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외고 1등, 연봉 10억 증권맨의 몰락

박국희 기자 2021. 6. 5.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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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정치권 로비 의혹을 받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수원여객 241억원 횡령 공범 김모(43) 전 수원여객 전무 부모는 모두 초등학교 교장 출신이다. 누나들도 모두 서울대를 나와 미국 유명 사립대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교육자 집안이다. 김씨 역시 광주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서울 대원외고로 유학와 전교 1등을 하며 서울대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고3때 김 전 회장의 어릴 적 친구이자 친누나의 동기였던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당시 서울대 경제학과 학생)으로부터 개인 과외를 받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출신 에이스로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하던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4월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대학 졸업 후 증권사 경력을 쌓던 김씨는 2018년 메리츠 증권 입사 4년만에 당시 국내 5대 증권사 기준 최연소(만 39세) 나이로 이사로 승진했다. 연봉과 성과급으로만 10억원을 넘게 받았다.

잘 나가던 금융맨이던 김씨가 김 전 회장을 만난 것도 그 무렵이다. 지인 소개로 만난 김 전 회장과 룸살롱 등에서 하루 수천만원 술값을 쓰며 어울렸다. “TV에서 보던 국회의원들이 ‘이사님, 이사님’ 불러주니 세상이 다 아래로 보였다.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김씨는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는 김 전 회장과 라임 자금을 투입해 수원여객을 인수하기로 하고, 메리츠 증권을 나와 수원여객 재무이사로 둥지를 옮겼다. 김씨는 “어차피 김 전 회장이 곧 수원여객을 인수할 계획이었는데 대주주에게 조금 앞서 내부 자금을 빌려주는 게 큰 문제가 될까 싶었다”고 했다.

도피행각 끝에 붙잡힌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뉴시스

하지만 이는 김씨의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됐고, 그는 김 전 회장과 함께 수원여객 241억원 횡령 공범으로 검찰에 피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 수중으로 들어간 횡령액은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제도 금융권에 있던 ‘범생이’ 김씨가 야전의 주가조작꾼 김봉현에게 휘둘렸다”는 말도 나왔다.

횡령 사건이 터지고 김씨는 2019년 1월 괌으로 출국해 2020년 5월 캄보디아에서 자수해 귀국할 때까지1년 반 가량 해외 도피를 이어갔다. 그 사이 중국 칭다오, 마카오, 캄보디아 등 밀입국만 6번을 했다. 귀국 전 캄보디아 국경 불법 체류자 구금소에서 팬티만 입고 수용돼 있던 김씨는 “치아가 다 있는 사람도, 팔다리가 다 붙어 있는 사람도 내가 유일했다”고 했다. 그만큼 밀입국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귀국 한 달만인 작년 6월 구속된 김씨는 5개월 뒤 전자발찌를 차고 전자보석으로 석방됐다. 잘나갈 때 사뒀던 아파트와 땅 등은 라임 사건으로 모두 압류됐다. 거주 중인 오피스텔도 대출금을 갚지 못해 곧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아내와는 이혼했다. 초등학생 아들에게는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고 둘러댔다.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빈털터리가 된 김씨는 대리 기사 알바를 뛰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달 26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김씨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국고 보조금이 들어간) 수원여객 자금을 횡령하는 것도 모자라 이를 위한 증명서도 위조하는 등 결국 김씨는 수원시민의 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것이나 다름없다. 김봉현 전 회장에게 정당하게 돈을 빌려준 거라며 끝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광주에서 법정을 찾아 올라온 모친은 검사가 징역 10년을 구형하자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나갔다. 김씨는 오열하며 “염치없게 용서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다만 긴 세월 동안 제가 쌓아온 무참한 회한과 제 사죄의 마음이 저로 인해 피해 입은 사람들에게 뒤늦은 비웃음을 살지언정 아주 조금이라도 가서 닿기를 소원합니다”라고 최후 진술을 했다.

“인생이 한 순간에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돌아보면 세상이 다 아래로 보이고 자신만만했을 때, 인생의 낭떠러지로 올라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씨의 선고는 오는 18일 내려질 예정이다. 김씨는 실형이 선고돼 재구속 될 것을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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