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장면처럼 로봇 조종사가 로봇과 '감각 공유'..미 연구팀 발표 '주목' [신경과학 저널클럽]

최한경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2021. 5. 3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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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신경과학의 발전과 맞물린 공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한계를 점차 극복하게 하고 있다. 오늘은 사지마비 환자가 로봇팔을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의 발전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고 등으로 사지마비 상태에 놓인 환자들이 뇌에 대한 전극 삽입 수술을 통해 컴퓨터와 연결되고, 이를 통해 로봇팔을 움직일 수 있게 한 연구가 등장한 것도 벌써 10년이 다 됐다. 하지만 아직도 로봇팔 조종은 자연스러운 팔 동작과는 차이가 있다. 이유는 팔 운동의 신경과학적 원리를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팔과 연결된 신경은 운동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팔이 움직여 생긴 결과에 대해서도 실시간으로 뇌에 보고한다. 이런 보고에는 촉감이나 통각은 물론 온도에 대한 감각, 몸의 위치와 움직임에 대한 감각인 ‘자기수용감각’이 포함된다. 환자의 두뇌는 로봇팔을 조종하는 와중에도 움직임의 결과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하게 되고,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 로봇팔을 움직일 때는 부자연스러운 머뭇거림을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로봇팔의 운동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물체의 촉감 등을 감지하고 환자에게 알려줄 수 있는 기능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 로버트 간트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는 이 분야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세워온 연구자로, 사지마비 환자가 로봇팔을 조종하는 동시에 로봇팔의 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을 최근 같은 대학 제니퍼 콜린저 교수와 함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환자의 운동피질에서 신경신호를 읽어 로봇팔을 어떻게 움직이고 싶어 하는지 해석하는 동시에, 로봇팔의 손가락 관절이 물체를 집어들 때 받는 힘을 전기신호로 변환해 체감각 피질에 미세한 자극으로 보낸 것이다. 이 결과 물체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시간이 상당히 감소했으며, 그 가운데에서도 물건을 잡는 과정과 놓는 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일방적인 조종 시에는 물건을 정확히 잡았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부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양방향적인 조종에서는 우리가 원래 팔을 움직여 물건을 잡는 것에 가까운 정보가 오가기 때문에 머뭇거림이 대폭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도 로봇팔에 있는 센서를 활용해 환자에게 움직임의 결과를 알려주려는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은 체감각 피질로 정보를 직접 보내지 않고 팔 또는 몸의 다른 부위로 전기자극을 보냈기 때문에 조종하는 사람이 전기자극 패턴에 익숙해지는 훈련기간이 필요했다. 간트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은 전기적 자극을 원래 손의 체감각을 처리하는 두뇌 부위에 직접 전달했기 때문에 별도의 훈련기간 없이 즉각적이고 몰입적으로 로봇팔 제어 성능을 향상할 수 있었다. 실제 손에 물체가 닿았을 때 뇌에 발생한 신호와 인공적으로 가한 전기자극은 신호의 형태가 다르지만, 적당한 두뇌 영역에 자극이 주어진 것만으로도 인간이 이를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 특히 놀랍다.

로봇의 조종사가 로봇을 조종할 뿐 아니라 로봇이 느끼는 충격이나 통증도 공유한다는 설정은 만화나 영화에서는 낯설지 않다. 여러 과학 분야의 동시 발전은 신경과학적인 이해와 이에 기반한 공학적 구현이 연이어 일어날 수 있게 했고, 상상 속의 설정과 현실의 간격은 점점 좁혀지고 있다. 감각에 대한 이해 중 여러 부분이 아직 구현되지 않았고 공학적 최신 기술도 이 분야에 사용되지 않은 것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뇌와 컴퓨터 접속 기술을 이용한 조종 기술이 얼마나 더 발전할지 기대가 커진다.

최한경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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