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육·군고기·너비아니..다양한 '불고기'의 역사 [책과 삶]

김지혜 기자 2021. 6. 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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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불고기 한국 고기구이의 문화사
이규진·조미숙 지음
따비 | 352쪽 | 1만8000원

2018년 가을,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다름 아닌 ‘불고기’였다. “ ‘불고기’는 ‘야키니쿠’의 번안어”라는 한 맛 칼럼니스트의 발언 이후, 불고기라는 단어와 그 음식의 기원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게 벌어졌다. 당시 자주 인용된 자료 중 하나가 바로 이규진 경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이다. 이 교수는 “이런 논쟁이 생산적인 토론으로 이어지기 위해 기초 자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스승인 조미숙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와 함께 논문을 정리하고 연구를 보태 이 책을 냈다.

여전히 불고기의 어원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록을 통해 확인되는 것은 우리나라 14세기 문헌에서부터 발견되는 단어 ‘소육(燒肉)’과 이를 우리말로 풀어낸 ‘군고기’, 일본어 발음인 ‘야키니쿠’, 궁중음식을 칭하던 ‘너비아니’, 그리고 ‘불고기’까지 모두 일제강점기 ‘쇠고기를 석쇠에 구워 먹는 평양식 음식’을 지칭하는 단어로 혼용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당시 유행한 불고기가 이민자를 통해 1920년대 미국 하와이, 1940년대 일본 등 해외로 전파됐다고 주장한다. “야키니쿠는 재일 조선인들이 일본인들은 안 먹던 내장을 구워 먹는 데서 시작했다”는 일본 학자들의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불고기 논쟁’이 뜨거웠던 이유 중 하나는, 원조 격인 ‘석쇠에 구운 고기’뿐 아니라 국물이 자작한 ‘육수 불고기’부터 아예 고기가 없는 ‘오징어 불고기’까지 다양한 불고기의 상이 오늘날 혼재하기 때문이다. 이토록 다양한 불고기를 만든 육류 수급 상황, 외식업·기술의 발전 등 역사적 요인들을 짚다보면, 그 배경이 되는 한국 사회의 변화가 보인다. 우리 음식 문화사를 그대로 담아낸 ‘한국 대표 음식’ 불고기의 다음 진화가 궁금해지는 책이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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