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적 생활양식을 넘어서 - 울리히 브란트, 마르쿠스 비센 [상현의 내 인생의 책 ⑤]
[경향신문]
“인류는 자신이 창조한 것에 의해 정의되지 않고, 자신이 파괴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에 의해 정의된다”는 에드워드 윌슨의 말을 발견했을 때, ‘파괴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은 내 인생에 화두가 되었다.
발전과 이윤의 논리로 파괴되던 밀양, 핵발전소 건립이 밀어붙여지던 삼척에서 저항운동에 참여하면서 나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위험요소가 더 약한 곳으로 전가되는 구조를 보기 시작했다. 한편 전기 사용과 육식을 비롯한 내 생활이 악의 없이도 환경과 타자의 생존과 사회를 파괴할 수 있다고 인식하게 됐을 때, 죄책감에 떨기보다는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강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은 북반구의 자본주의 중심부의 일상생활이 남반구로부터 노동과 자연의 이전을 전제하며 다른 곳의 사회들을 위계적 방식으로 구조화하는 제국적 생활양식에 기반한다고 지적한다. 그 현실을 바꾸기 위해, 근저에 놓여 있는 사회적이고 국제적인 세력 관계를 분석하고, 개념들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소개한다. ‘써 먹을 수 있게끔’ 자세하게 설명하고 어떻게든 독려하는 책을 만나서 반갑다.
책에 대한 비판도 눈여겨본다. 자연과 여성 노동력을 분리하고 재전유하는 외부화 과정을 짚은 페미니즘의 비판, 해방적 생활양식의 정식화와 이를 위한 투쟁이라는 ‘대립물의 정치경제학’이 필요하다는 비판을 곱씹게 된다. 얼마 전, 국제 청소년 기후운동 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은 기후정상회의의 공허한 약속을 집어치우라고 일갈했다.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두고서, 재고 따지는 ‘제국’의 회의에서, 국경을 넘은 ‘연대’로 관심과 동력을 끌어오는 순간이었다. 제국의 안팎에서 더욱 전면적인 연대와 전환의 가능성이 만들어지길 바라며, 전 세계의 동료들을 더 깊게 만나고 싶다.
상현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공동행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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