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병은 현대판 노예, 조교는 훈련병 눈치보는 군대"
■ ‘코로나 군번’ 처우·인권 개선 요구
육군훈련소 조리병·조교들도 SNS에 “코로나로 우리는 더 고되다” 분노의 댓글 행렬
취사병, 29일 “부실급식 문제로 업무 가중 고되지만 휴가 제대로 못간다” 하소연
조교, 26일 “조교 앞에 있어도 욕설 일삼는 훈련병 태반, 훈련병들 눈치보기 바쁜 군대” 군기강 한탄
“요즘 부실급식 문제로 취사병(‘조리병’의 옛 명칭)들이 전보다 업무가 가중돼서 더 고됩니다.취사병들도 군인입니다.”
육군훈련소에 근무하는 A조리병은 지난 29일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에 ‘육군훈련소에 근무하는 취사병’을 대표해 인권·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 26일에는 육군훈련소 B조교가 비슷한 이유로 인권·처우 개선 요구 글을 ‘육대전’에 제보한 데 이어 ‘코로나 군번’ 조리병과 조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업무 가중과 군 기강 해이로 인한 잡일 증가 등으로 이중 삼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조리병·조교도 훈련병·신병과 똑같은 대한민국 군인”이라며 처우·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분노의 제보가 빗발치고 있다.
◆‘코로나 군번’ 훈련소 조리병 “우리 처지는 더 열악한데도 휴가도 제대로 못간다” 불만 표출
‘코로나 군번’은 코로나 19가 발발한 2020년, 2021년 입대한 병사들을 일컫는다.조리병, 조교들도 훈련병· 신병들처럼 군과 정부의 코로나19 휴가 후 격리조치 업부과중에 따른 제도개선 미비의 피해자인데도 지휘관들은 부실급식 문제를 폭로한 훈련병·신병의 인권·처우개선에 신경쓸 뿐 정작 그들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한 자신들은 휴가도 제대로 못가는데도 처우개선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 지휘관 등 상부에 대한 ‘원망’을 SNS를 통해 표출하게 된 것이다.
A조리병은 “육군훈련소 취사병은 12∼14명의 인원이 최대 3000인분의 밥을 책임진다”며 “육군훈련소는 타부대 조리병들과 달리 1주일에 5번 부식 수령도 조리병이 직접 간다”고 항변했다. 월·수·목 금은 직접 보급대로 가서 3000인분 부식을 트럭에 직접 싣고 오는 데 비해 다른부대는 별도 보급병이 취사장으로 가져다 준다고 소개했다. A조리병은 “3000인분의 양이니 부식양도 어마어마해서 5t 트럭에 고기류와 채소등으로 매일 꽉 찰 정도이고,화요일은 쌀, 목요일은 일종보급품 수령등으로 취사병이지만 상·하차(차에서 내리고 올림)까지 한다”며 “요즘 부실급식 문제로 취사병들이 전보다 업무가 가중돼 더 고되다”고 하소연했다.그는 “조교들과 같은 문제로 저희도 후방이라는 이유로 휴가를 적게 주며, 군생활 1년 넘게 하는 동안 포상을 받는 경우는 전 취사병 통틀어 한두번 정도밖에 보지 못했다”며 “저희가 쉬지 못하고 1년 365일 근무하고 보급병 임무인 부식수령도 하는 것에 대해, 월급을 더 주거나 다른 보상을 줄 수 없으면 휴가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이어 “타 부대는 초과근무나 다른 형태로 병사들에게 코로나 위로외에도 많은 포상휴가등으로 총 휴가 70일 이상으로 알고있는데,저희는 휴가가 코로나 위로휴가와 연가 포함 평균 60일정도”라고 덧붙였다.A조리병은 “휴가는 군대에서 유일하게 줄 수 있는 노동의 보상인데도 ,설문등을 통해 고충을 토로해도 지휘관들은 ‘너희만큼 휴가 많은 곳 못봤다’고 한다”며 휴가 개선을 요구했다.
앞서 육군 조리병을 군에 보낸 한 부모는 ‘한시도 편할날 없는 조리병 가족’이라 소개한 언론 제보 글에서 “조리, 식사 후 처리, 부식차 상하차 작업, 식자재 재고 조사 등 새벽 4시반에서 저녁 8시까지 과중된 업무를 수행하는 조리병은 군인이기에 앞서 최소한의 휴일을 보장 받아야만 하는 인간”이라며 “특히 코로나 군번의 조리병들은 현대판 노예나 다름없다”고 처우개선을 요구하자 군 당국이 실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훈련소 조교 “상관은 훈련병들 비위 맞추기 급급…조교는 훈련병들 눈치보기 바쁜 군대” 군 기강 해이 질타
지난 16일 육군훈련소 B조교는 ‘육대전’에 올린 글에서 “훈련병들이 이제는 일과 시간에 조교가 생활관에 들어오든 말든 누워있다”며 “조교가 앞에 있어도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일삼는 훈련병이 태반이며, 상관들이 조교들 인권은 신경써주지 않으면서 훈련병들 눈치보기 바쁜 곳이 됐다”고도 한탄했다. 부실급식 폭로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군지휘부가 제대로 된 군인을 만들기보다 훈련병들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예비역 장성은 “조교의 말이 사실이라면 ‘당나라 군대’로 전락한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군 기강 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B조교는 “조교 4명이 훈련병 240명을 맡는 등 하루 17시간 넘는 격무에 시달린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조교들이 200명 넘는 훈련병 식사를 끼니마다 막사로 운반하며 ,화장실 등 시설물을 1개 생활관이 이용할 때마다 매번 소독한다”며 “훈련병 취침 상태 확인 후 다음 날 일정 결산한 뒤 오후 10시 이후 샤워, 오후 11시가 돼야 잠든다”고 훈련병들보다 더 고충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B 조교 주장에 따르면 조교에게 쏟아지는 잡무는 상상을 초월한다. 정량 배식을 위해 반찬 등을 저울에 재며 배식에 신경 써야 하고,훈련병 고충 청취,아픈 훈련병 약을 주거나 의무실·병원 호송,충성클럽(PX)·전화·세탁·적금 신청 등 안내,종교 활동 인솔,보급품 사이즈 조사 후 지급 ,신체·혈액·인성 검사 등 하는 일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교 처우 개선 제보 직후 다음날인 지난 27일 육군훈련소장이 조교(분대장)들을 대상으로 처우 개선 조교들 의견 수렴에 나섰다. 육군은 “전 장병 기본권과 인권 개선을 위해 훈련병을 포함해 훈련소 전장병 의견 수렴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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