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미움도 다툼도 날려 줄 세찬 바람을 기다려요
모자가 날아가면
안나 바첼리에레 글|키아라 곱보 그림|박우숙 옮김|평화를품은책|28쪽|1만3000원
키파(Kippa)는 유대인 남자들이 쓰는 작은 모자, 페즈(Fez)는 터키·중동에서 주로 쓰는 술 달린 모자, 타키야(Taqiyah)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예배할 때 쓰는 납작한 모자…. 책 말미에 소개한 다양한 모자들이 눈길을 끈다. 서로 다른 모자는 인종과 민족, 종교의 차이를 드러낸다. 이탈리아의 중학교 교사인 저자는 그 차이가 다툼의 씨앗이 되는 현실을 어린아이 눈높이에서 바라본다. 평화를 바라는 동심(童心)이 간절하다.
전쟁 중인 나라에서 살아가는 ‘나’는 하루하루가 무섭다. 그런데 무서움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전쟁 중에는 떨고 있을 시간조차 없어요. 꿈꿀 시간도 없어요. 나는 늘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했어요. 전쟁 중에는 어린아이로 남아 있을 시간이 없어요.”
적을 미워하라고만 가르치는 어른들에게 묻는다. 상대방이 적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돌아오는 답은 쓰고 있는 모자를 보라는 것이다. 모자가 다르면 적이다. 그렇다면 모자가 모두 사라져 버릴 때 이 싸움도 끝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세찬 바람이 불어와 모자가 모두 날아가기를 기다린다.
뉴욕타임스 종군기자 크리스 헤지스의 ‘당신도 전쟁을 알아야 한다’에 따르면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래 지난 3400년간 인류가 평화 상태에 있었던 기간은 268년뿐이라고 한다. 고작 전체의 8%다. 평화가 일상이고 전쟁은 비상(非常)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였다.
총칼을 들지 않았을 뿐 지금 우리도 이념과 진영 사이에서 증오가 일상화된 시대를 살아간다. 서로의 머리 위에 보이지 않는 모자를 씌워놓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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