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은의 야구민국] 김대진 앵커 "영원한 삼성의 목소리 될래요"

2021. 6. 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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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기 1800회 중계한 김대진 TBC캐스터
2007년부터 삼성라이온즈 경기 15년째 중계 
오디오 앱 통해 전 세계 삼성 팬들에게 중계 
LA다저스의 목소리 빈 스컬리 캐스터가 롤모델
김대진 캐스터는 2007년부터 TBC 소속으로 삼성 라이온즈 경기 중계를 시작해 올해 5월27일에 1,800경기 연속 중계 기록을 세웠다. 박상은 기자

"야구 시즌 개막하기 전에 결혼식을 올리자고 했죠. 타이밍을 놓쳤다면 시즌 끝나고 식을 올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김대진 TBC 캐스터는 2021년 가장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야구 관계자 중 한 명이다. 특히 삼성 팬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2007년부터 TBC 소속으로 삼성 라이온즈 경기 중계를 시작해 올해 5월27일에 1,800경기를 돌파했다. 그것도 전 경기 연속 중계다. 원정 경기 중계를 안 한 2009년과 중계권을 가져오지 않은 2011년을 제외하면 단 한번도 다른 사람에게 마이크를 넘긴 적이 없다. 지상파, 케이블TV 할 것 없이 대부분의 방송사에서는 여러 명의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돌아가면서 중계를 하지만 김 캐스터는 홈과 원정 년간 144경기 모두 혼자서 마이크를 잡는다.

1,800회를 돌파한 즈음 경사가 났다. 그의 목소리가 해외까지 진출하게 된 것. 오디오 라이브 앱(티팟)을 통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중계가 시작되면 호주, 뉴질랜드, 태국, 베트남에서까지 실시간 댓글이 올라온다. 세계의 삼성 팬들이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매력이 그의 중계를 대구를 넘어 전국으로, 또 세계로 진출하게 만들었을까. 그는 자신만의 강점으로 ‘편애방송’을 꼽았다.

"혹자는 편파방송이라고 하지만 절대로 아닙니다. 편파는 판정에 대해서도 우리 팀만 편만 드는 걸 말합니다. 저는 판정을 공정하게 봅니다. 다만 삼성에 애정 어린 중계를 합니다."


늘 세 번째 변기만 쓰는 이유... "5년 동안 인디언 기우제 지냈죠"

그동안 '연속 중계'의 흐름이 깨질 뻔한 위기도 있었다. 청취자들 중에는 그가 야구 중계에 올인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비시즌기에서는 다른 프로의 아나운서로 활약하고 학기 중에는 대학(대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1년에 1번은 몸살 때문에 위기를 겪었다. 그런 날에는 밑바닥에 있는 에너지까지 모두 끌어올려 중계를 끝낸 후 구급차를 타거나 주변에 부탁해 응급실로 향했다. 그렇게 위기를 넘겼다. 두 아이도 아버지의 연속 중계를 도왔다. 첫째 딸이 태어나던 날 오후에 큰 경기가 있었지만 다행히 오전에 일찍 태어나줘서 무사히 중계를 이어갈 수 있었고 둘째인 아들은 3월에 세상에 나왔다. 김 캐스터는 "두 아이 모두 태어나면서 부터 효도했다"고 자랑했다.

최근 5년이 가장 힘들었다. 2016년 이후 삼성이 암흑기를 보낸 까닭이었다. 잘 나갈 때보다 오히려 텐션이 더 높아졌다. 아쉬운 마음 때문이었다. 2011년에서 2015년까지 삼성이 연전연승을 기록할 즈음에는 롯데를 비롯해 타 팀의 중계진과 마주치면 위로의 말을 전했지만, 최근 5년은 그 반대가 됐다. 김 캐스터는 "선수들은 발로 뛰고 중계진은 입으로 뛴다"면서 "혹자는 중계진을 1호팬이라고 표현하지만, 우리는 동고동락하는 선수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15년 넘게 중계를 하다 보니 그만의 징크스도 있다. 주로 승부와 관련된 것들이다. 그중 압권은 변기 사용법에 관한 것이다. 그는 어느 구장에 가든 항상 세 번째 변기를 쓴다. 3과 '삼'의 발음이 같은 데서 착안한 나름의 기원법이다. 최근 5년에는 효험이 거의 없었지만, 그럼에도 늘 세 번째 변기를 썼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처럼 '삼성이 이길 때까지' 승리를 기원했던 거죠. 안타 하나, 스트라이크 하나가 너무 간절한 시간들이었죠."

김대진(오른쪽) 캐스터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최경환(왼쪽) 해설위원과 포즈를 취했다. 박상은 기자

LA다저스의 빈 스컬리처럼 영원한 삼성라이온즈의 목소리로 남고 싶어

현재 그의 중계는 확실한 상승세를 탔다. 올해 들어 삼성이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그 어느 때보다 해설자와 손발이 잘 맞다. 그는 "최경환 위원이 한국에서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했을 뿐 아니라 미국 무대에도 진출하기도 했던 만큼 경험이 풍부하고 야구 지식이 우물처럼 깊어서 즉석에서 '티키타카'가 잘 된다"면서 "좋은 해설위원 덕분에 없던 흥도 절로 난다"고 설명했다.

그의 야구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로자가 있다. 바로 아내다. 1년 중 7개월은 전국을 다니다 보니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지만, 아내가 늘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말로 응원해준다고 했다. 그는 "2,000회 연속 중계를 돌파하면 아내에게 꽃다발을 선물하고 싶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1,800회 중계를 돌파할 즈음이 되니까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분들이 많아요. 1950년부터 67년간 LA 다저스의 목소리로 활동한 캐스터 ‘빈 스컬리’가 저의 롤 모델입니다. 그분처럼 제 수명과 에너지가 허락하는 한 삼성 라이온즈의 목소리로 활약하고 싶습니다!"

박상은

박상은 기자 subutai117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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