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사들 '분류전담' 합의 미이행..7일부터 9시 출근"
"CJ 택배요금 150원 올렸지만 기사 수수료는 겨우 8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는 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차 사회적 합의를 진행 중인데 택배회사들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사회적 합의기구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오는 8일을 마지막 '디데이(D-day)'로 상정하고 있고 이날 합의문을 도출하기로 참가자들이 약속은 했지만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고용노동부(노동부), 사측과 노조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택배요금 인상요인에 대한 논의·확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짚으면서 "택배사들은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과로사 대책 시행의 유예기간을 또다시 1년 더 두자거나 정부에게 요금인상 관련 고시를 해달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택배노조 진경호 위원장은 "1차 사회적 합의문에는 '분류작업은 이제 택배기사의 몫이 아니며 택배사가 책임지고 개별분류해 노동자들에게 인계해야 한다'고 명확히 명시돼있다"며 "또 5월 말까지 합의내용의 세부방안을 담아 실행하자는 기한도 담겨있는데 그 시한을 이미 넘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식적으로는 노동부가 '택배노동자들의 적정 노동시간이 얼마인지' 등 연구용역을 의뢰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단 이유로 지난달 말 합의문 작성이 연기됐지만, 실질적으로는 택배사들의 시간 끌기와 버티기, 사회적 합의를 이용한 잇속 챙기기가 근저에 깔려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 4월 1일 택배요금을 250원 올리기로 했다. 다만 대형 화주(온라인 쇼핑·홈쇼핑 등)들과의 교섭으로 인해 지난달 실제 요금은 150원 올랐고, 이 중 8원 가량만이 택배노동자들의 수수료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지역의 경우 택배기사들은 올 1월 평균 1156원의 수수료를 받다 지난달 1164원을 받았고, 대구지역은 지난 2월 814원에서 820원으로 6원 정도 노동자 몫의 수수료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측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다른 지역들도 대동소이한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진 위원장은 "지난해 16명의 택배노동자가 죽었고, 장시간 노동에 내몰린 게 원인이라 이걸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자 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택배사들이 사회적 합의를 자신들의 초과이윤을 창출하는 도구로 악용하는 것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실제 올해 말까지 CJ대한통운은 택배요금 인상으로 인해 연간 2천억 정도의 초과이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요금) 인상금액을 택배기사들의 처우 개선에 쓰겠다고 발표했는데, 실제로 보니 (겨우) 8원이 오르고 있는 실태가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며 "롯데택배, 한진택배 등은 저가 출혈경쟁에 앞장서서 택배요금의 왜곡된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CJ의 물량 12~13% 가량이 거의 롯데·한진으로 가고 있는데, 더 심각한 건 분류작업 등 합의문 이행 적용을 1년 뒤로 유예하자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노조가 지난 2~3일 택배노동자 1186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분류작업 없이 집하·배송업무만 맡는 택배노동자는 15.3%(181명)에 그쳤다. 84.7%(1005명)는 '지금도 분류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답변했고, 분류인력 투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분류까지 전담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30.2%(304명)에 달했다.
이에 택배노조는 오는 7일부터 아침 9시에 출근하고 오전 11시 배송 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루 뒤인 8일 2차 사회적 합의를 위한 최종회의를 압박하는 동시에 기존 1차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자 위함이다. 출근시간을 현행보다 2시간 늦춰 노동시간을 줄이고, 개별로 사전에 분류된 물품만 사측으로부터 넘겨받아 차량에 적재·배송하겠다는 것이다.
진 위원장은 "'(오전) 9시 출근, 11시 배송출발'은 사회적 합의 이후 지속적으로 현장에서 적용될 모델"이라며 "분류작업을 현재 4~5시간에서 2~3시간으로 줄여야 노동시간을 '주 60시간'으로 맞출 수 있다. 택배사들이 사회적 합의를 즉시 시행하겠다는 전제 아래 (추가)인력 모집기간을 한두 달이라도 달라고 하면 그런 부분은 협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희는 결코 많은 단가의 인상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기구에 소비자단체까지 참여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 생각한다"며 "택배 단가인상 관련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자고 택배사들에 제안하고 싶다. 그럼 국민들이 판단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군 군사경찰 압수수색날, 이성용 공군참모총장 사퇴
- "공군 부사관 가해자, 여군을 술자리의 꽃, '꼬붕'으로 본 것"
- [영상]이준석, 순위권 등장하자마자 대권선호도 4위
- 노동부 안경덕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모두 작업중지"
- 아파트 공사장서 추락한 50대…밤새 방치됐다
- 화이자 "중개업체 통해 화이자 백신 제공 안 돼"
- 보안법 이후 첫 6·4 기념일…홍콩인들은 촛불을 켤 수 있을까?
- "이용구, 공수처장 후보라 합의금 천만원? 매관매직"
- 수사 중 농촌기자님, 비판기사로 임업협회 지회장 꿰차
- 대전서 SUV 차량이 식당으로 돌진…손님 등 6명 다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