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사유를 했던 조선 문장가 4인

유석재 기자 2021. 6. 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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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개인의 발견(전4권) | 하지영·송혁기·박동욱·박경남 지음 | 글항아리 | 380~408쪽 | 2만~2만2000원

1724년(경종 4년) 3월 그믐 전날, 선비 조귀명(1693~1737)은 벗들과 함께 개울가에서 꽃놀이를 즐겼다. 꽃잎 얹어 전을 부치고 냇물에 술잔을 띄우고는 기생의 노래까지 곁들였다. 누군가 도리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고 묻자 조귀명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저 돌 틈에 핀 꽃다지를 보게. 고아하고 굳세건만 울긋불긋한 색으로 뒤덮이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사람이라고 예외겠는가?”

평생 질병으로 우울한 날들을 견뎌야 했던 조귀명은 당대 문장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내 식견과 깨달음으로 살펴보아 맞으면 취하고 맞지 않으면 버릴 뿐”이라고 했다. 송혁기 고려대 교수는 그가 개별적 인식 주체로서 세계를 다시 보고 깨달음을 기록하는 큰 전환을 달성했다고 평가한다.

한문학자들이 쓴 이 책 4권은 지금껏 자주 거론되지 않았으나, 새로운 방향에서 사유를 모색했던 18세기 조선의 네 인물을 다룬 평전이다. 천하제일 문장을 꿈꿨던 신유한, 재야에서 독창적 문학 세계를 이룬 이용휴, 서로 다른 개인의 취향을 긍정했던 유한준의 삶에서 한국사의 이 시대가 다채로운 가능성을 안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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