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세 살 아이 학대 사건' 베트남 친모·동거남 징역형

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2021. 6. 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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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모는 밥 안 주고, 동거남은 송곳니로 물고
상해 혐의는 무죄, "명확한 증거 없어"
보호자 없이 홀로 남은 세 살배기
지난해 10월 학대를 당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A군. 현재는 건강을 모두 회복한 상태다. 하남시 제공

세 살짜리 아들이 밥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고 때리거나 몸 곳곳을 송곳니로 물어 상처낸 베트남 국적 엄마와 동거남이 징역형에 처해졌다.

이들은 아이의 장기가 파열될 만큼 폭행한 혐의도 받았지만, 법원은 상해를 가한 주체를 가릴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이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5단독 방일수 판사는 4일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베트남 국적 친모 A(26)씨에게 징역 3년을, 동거남 B(19·베트남 국적)씨에게는 징역 장기 3년·단기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각 10년간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아들 C(3)군이 밥을 씹지 않고 먹는다는 이유로 피가 날 만큼 입 부위를 손으로 수차례 때렸다. 또 밥을 삼키지 않는다며 얼굴도 때리는 등 학대를 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약 20일간 C군에게 제대로 된 식사도 제공하지 않았다.

B씨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C군의 팔과 허벅지 등 온몸 곳곳을 송곳니로 강하게 물어 상처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물린 곳은 딱지가 생길 만큼 깊게 파였다.

A씨는 이 장면을 목격하고도 C군을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고 방치했다.

방 판사는 "A씨는 3세에 불과한 피해아동의 친모이자 유일한 보호자임에도 책임을 저버렸다"며 "피해아동은 적시에 필요한 조치가 이뤄졌다면 피할 수 있었을 위중한 상해를 입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모성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유아를 학대 상황에 방치해 어린 생명을 위태롭게 한 죄가 무거워 엄히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B씨에 대해 방 판사는 "제대로 반항할 수도 없는 어린 아이를 송곳니로 물어 학대하는 등 죄가 무겁다"며 "수사가 개시되자 도주하고 A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자 진술 조작까지 시도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아이 '교통사고 당한 수준'...명확한 근거 없어 무죄

이들은 아이의 장기가 심하게 손상될 만큼 아이를 폭행한 혐의도 받았다. 실제 아이는 폐와 복강에 피가 고이는 혈흉과 혈복강 등 진단을 받았다.

아이를 진료한 의사는 '3세 소아가 단순히 넘어지는 정도로 생기는 상해가 아니라, 교통사고 같은 큰 외력에 의한 상해'라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A씨와 B씨 모두 상해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 받았다.

법원은 아이를 폭행한 사람이 A씨인지 B씨인지 아니면 두 사람이 함께 한 것인지 확정할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C군은 진술청취 과정에서 '아빠(B씨)가 주먹으로 배 아야 하게 했어?'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가, 배가 아팠던 것은 '엄마(A씨)가 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상해 혐의에 대해 A씨와 B씨 모두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지만, 아이가 어떻게 상해를 입었는지 등에 대해선 보지 못했다고 함구했다.

박 판사는 "피해아동은 치료 중 맞았다고 진술한 바 있고, 그 무렵 피해아동을 돌본 사람도 피고인들 외에 없었으므로 피고인들 중 누군가가 피해아동의 복부에 강한 외력을 행사해 위중하게 상해했음을 추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박 판사는 "아이에 대한 가혹한 폭력이 빈발했던 정황이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이 단순한 답변만으론 누가 아이에게 위중한 상해의 원인이 됐을 폭력을 행사한 것인지, 함께 한 것인지 확정하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지역 한 변호사는 "정황상으론 피해아동은 있고 때린 사람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작은 의심도 들지 않을 정도로 죄가 명확하게 입증돼야 유죄도 내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럴 경우, 무죄는 선고하되 다른 유죄부분의 양형을 정할 때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다"며 "피고인들에게 내려진 형량도 그런 차원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친모는 징역형...혼자 남은 세 살 아이

친모 A씨가 징역 3년을 선고 받으며 세 살 아이는 혼자 남게 됐다.

현재 C군은 경기지역 한 일시보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C군의 체류기간은 이미 지났지만, 아이의 사후 관리를 맡아온 하남시가 양해를 구하고 기한을 3개월 연장했다.

하지만 현재 아이는 무국적 신분이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도 하지 못 한 상태다.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회 안전망 밖에 놓여 있다.

하남시는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재판 결과를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이의 거취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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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w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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