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도 등돌렸다... 네타냐후, 12년만에 총리직서 쫓겨날 듯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1. 5. 31.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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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2개월간 재임... 측근 2명이 등 돌려 위기에 몰려. 중동 정세에 작지 않은 영향...미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이 주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 역대 최장수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72)가 정권을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이스라엘 정치권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던 극우 성향의 나프탈리 베네트 야미나당 대표는 30일(현지 시각) ‘반(反)네타냐후’ 성향의 정당들과 뭉쳐 새로운 연정(聯政)을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반네타냐후 진영의 의석이 과반수에 이르게 돼 네타냐후는 15년 2개월간 재직했던 총리에서 물러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3월 치른 총선 결과 전체 120석 가운데 친(親)네타냐후 진영은 여당인 리쿠드당을 비롯해 4개 정당이 52석, 반네타냐후 진영은 7개 정당이 57석을 확보해 어느 쪽도 과반(61석)을 얻지 못했다.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30석) 의석이 가장 많아 먼저 연정 구성권을 얻었지만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중간에서 줄타기를 하던 야미나당(7석)이 반네타냐후 진영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해 반네타냐후 진영이 64석이 됐다. 네타냐후는 야미나당 대표인 베네트에게 후임 총리직을 약속하며 회유했지만 실패하자 “국민을 오도하고 세기의 사기를 저질렀다”며 베네트를 비난했다. 반네타냐후 진영의 연정 구성 시한은 2일까지이기 때문에 네타냐후의 실각 여부는 이틀 안에 결정된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새 연정 출범 시 베네트가 첫 번째 총리를 맡기로 약속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걸어온 길 / 이스라엘 의회 의석 분포

이스라엘은 고질적인 정당 난립으로 매번 연정 구성에 애를 먹는다. 지난 3월 총선에서도 의석을 하나 이상 배출한 정당이 13개에 달했다. 그래서 연정 구성에 실패하거나 연정이 출범하더라도 금방 깨지기 일쑤다. 최근 2년 사이 총선을 네 차례나 치렀다.

네타냐후는 1996년 47세로 역대 최연소 총리에 올라 1999년까지 재임했다. 이후 2009년부터 다시 총리를 맡아 총 15년 2개월간 재임 중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나왔고 이스라엘 특공대에서 군 복무를 했다. 친형 요나탄은 1976년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에게 납치된 여객기를 구출한 ‘엔테베 작전’ 당시 이스라엘 특수부대원 중 유일하게 숨졌다. 형의 순국이 네타냐후에게는 정치적 자산이 됐다. 그는 1988년 하원 의원에 당선됐으며, 1993년부터 리쿠드당을 이끌어왔다. 강경한 대(對)이슬람 정책으로 우파 이스라엘인들의 인기를 모았다.

네타냐후가 위기로 몰린 이유는 두 핵심 측근이 등을 돌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반네타냐후 진영에 동참한 베네트는 네타냐후가 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이었다. 그는 네타냐후 내각에서 재무장관, 국방장관 등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베네트는 30일 “지난 2년간 선거를 반복하면서 국가 지도부가 증오와 분열만 부추겼다”며 네타냐후를 비판했다.

베네트에 앞서 네타냐후에게 일격을 가한 이는 아비차이 만델블리트 검찰총장이다. 그는 리쿠드당 당원이었고, 군 복무 시절부터 네타냐후와 친분이 있었다. 그러나 만델블리트가 이끄는 검찰은 예상을 깨고 고급 시가와 샴페인 등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으로 2019년 말 네탸냐후를 기소했다. 네타냐후는 지난해 이스라엘 현직 총리로는 처음 형사 법정에 서는 수모를 당했다.

대외적으로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것이 네타냐후에게는 악재였다. 트럼프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며 네타냐후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에 반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우방 관계는 이어가고 있지만 트럼프에 비하면 다소 거리를 두는 편이다.

네타냐후 반대 성향의 정권이 등장하면 대(對)팔레스타인 정책은 보다 온건해질 가능성이 높다. 네타냐후는 “좌파 정당이 연정에 참여하면 이스라엘의 미래와 안보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했다. 반네타냐후 진영이 집권하더라도 8개 정당이 참여하기 때문에 정치 안정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성향도 극우, 중도, 좌파에 아랍계 정당까지 뒤섞여 있다. 네타냐후가 퇴진할 경우 중동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미국과 유럽 각국이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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