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코로나 백신 접종의 절대적 평등
상급국민 논란.. 국민들 불만 고조
韓, 대입·병역 문제엔 '평등' 요구
이젠 백신도 포함.. 반면교사 삼아야
일본에서 소위 사회지도층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새치기 접종이 물의를 일으키면서 상급국민(上級國民) 논란이 일고 있다. 상급국민은 권력, 금력 등을 이용해 법률과 책임 준수를 회피하는 사람을 비판하는 말이다.
대형 약국 체인을 이끄는 스기홀딩스의 창업자 스기우라 히로카즈(杉浦廣一) 회장(70)과 아내(67)도 우선 접종 문제로 망신을 당했다.
아이치(愛知)현 니시오(西尾)시에 따르면 지난 4월 스기홀딩스 회장 비서실이 “회장 부부는 약제사다. 의료종사자로서 우선 접종할 수 없는가”라고 반복적으로 타진해 부시장 지시로 지난 10일 접종이 예약됐다. 언론 보도로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백신 접종 예약은 취소됐다. 스기우라 회장은 19일 주주총회에서 “접종을 기다리는 여러분에게 불쾌한 행위였다. 전국의 행정 분야 분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되었다”며 사죄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 자민당 4역(役, 간사장·정조회장·총무회장·국회대책위원장) 수뇌부 중 한 명인 사토 쓰토무(佐藤勉) 총무회장은 국회의원 우선 접종을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25일 기자회견에서 “여론이 무서워 국회의원을 접종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고 말하며 의원 우선 접종 필요성을 주장했다. 논거는 헌법이다. 헌법상 국권의 최고 기관이자 전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중의원(하원)이나 참의원(상원)에서 총원의 3분의 1 이상 출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본회의를 열지 못해 입법 기능이 상실된다는 논리다.
일본 국회 내 의원전용 백신 접종장 설치가 한때 검토됐으나 상급국민 비판을 우려해 실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파격적 주장이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오사카 세이지(逢坂誠二) 중의원 의원이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는 등 비판이 제기되자 의원 우선 접종론은 일단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정권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소위 사회지도층의 일탈이 이어지면서 국민 불만은 고조하고 있다. 일본은 확진자가 여전히 무더기로 쏟아져 미국의 여행금지 권고국에 지정되고,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불가론이 계속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더욱이 백신 접종률은 선진국 모임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는 물론 전세계 최저 수준이다. 장시간 자숙 요청과 긴급사태 발령으로 일반 국민은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지도층의 일탈은 일본사회의 균열을 가져오고 있다.
일왕과 같은 특권적 신분이 유지되고, 세습 정치인이 비일비재해 기득권 체제에 비교적 순종적인 일본 국민이 목숨과 직결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선 절대적 평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때 올림픽 대회 개최를 위해 도쿄 등 수도권에서 먼저 집중 접종하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평등론에 밀려 없던 일이 됐다.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한국 사회에선 대학입시와 병역 문제에서 절대적 평등이 요구되어왔다. 입시나 병역 문제에 휘말려 한 방에 훅 가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국민 감정상 이제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입시·병역에 버금가는 절대적 평등 항목에 추가됐다. 정치인이나 기업인, 저명인사가 여러 핑계를 대며 순서를 지키지 않고 반칙한다면 패가망신할 수 있음을 잊지 않기 바란다.
김청중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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