 사퇴하다니 코미디 아님?"이라고 반문했다.

소비자 얕본 무신사…MZ세대는 호구가 아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똑똑하다. 특히 MZ세대들은 기민하기까지 하다. 기업이 논란과 문제에 진솔하게 대응하는지, 혹은 가식적으로 대응하는지 정도는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가치 소비를 중시하고 성인지감수성(양성평등의 시각에서 일상생활에서 성별 차이로 인한 차별과 불균형을 감지해내는 민감성)에 민감한 MZ세대들에게 '평등'은 몹시 중요한 이슈다.

무신사의 대응이 이토록 부정적인 반응을 낳은 것은 주소비층인 MZ세대들을 '얕봤다'는 데 있다. 이들은 '사퇴'의 의미를 정확히 짚어낼 줄 안다.

조 대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통감하며 20년 전 처음 무신사를 만든 후 지금까지 유지한 운영자와 대표의 자리를 내려놓는다"고 했다.

아마도 이번 사태는 그의 말처럼, 그의 사고 방식이 20년 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일지도 모른다.

작년 거래액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한 것은 누구의 덕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다.

무신사가 실망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되돌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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