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창업자 "코인 안 없어진다, 채굴 전용 칩 만들었다"

오로라 기자 2021. 6. 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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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본지 등 글로벌 미디어와 온라인 인터뷰
엔비디아 신사옥 ‘보이저’에서 2일 오전(한국 시각)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가 화상회의로 진행된 글로벌 간담회에 나타나 미국 샌타클래라에서 짓고 있는 신사옥 ‘보이저’의 내부를 공개하고 있다. 올해 말 완공 예정으로 직원 3500명이 근무할 이 건물은 커다란 돔 형태의 지붕에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는 투명 창이 곳곳에 설치돼 있고, 건물 중앙에는 거대한 광장 같은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오로라 기자

2일 오전 11시 30분(한국 시각). GPU(그래픽 반도체) 세계 1위 기업 미국 엔비디아의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인 젠슨 황(58)은 트레이드마크인 검은 가죽 재킷을 걸치고 화상회의 줌(Zoom) 회의창에 나타났다. 전날 대만 최대 IT 전시회인 ‘컴퓨텍스 2021’에서 GPU 신제품을 공개한 것을 계기로 이날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온라인 간담회를 연 것이다. 그는 “오늘은 엔비디아의 신사옥인 보이저(voyager·항해자)’에서 인사드린다”며 “이 건물에 실제로 들어와본 건 나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보이저’는 엔비디아가 미국 산타클라라에 2018년부터 짓기 시작한 7만㎡(약 2만1175평) 규모 제2 사옥이다. 엔비디아는 코로나 사태로 PC·노트북·게임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직원이 지난 1년 사이 5000명 넘게 늘었다. 젠슨 황은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인)이 사옥에는 직원 3500명이 근무할 예정”이라며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 기술이 성장하는 만큼 수년 내 모든 직원이 로봇을 아바타 삼아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공간을 넓게 설계했다”고 했다.

◇”ARM과 엔비디아는 케첩과 머스터드”

이날 젠슨 황에게는 반도체 설계 분야 1위 기업인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ARM 인수 건의 진행 상황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지난해 9월 엔비디아는 400억달러(약 44조5400억원)에 소프트뱅크가 갖고 있던 ARM의 지분을 사들이기로 하며 ‘반도체 설계 왕국’ 구축에 나섰다. 하지만 두 회사의 합병은 현재 미국·영국·중국 등 당국에서 강도 높은 독점 심사를 받고 있다.

젠슨 황은 “두 회사의 결합은 마치 케첩과 머스터드처럼 어울린다”고 했다. 그는 “ARM은 CPU(중앙처리장치)에 강점이 있고, 엔비디아는 GPU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두 회사가 손잡으면 더욱 많은 혁신적인 제품이 시장에 쏟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회사의 사업 분야가 다른 만큼, 합병이 시장 경쟁을 약화하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내년 초쯤이면 (각국의 조사가)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에 대해서는 “데이터 센터·산업용 AI(인공지능)·메타버스와 같은 기술이 성숙하면서 반도체 시장은 향후 수년간 호황일 수 밖에 없다”며 “엔비디아 역시 현재 실적이 좋고, 올 하반기 전망도 좋지만 공급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업체로 대부분의 물량 생산을 대만 TSMC에 의존하고 있다.

젠슨 황은 “직접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 뛰어들 계획은 없는가”라는 질문엔 단호하게 “없다”고 답변했다. “자기 집 주방에서 요리를 좀 한다고 식당(파운드리)을 차려봐도 기존 강자(TSMC·삼성전자)보다 좋은 식당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상 화폐 채굴, 안 사라진다

젠슨 황은 “비트코인·이더리움과 같은 가상 화폐 채굴 수요 때문에 실제 게임 이용자들이 GPU를 구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려 게임용 GPU인 ‘지포스’ 시리즈에선 의도적으로 채굴과 관련된 연산 능력을 낮추고, 대신 채굴 전용 GPU인 ‘CMP’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CMP는 기존 지포스와 호환이 안 되기 때문에 채굴 업자들이 개인 게임 이용자에게 되팔 수도 없다”며 “2분기에만 CMP 제품이 5억달러 가깝게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요가 분산되면) 게임용 GPU 가격도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채굴 전용 제품 출시의 이유로 “가상 화폐 채굴은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 화폐가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와 메타버스 시장에서 거래되는 NFT(대체 불가 토큰) 수요가 늘어나며 가상 화폐의 생명력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젠슨 황(Jensen Huang·58)

세계적 그래픽 반도체(GPU) 설계업체인 엔비디아의 창업자. 대만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 미국으로 이민해 오리건주립대(학사)·스탠퍼드(석사)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IT업계에서 개발자로 근무하다 1993년 엔비디아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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