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하늘 "미담 제조기 별명? 짓눌려 지내지 않아"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2021. 6. 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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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당신의 이야기'서 영호 역 맡아 아날로그 방식 사랑 그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라디오스타'의 김구라는 강하늘에게 '미담 제조기'라는 초강력의 닉네임을 선사했지만 배우로서 강하늘이 가장 강력하게 어필하는 이미지는 '순수함' 또는 '순진무결'일 거다.

초기 드라마에서는 대기업 사원('미생')이나 집안 좋은 엄친아('상속자들')등 도회적 이미지의 역할들도 훌륭히 소화해냈지만 강하늘이 가장 빛을 발한 연기는 청년의 순수함과 열정으로 어필했던 KBS 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과 영화 '동주', '청년경찰' 등이 아닐까 싶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또한 강하늘의 우직할 정도의 순수한 캐릭터에 많이 의지하고 있는 영화다. 어린 시절 친구에게 무작정 편지를 보내는 삼수생 영호(강하늘)와 오래된 책방을 운영하며 아픈 언니 대신 영호에게 답장을 쓰는 소희(천우희)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호와 소희가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가능성이 낮은 약속을 하며 서로를 향한 희망을 함께 키워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한 영화다.

강하늘이 연기한 영호는 뚜렷한 꿈도 목표도 없이 삼수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오랜 기억의 틈 속에서 소연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 후 그녀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질풍노도의 청년기 속에서 성장하는 인물이다.

"저더러 디지털보다 아날로그 감성이 어울려 보인다고들 이야기하더라고요. 굳이 나누지는 않지만 저도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쪽지나 편지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느낌을 생각한다면 아날로그 감성에 호감이 가네요. 우리 영화는 대본에 빈칸의 여백이 많았는데 조진모 감독님이 '강하늘이 느끼는 것으로 그 빈칸을 채우고 싶다'고 하셔서 아이디어도 많이 냈고 내가 영호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극 중 영호는 꿈도 목표도 드러내지 않고 소극성이 강한 인물이지만 삼수 학원을 단숨에 박차고 나올 정도로 결단력도 있는 복합적 인물이다. 영호와 실제 자신의 질풍노도의 고교 시절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강하늘은 너털 웃음을 지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영호와 닮은 부분이라면 지금 이 순간이 즐겁지 않다면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만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즐길까를 고민하죠. 제가 영호처럼 고민하고 방황하던 시절은 고등학교 때 같아요. 일반고에서 예고로 편입했을 때 고민이 많았어요. 나에게 맞는 선택일까 고민하고 방황했죠."

성적 농담들이 난무하는 영화 '스물'(이병헌 감독)을 제외하면 '동백꽃 필 무렵'을 포함한 대부분의 작품에서 한 여자만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는 순정남 캐릭터를 연기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의 영호도 마찬가지다.

"저도 자꾸 순정남 캐릭터 제안이 들어오는 이유는 모르겠어요. 사실 인스턴트 같은 사랑이 대세인 시절에 순정남을 표현한다는 건 '내가 이걸 믿게 하겠다'는 의도가 들어가면 절대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관객들은 굉장히 쉽게 알아차리시거든요. 제 의도가 드러나면 거부감이 생기죠. 저의 연기적 포인트라면 저 스스로 느끼는 게 가장 먼저라고 생각해요. 내가 먼저 느끼고 정확히 표현하면 또 제가 스스로 믿고 연기한다면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아요. 우리 작품이 좋았던 이유가 영호와 소희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성장해 가는 과정이었어요. 지친 삶에 안주하는게 아니라 점점 그 과정을 딛고 올라 서는 성장의 느낌이 좋았죠. 제가 관객이라 했을 때 이런 작품에 갈증이 있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전달하고자 하는 정서가 딱딱 정확히 표현된 게 아니라 '이런 감정인가' 혹은 '이런 느낌인가'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분도 매력이 있었죠."

극 중 영호는 함께 삼수 생활을 하며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서는 수진(강소라)에게는 곁을 내주지 않지만, 초등학교 시절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고 떠난 소희(천우희)를 향한 마음은 점점 키워간다. 그리고 영화는 엔딩에 이를 때까지 영호가 곁에 있는 수진을 두고, 닿을 수 없는 소희를 향한 사랑을 키워가는 이유에 대해 속시원한 해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대사 한 줄이었어요. 수진의 물음에 영호가 '수진이는 별 같고 소희는 비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대사요. 별과 비의 의미에 대해서는 정확히 작가님이 알고 계시겠지만 별은 혼자서도 밝게 빛이 나잖아요. 그 자체로 아름답죠. 수진은 혼자서도 당당하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친구라면 비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서서히 젖어 들어가잖아요. 소희를 만나지는 못해도 그 친구가 주는 편지에 내 안쪽부터 조금씩 젖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우리 영화의 매력 자체가 뭔가 정확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요. 영호와 소희 서로가 서로에게 정성을 들이며 서로 성장의 촉매제가 되어가죠. 영호 입장에서 수진이 계속 생각나는데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하고 갈팡질팡하는 단계에 놓인 딱 그 지점에 머문 영화 같아요."

'비가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약속을 한 두 사람은 8년의 시간이 흘러도 만나지 못한다. 실제 강하늘이라면 이런 속절 없는 사랑을 견딜 의사가 있을까.

"아니요, 절대 못하죠. 1년도 못기다립니다. 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좋아한다면 좋아한다고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맘껏 사랑하라' 주의죠. 후회 없이 좋아하고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에요. 항상 현재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지금 한 일을 후회하거나 하지 않아요."

연기 외적으로 규정지어진 '미담 제조기'라는 별명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도 그는 쿨한 편이다. 강하늘은 "그 별명에 짓눌려서 살고 있지 않다. 편하게 지낸다. '라디오스타' 제작진들이 제게 그런 별명을 붙여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그 별명 때문에 더 신경써서 산다거나 그런 성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KBS '연기대상'에서 남자 최우수상을, 백상예술대상에서도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할 정도로 정점에 올라섰지만 이후 배우로서 목표 또한 담백하고 자연스럽다.

"예전에는 배우로서 최종 목표가 '배우 강하늘입니다'하고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게 되는 거였어요. 하지만 지금 보면 오히려 더 멀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배우의 일이라는 게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하면 할수록 더 멀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하지만 연기하며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아가다보면 언젠가 목표를 이룰 수 있겠죠. 제가 딱히 큰 야망을 가진 사람은 아니고 제 앞에 좋은 작품이 오면 그 작품을 좋은 감독님과 상대 배우들과 잘 만들어가고 싶어요."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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