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실망시켜야 자녀가 성공한다[줄리아 투자노트]
아들을 키우는 과정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내 말을 안 들어서, 기대에 못 미쳐서, 남들에게 자랑할 만하지 못해서 계속 실망했다.
아들이 대학생이 된 지금, 뒤늦게 독일의 철학자이자 예수회 신부인 미하엘 보르트가 쓴 '독립적인 인생을 위한 용기-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이라는 책을 읽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자녀는 부모를 실망시키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부모와의 관계는 물론 자기 자신과의 관계, 세상과의 관계도 건강하게 정립해 나간다는 것이다.
부모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지도 못한 채, 부모의 기대대로 살아가는 삶이 충만하고 건강할 리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부모를 제대로 실망시키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기기 쉽다.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이 두렵고 늘 인정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히면 어떤 관계예서도 자기 자신은 없어지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살아갈 경우 남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옳지 않은 일도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노'(No)라고 말해야 할 때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이 두려워 '노'(No)라고 말하지 못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될 수도 있다.
자라면서 어느 순간엔 부모를 창피하게 여기는 시기를 겪기도 한다. 부모도 한계와 오류를 가지고 있고 나를 항상 보호해줄 수는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가면서 부모에게 실망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게 된다.
이는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이다. 자녀는 부모에게 실망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해가며 독립적인 존재로 자라가게 된다.
그러니 부모는 자녀가 나를 실망시킨다고 너무 슬퍼할 것도, 분노할 것도 없다. 내가 먼저 내 자녀를 실망시켰다는 것을 기억하면 된다.
자녀가 부모를 실망시킨다는 것은 부모가 갖고 있는 기대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에 눈을 떴다는 것이다. 물론 자녀가 좋아하고 원한다고 하는 행동들이 부모의 눈으로 보면 단순한 방황이나 고생할 것이 뻔한 험난한 진로일 수 있다.
그러나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해서 선택하고 시도하고 실수하고 넘어지는 시행착오의 과정이 필요하다.
자녀에게 실망해서 부모의 기대라는 틀을 벗겨줘야 자녀는 자유로워진다.
자녀도 부모를 실망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아마도 자녀는 부모에게 크게 야단맞는 것보다 차가운 표정으로 내뱉는 "실망했다"라는 말에 더 크게 상처받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와 자식은 이런 실망의 과정을 통해 상대방을 더 잘 알게 되고 자신에게도 더 진실해지게 된다. 부모는 자녀에게 실망하면서 '우리 아이에게 저련 면이 있었구나' 알게 되고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고 실망하다니, 내가 생각보다 공부를 많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돌아보게 된다.
자녀는 '부모님이 이런 점에 실망하다니, 이런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구나' 아는 동시에 '그럼에도 나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라며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주목할 점은 부모와 자라나는 자녀가 지속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실망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이처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 부모는 자라나면서 많은 변화를 겪는 자녀에게 실망을 통해 적응해가야 한다. 자녀에게 내 기준과 내 눈높이를 맞추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다. 자녀와 성인 대 성인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부모가 자녀에 대해 실망하고 자신의 기대를 내려놓아야 한다. 부모가 건강하게 실망해야 자녀가 건강한 마음을 가진 성인으로 자라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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