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나는 '배구 여제' 김연경..V리그의 봄날은 간다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입력 2021. 5. 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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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의 중국행 계약 소식 언론 보도로 접해..양측 갈등의 골 여전해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배구 여제'의 선택은 다시 해외로 나가는 것이었다. 김연경(33)은 지난해 11년 만에 국내 프로배구리그(V리그)에 복귀해 올 시즌 MVP 영예까지 안았지만, 시즌 종료 후 결국 중국리그를 택했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던 그는 왜 다시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을까.

1월31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흥국생명 김연경이 공격하고 있다.ⓒ연합뉴스

흥국생명과 거리 두는 김연경

2020~21 시즌 국내 여자배구는 '김연경'이라는 세계 배구의 거물을 앞세워 흥행 가도를 달렸다. 김연경은 지상파 예능 출연을 통해 배구팬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눈길까지 사로잡았던 터. 김연경의 흥국생명 복귀 효과로 V리그 여자부 평균 시청률은 1.29%(남자부는 0.81%)까지 치솟았다. 2005년 출범 이후 역대 최고 시청률이었다. 3월30일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이 맞붙은 챔피언 결정 3차전은 순간 시청률이 4.73%에 이르기도 했다. 가히 프로야구에 맞먹는 인기였다. 여자배구 최고 시청률 1~5위 모두를 흥국생명 경기가 차지했다. 김연경은 정규리그 우승팀(GS칼텍스) 소속이 아니었어도 기자단 투표에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그만큼 파괴력 넘치는 공격력을 선보였다. 

여자배구에 봄이 온 듯했으나 김연경은 뜻밖의 결정을 했다. 중국리그 상하이 유베스트와 최근 입단 계약에 합의한 것이다. 상하이 구단은 2017~18 시즌 김연경이 몸담았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시즌이 끝난 뒤 상하이 구단은 계약 연장을 원했으나, 김연경은 터키리그를 택했다. 

김연경의 중국행은 다분히 의도된 바가 있다. 코로나19로 중국리그는 올해도 단축 시즌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짙다. 지난해에도 11월 개막해 12월까지 40일 정도만 시즌이 치러졌다. 시즌 전 팀에 합류해 다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시간까지 포함해도 2~3개월 정도만 중국에 머무르면 된다. 단기 계약이지만 대우는 꽤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경 측과 가까운 인사는 "국내 선수 최고 대우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중국리그의 경우 달러로 연봉을 지급하는데, 50만 달러 안팎을 받는 것으로 추측된다. 

국내 복귀 전 뛰었던 터키리그에서도 관심을 보였으나, 터키 현지 경제 사정이 고려됐다. 코로나19 탓에 배구단 모기업들의 재정 상황이 아주 안 좋다. 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해 연봉 면에서 메리트가 없어진 면도 있다. 김연경은 터키리그에서 뛸 당시 세계 톱 클래스 수준인 18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은 바 있다. 한국에서는 샐러리캡 등의 영향으로 스스로 양보해 3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아들였다. 

중국리그가 예상대로 단기 시즌으로 진행되면 김연경은 1월 이후 이탈리아리그 진출 등을 노릴 수 있다. 올해 출범한 미국리그 진출도 충분히 가능하다. 김연경은 여전히 월드 톱클래스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연경은 왜 흥국생명을 떠날 결심을 했을까. 김연경 측이 확실하게 밝히고 있지 않지만, 추측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김연경은 지난 시즌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시즌 도중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와의 불화가 표면 위로 드러났고, 설상가상으로 이들의 과거 학교폭력 사실이 폭로되면서 시즌 막판에 이르러 혼자 팀을 이끌어야만 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흥국생명은 2020~21 시즌 직전만 해도 '흥벤져스'로 불렸으나, 여름 컵대회는 물론 정규리그 우승이나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11년 만에 굳은 결심으로 택한 국내행은 생채기만 가득 남기고 새드 엔딩으로 끝났다. 이 때문에 김연경으로서는 일정 기간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김연경은 챔프전이 끝난 직후 인터뷰에서 "시즌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언론에 보도된 것 이상으로 김연경은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있는 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흥국생명이 다음 시즌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은 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김연경으로서는 껄끄러울 수 있다. 

2012 런던올림픽 때 함께 4강 신화를 썼던 김형실 감독이 이끄는 신생구단 페퍼저축은행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으나, 김연경은 현재 흥국생명에 '묶인' 몸이다. 국외 리그로는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으나 국내 리그 다른 팀으로 가려면 흥국생명에서 1년간 더 뛰어야만 한다. 김연경 측 관계자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면 국내 이적의 자유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1년이라는 시간 때문에 제소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흥국생명이 대승적 결단을 내려 중국행을 택한 김연경을 '임대 신분'으로 해 준다면 흥국생명에서 1년간 더 뛸 의무는 사라진다. 임대 기간도 국내 시즌을 채운 것으로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양보해 줄 리 만무하다. 김연경은 팀 우승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특급 전력이다. 복귀 이전처럼 임대보다는 임의탈퇴 신분으로 묶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리그가 빨리 끝날 경우 흥국생명이 김연경 측과 다시 합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1월이면 정규리그 순위 싸움이 한창 치열할 때다. 순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을 때 우승 청부사로 김연경을 영입하면 흥국생명은 전력 보강을 확실히 할 수 있다. 김연경이 흥국생명을 정상에 올려놓고 국내 타 구단으로 이적하는 것도 꽤 괜찮은 그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상하이 구단과의 계약 소식 자체도 언론 보도로 맨 처음 접했던 흥국생명이다. 2013년 국외 리그 이적을 놓고 빚었던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연경이 2020년 2월20일 터키로 출국하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도쿄올림픽은 마지막 올림픽"…일단은 올림픽에만 집중할 듯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은 김연경은 현재 이탈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출전하고 있다. 5월21일 오전 이탈리아로 출국하기 전 김연경은 "도쿄올림픽은 (내 인생의) 마지막 올림픽이다. 메달 획득으로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도쿄올림픽에서 44년 만에 메달을 노리고 있다. 올림픽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는 6월25일까지 꽤 오랜 기간 진행된다. 김연경으로서는 유럽 구단들을 상대로 건재를 과시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중국리그 이후의 로드맵을 나름 구상할 수도 있다.

다음 시즌 중간 기착지인 중국리그 이후 김연경은 어느 리그로 향할까. 늘 그래왔듯이 '배구여제'이기에 스스로 길을 개척할 것이란 전망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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