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 좋다고 소문난 '성형외과 원장'.. 알고보니 간호조무사

홍순빈 기자, 김주현 기자 2021. 6. 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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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 사이에선 A씨는 소위 말하는 '꾼'으로 정평 나 있었다.

해당 재판을 맡은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8단독부(김영호 판사)는 "A씨의 소개를 받아 병원에 방문한 환자들이 A씨의 수술 실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한 점, A씨의 수술환자 목록 중 일부 환자들의 비고에 'B 원장이 수술함'이라고 별도로 기재된 점 등을 봤을 때 A씨의 독립 진료, 수술 행위가 인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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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 2013년에 개원한 서울 중랑구의 한 성형외과. 병원장 A씨(74)에게 보톡스와 필러 시술을 받은 환자들은 "A원장이 솜씨가 좋다"며 입을 모았다. A씨는 직접 진료 상담도 하고 코 실리콘 삽입, 눈 꼬리 처짐 개선 수술 등을 해줬다.

환자들 사이에선 A씨는 소위 말하는 '꾼'으로 정평 나 있었다. A씨의 소개를 받아 성형외과를 방문한 환자들도 여럿 있었다. A씨의 솜씨가 워낙 뛰어나 같은 병원에서 일하던 의사 B씨(59)가 환자에게 시술을 위해 손을 대려고 하자 거부할 정도였다.

A씨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약 1300번이 넘도록 환자들에게 의료시술을 했다. 지방이식, 가슴확대 같은 고난이도 수술은 B씨가 했었고 손님들은 별다른 의심없이 A씨에게 시술을 받았다.

그런데 A씨는 사실 의사가 아니고 간호조무사였다. B씨 명의로 개설된 병원이었지만 A씨가 3년간 의사 행세를 한 것이다. B씨는 A씨가 진료, 수술을 한 후 진료내용 등을 알려주면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환자의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했다.

A씨는 이전에도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으로 징역 2년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적이 있었다. B씨 역시 의료법위반죄로 여러차례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이들의 불법의료 사기 행각으로 그간 이 병원에서 수억 원이 넘는 이득을 봤다.

이들은 재판장에서 A씨의 무면허 진료행위를 했다는 사실과 B씨가 거짓으로 진료기록을 꾸몄다는 걸 증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해당 재판을 맡은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8단독부(김영호 판사)는 "A씨의 소개를 받아 병원에 방문한 환자들이 A씨의 수술 실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한 점, A씨의 수술환자 목록 중 일부 환자들의 비고에 'B 원장이 수술함'이라고 별도로 기재된 점 등을 봤을 때 A씨의 독립 진료, 수술 행위가 인정된다"고 했다.

이와 함께 "A씨는 의사인 B씨의 지시나 관여 없이 독립적으로 진료, 수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진료와 처방을 A씨가 단독으로 한 이상 진료보조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법원은 "3년에 걸쳐 1300회가 넘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해 수억 원의 불법이득을 취했다"며 "B씨가 수사과정에서 직원들을 회유해 허위 진술을 하도록 유도했고 비의료인의 무면허 의료행위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지난달 26일 A씨와 B씨에게 각각 1년8개월, 1년4개월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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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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