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송영길의 조국 사태 사과, 민심 눈높이 맞추는 출발점 돼야
[경향신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조국 사태’에 대해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는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누구보다 크게 외치고 남을 단죄했던 우리들이 과연 자기 문제와 자녀들의 문제에 그런 원칙을 지켜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제의 핵심을 ‘집권세력의 내로남불’로 짚고, 부모가 쌓아주는 입시 스펙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직접 사과한 것이다. 2019년 10월 당시 이해찬 대표의 첫 사과 후 여권에서 간헐적·미온적으로 이어진 ‘조국 사과’와 달리 송 대표는 누구에게, 무엇을, 왜 사과하는지 구체적으로 적시한 셈이다.
송 대표의 사과는 다분히 전날 출간된 조국 전 장관 회고록 <조국의 시간>과 맞물려 있다. 조 전 장관은 책에서 “더 늦기 전에 최소한의 해명”을 하고, “죽을힘 다해 한 걸음이라도 내디딜 것”이라고 했다. 517쪽의 방대한 반론과 주장은 그의 권리이다. 그러나 조 전 장관 부인은 1심에서 14개 혐의 중 10개가 인정돼 법정구속됐고, 자녀 입시비리는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조 전 장관도 물려있는 혐의들은 법정에서 진위와 죄를 가릴 일이다. 문제는 “수사가 아니라 사냥이었다”는 그의 말이 자극할 소모적 논쟁일 수 있다.
‘조국’은 광화문·서초동으로 갈려 싸운 2년 전도, 지금도 분열과 적대의 두 글자가 돼 있다. 가깝게는 여당의 5·2 전대 후에도 초선들의 ‘조국 사과’ 요구에 강성 당원들의 문자폭탄이 쏟아져 봉합된 문제다. 해묵은 불씨는 어설픈 동정론이나 사과가 키운 면도 크다.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시민들도 “입시 스펙이 불법은 아니었다”는 말엔 등돌린다. 국정도, 정치도 다시 ‘조국의 시간’에 갇히지 않으려는 여당 대표의 진일보한 교통정리와 사과는 시의적절했다.
조국 사태의 출구는 궁극적으로 불공정한 사회의 개혁일 수밖에 없다. 송 대표는 본인과 직계가족의 입시·취업 비리와 부동산 투기·성추행 연루자는 즉각 출당하고, 무혐의 확정 이전엔 복당도 금지하겠다고 예고했다.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비위에 대한 속죄와 단호한 대처 약속도 ‘공정·윤리 기준선’을 다시 높이는 조치일 수 있다. 누구 할 것 없이 공정하게 수사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높이는 검찰개혁이 돼야 한다. 여당은 청년과 사회적 약자들이 고통받는 주거·일자리 문제에서도 책임있는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정치도, 세상사도 다시 할 사과는 하지 말라고 했다. 여당 대표의 조국 사태 사과가 내로남불을 척결하고, 민심의 눈높이에 다가서는 새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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