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사들 '분류전담' 합의 미이행..7일부터 9시 출근"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2021. 6. 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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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8일 2차 사회적합의 난망..'1년 유예'까지 주장"
"CJ 택배요금 150원 올렸지만 기사 수수료는 겨우 8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는 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7일부터 앞선 1차 사회적 합의에 따라 '분류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은지 기자
택배노조는 택배사들이 '공짜 노동'인 분류작업을 전담키로 한 1차 사회적 합의 내용도 지키고 있지 않다며 오는 7일부터 출근시간을 늦추는 등 '분류작업에서 일체 손을 놓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는 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차 사회적 합의를 진행 중인데 택배회사들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사회적 합의기구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오는 8일을 마지막 '디데이(D-day)'로 상정하고 있고 이날 합의문을 도출하기로 참가자들이 약속은 했지만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고용노동부(노동부), 사측과 노조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택배요금 인상요인에 대한 논의·확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짚으면서 "택배사들은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과로사 대책 시행의 유예기간을 또다시 1년 더 두자거나 정부에게 요금인상 관련 고시를 해달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택배노조 진경호 위원장은 "1차 사회적 합의문에는 '분류작업은 이제 택배기사의 몫이 아니며 택배사가 책임지고 개별분류해 노동자들에게 인계해야 한다'고 명확히 명시돼있다"며 "또 5월 말까지 합의내용의 세부방안을 담아 실행하자는 기한도 담겨있는데 그 시한을 이미 넘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식적으로는 노동부가 '택배노동자들의 적정 노동시간이 얼마인지' 등 연구용역을 의뢰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단 이유로 지난달 말 합의문 작성이 연기됐지만, 실질적으로는 택배사들의 시간 끌기와 버티기, 사회적 합의를 이용한 잇속 챙기기가 근저에 깔려있다"고 주장했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최종합의를 앞둔 택배노조 기자회견'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이한형 기자
택배노조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출범하게 된 배경 자체가 택배노동자들의 연이은 '과로사'임에도 택배사들이 이를 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택배요금을 올리자는 인상논의 역시 택배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주 목적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조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 4월 1일 택배요금을 250원 올리기로 했다. 다만 대형 화주(온라인 쇼핑·홈쇼핑 등)들과의 교섭으로 인해 지난달 실제 요금은 150원 올랐고, 이 중 8원 가량만이 택배노동자들의 수수료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지역의 경우 택배기사들은 올 1월 평균 1156원의 수수료를 받다 지난달 1164원을 받았고, 대구지역은 지난 2월 814원에서 820원으로 6원 정도 노동자 몫의 수수료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측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다른 지역들도 대동소이한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진 위원장은 "지난해 16명의 택배노동자가 죽었고, 장시간 노동에 내몰린 게 원인이라 이걸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자 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택배사들이 사회적 합의를 자신들의 초과이윤을 창출하는 도구로 악용하는 것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실제 올해 말까지 CJ대한통운은 택배요금 인상으로 인해 연간 2천억 정도의 초과이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요금) 인상금액을 택배기사들의 처우 개선에 쓰겠다고 발표했는데, 실제로 보니 (겨우) 8원이 오르고 있는 실태가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며 "롯데택배, 한진택배 등은 저가 출혈경쟁에 앞장서서 택배요금의 왜곡된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CJ의 물량 12~13% 가량이 거의 롯데·한진으로 가고 있는데, 더 심각한 건 분류작업 등 합의문 이행 적용을 1년 뒤로 유예하자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물류센터.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박종민 기자
택배노조는 이미 지난 1월 말에 합의된 내용을 지난달 말로 유예했던 만큼 더 이상의 준비기간을 둘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택배노조 김태완 수석부위원장은 "동료들이 쓰러지고 있는데 저희가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다. 1차 사회적 합의 이후에도 8분의 노동자가 과로나 뇌출혈로 쓰러졌고 이 중 4명은 과로사했다"며 "전국 서브터미널을 방문해 합의이행을 점검한 결과 분류인력이 투입되지 않은 곳이 태반이었고 여전히 새벽부터 출근해 밤 늦게까지 배송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택배노조가 지난 2~3일 택배노동자 1186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분류작업 없이 집하·배송업무만 맡는 택배노동자는 15.3%(181명)에 그쳤다. 84.7%(1005명)는 '지금도 분류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답변했고, 분류인력 투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분류까지 전담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30.2%(304명)에 달했다.

이에 택배노조는 오는 7일부터 아침 9시에 출근하고 오전 11시 배송 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루 뒤인 8일 2차 사회적 합의를 위한 최종회의를 압박하는 동시에 기존 1차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자 위함이다. 출근시간을 현행보다 2시간 늦춰 노동시간을 줄이고, 개별로 사전에 분류된 물품만 사측으로부터 넘겨받아 차량에 적재·배송하겠다는 것이다.

진 위원장은 "'(오전) 9시 출근, 11시 배송출발'은 사회적 합의 이후 지속적으로 현장에서 적용될 모델"이라며 "분류작업을 현재 4~5시간에서 2~3시간으로 줄여야 노동시간을 '주 60시간'으로 맞출 수 있다. 택배사들이 사회적 합의를 즉시 시행하겠다는 전제 아래 (추가)인력 모집기간을 한두 달이라도 달라고 하면 그런 부분은 협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최종합의를 앞둔 택배노조 기자회견'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이한형 기자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강규혁 공동대표는 "30여 년간 있어온 고질적인 택배문제가 한 번에 해결될 거라 믿지 않는다. 2차 합의를 앞둔 택배사들의 모습을 보면 지난해까지의 버젼은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였단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희는 결코 많은 단가의 인상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기구에 소비자단체까지 참여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 생각한다"며 "택배 단가인상 관련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자고 택배사들에 제안하고 싶다. 그럼 국민들이 판단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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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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