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연료 '현지 조달' 실험 성공 땐 우주 로켓 '편도용 연료'만 싣고 쏜다

이정호 기자 2021. 5. 3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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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서 산소 추출 기술 첫 성공
목성 위성선 '연료 보급소' 추진
로켓 발사 비용 크게 절감 기대

[경향신문]

1972년 12월 달 표면에 내린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 해리슨 슈미트. 발과 정강이에 달 먼지인 ‘레골리스’가 잔뜩 붙어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최근 각국의 우주개발이 빠르게 진척되면서 지구 밖 천체에서 인간이 장기 체류할 수 있도록 산소와 로켓 연료를 ‘현지 조달’하는 기술에 속도가 붙고 있다. 산소와 연료를 왕복이 아니라 편도행으로 쓸 만큼만 실어 지구를 ‘가볍게’ 떠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이렇게 되면 로켓 발사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지난달 화성에서 관련 실험이 성공한 데 이어 달은 물론 목성 위성 ‘타이탄’을 겨냥해서도 현지 조달을 목표로 한 기술이 잇따라 고안되고 있다.

올해 2월 화성에 착륙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상탐사로버 ‘퍼서비어런스’는 동체에 탑재한 ‘화성 산소 현장활용 실험장치(MOXIE)’를 이용해 지난달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 밖에서 산소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화성 대기 중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뽑아낸 것이다. 한 시간 동안 산소 5.4g을 생산했는데, 우주비행사 한 명이 10분간 호흡할 양이다. 산소는 로켓에 불을 붙이기 위한 산화제로도 다량 사용된다. 기술이 충분히 발전한다면 지구로 돌아가는 로켓 산화제에는 ‘메이드 인 마스(Mars·화성)’ 딱지가 붙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달에서도 산소를 뽑아 쓰는 연구가 진행 중이어서 주목된다. 유럽우주국(ESA) 지원을 받는 신생기업 ‘스페이스 애플리케이션 서비스(SAS)’가 이달 중순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내놨다. 이 장치가 만드는 산소는 ‘레골리스’라고 부르는 달의 먼지에서 뽑아낸다. 먼지라고는 하지만 주로 월면에 깔린 토양을 일컫는다.

레골리스는 전체 성분의 최대 45%가 산소로 구성된 독특한 광물이다. 회사 측은 레골리스를 반응장치 속에서 전기분해해 산소를 분리할 계획이다. 산소를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인 금속물질은 달 기지 건설을 위한 자재로 활용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첫 산소 생산을 2025년으로 잡았다.

목성 위성 타이탄에선 더 대담한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 타이탄의 바다를 연료 보급소로 이용하려는 것이다. 타이탄 표면은 영하 179도에 이를 정도로 추운데, 이 때문에 여기엔 액체 메탄이 일렁이는 바다와 호수가 도처에 있다. 수심이 최소 300m에 이르기도 한다. 풍부한 액체 메탄을 퍼올려 로켓 연료로 쓰려는 것이다. 메탄은 지구의 상용로켓에서 이미 연료로 사용된다.

이 연구는 NASA가 모험적인 아이디어에 재정지원을 하는 특별 프로그램의 일부이며, 올해 3월부터 본격 추진되고 있다.

연구를 이끄는 스티븐 올레슨 NASA 컴패스연구소장은 미국 우주매체 스페이스닷컴을 통해 “타이탄에서 로켓 연료를 생산하는 데에는 화학적인 처리 과정이 필요 없다”며 “펌프와 파이프만 있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로켓의 짐을 줄이는 전략을 세운 과학계의 행보가 인간의 우주진출을 얼마나 앞당길지 주목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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