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 기업 노동 실태 드러낸 네이버 직원의 죽음

2021. 5. 3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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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네이버 본사에 근무하던 40대 직원이 지난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네이버 노조는 “고인이 생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위계에 의한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명백한 업무상 재해”라고 밝혔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이번 사안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국내 대표적 IT 기업 내에서 폭력적인 직장 갑질이 벌어지고 있었다니 실망스럽고 충격적이다.

이 사건 후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이런 일이 비단 네이버만의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카카오 등 IT 기업 직장문화에 대한 불만의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IT 기업 내부의 극단적인 성과주의로 해당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제품 출시에 맞춰 야근과 특근이 반복되는 고강도 노동이 문제가 된 게임업계를 떠올리게 한다. 선망의 대상인 IT·게임 기업에서 노동자들이 부당 노동 행위에 시달리는 것이다.

네이버 회사 측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노조도 “인사 제도의 결함으로 인해 고인이 힘든 상황을 토로하지 못하고 안타까운 선택을 한 부분이 있다면 회사가 개선하도록 요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약속대로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다른 기업들도 IT산업의 특성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이 용인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회는 직장에서 지위를 이용해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2019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회사 또는 관계기관에 신고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신고를 해도 거꾸로 보복갑질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 충북 음성군 병원 구내식당에서 일한 피해자 A씨는 관리자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신고했지만, 무단 결근을 이유로 퇴사처리됐다. 최근 이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내린 업체 대표이사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직장 내 괴롭힘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징역형을 내린 첫 사례이다. 직장 갑질에 대한 엄정 대응이 필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은 묵과할 수 없는 범죄행위다. 기업이 앞장서 노동자를 존중하는 일터가 되도록 해야 하며, 노동청도 괴롭힘 신고 피해자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적극 개입해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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