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송일준, '나주수첩' PD로 나선 사연

정철운 기자 2021. 5. 2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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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MBC 입사. 도쿄 PD특파원 시절 '의인' 이수현씨 사건 방송사 최초 보도. 한국PD연합회장을 거쳐 MBC사장 도전, 그리고 3년 임기의 광주MBC사장까지. 37년간 MBC에 몸담았던 시간을 마무리한 송일준 전 사장은 곧바로 부인과 함께 제주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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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간 '제주도 한 달 살기' 펴낸 송일준 전 광주MBC 사장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1984년 MBC 입사. 도쿄 PD특파원 시절 '의인' 이수현씨 사건 방송사 최초 보도. 일본 조선인 마을 '우토로' 방송사 최초 보도. PD수첩 '광우병' 편으로 검찰 체포, 이후 무죄 판결. 한국PD연합회장을 거쳐 MBC사장 도전, 그리고 3년 임기의 광주MBC사장까지…. 37년간 MBC에 몸담았던 시간을 마무리한 송일준 전 사장은 곧바로 부인과 함께 제주도로 향했다.

“한 달 이상 현지에 살며 여행한 것은 처음이다. 나와 아내에 대한 선물이었다. 조금 더 많이 걷고, 더 자세히 보고 싶었다. 서점에서 제주도史 책도 사고, 제주도의 전설도 공부하며 곳곳을 누볐다. 매일 페이스북에 다이어리 쓰듯이 여행을 기록했다. 보고 느낀 모든 것이 소중한 콘텐츠인데, 그걸 흘려보내는 게 너무 아까웠다.” 26일 만난 송 전 사장의 말이다.

처음부터 책을 낼 생각은 없었다. 페이스북을 보고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고 했다. 제주도에서 블루투스 자판기를 샀다. 기록은 더 꼼꼼해졌다. 그렇게 34일간 제주도와 함께했다. 오름의 오름, '거문오름'을 가려고 했는데 실수로 '검은오름'을 가버린 이야기부터 제주도 사람들이 '뭍사람들'에게 배타적일 수밖에 없는 사연, 4·3의 흔적도 보고 들은 그대로 담았다. '한 달 살기'를 위한 구체적인 팁(TIP)부터 여행 도중의 불편한 경험까지 날 것 그대로 담겨 현실감 있다.

▲신간 '송일준 PD 제주도 한 달 살기'. 부제는 'PD의 시선으로 본 제주 탐방 다이어리'다. 스타북스. 1만6000원.

신간 '제주도 한 달 살기'는 그렇게 27일 서점에 풀렸다. 송일준 전 사장은 책에서 “수십년 가족과 회사를 위해 일하다 퇴직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수많은 베이비부머들이여. 제주도 한 달 살기. 생각이 있다면 바로 실행하시라. 가슴이 아니라 다리만 떨리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 움직일 수 있을 때 실컷 여행하시라”고 충고한다. 그는 광주MBC 사장 시절에도 외제차를 타고 골프를 즐기는 대신 시간이 될 때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전라남도 구석구석을 누볐다. 보고 느낀 것들은 그대로 공영방송 콘텐츠로 구현하고자 했다.

광주MBC는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평가에서 TV부분 지역사 1위를 차지했다. 다큐멘터리 '핑크피쉬'는 방송대상을 비롯해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받았다. 그는 재임 시절 성과를 두고 “지역성을 가지면서 보편적으로 전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콘텐츠가 중요하고, 공영방송 위상과 영향력에 맞게 지역에 보탬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핑크피쉬'는 전라도 하면 떠오르는 홍어에 대한 이야기다. “전라도를 혐오하는 상징으로 악용하는 현실을 점잖게 비판하고 싶었고, 홍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싶었다”고 했다. “홍어에는 기생충이 없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홍어가 권력 있는 사람이 먹는 음식으로 격상했다”, “홍어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 한동안 그의 '홍어 강의'가 이어졌다.

사장으로서의 3년은 최선을 다한 시간들이었다. 나주정미소 창고를 문화 콘서트가 가능한 '난장 곡간'으로 고쳤고, 담양에 LP뮤지엄을 세우는데도 역할을 했다. 광주시 양림동에는 라디오 생방송을 볼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를 세워 지역 활성화에 나섰다. 그는 “요즘 지역의 화두는 도시재생과 지역 활성화인데, 결국 콘텐츠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방송을 가리켜 “디지털 시대가 개막하면서 서울에 있느냐 지역에 있느냐가 의미 없는 시대다. 자원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고, 콘텐츠 아카이브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광주MBC는 2019년 스마트미디어사업단을 만들어 유튜브 오리지널 채널을 만들기 시작했다. 2018년에 비해 2020년 유튜브 관련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익숙한 지상파PD 문법에서 벗어나 디지털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사람을 뽑아야 한다. 디지털콘텐츠PD가 돈을 벌어다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일준 전 광주MBC 사장. ⓒ송일준 제공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나주 수첩'을 연재하고 있다. 얼마 전 나주에 집도 구했다. 그는 “나주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중에 책으로 엮어볼 생각이다. 나주에서 만났던 모든 것이 콘텐츠”라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을 보낸 나주의 변화에 기여하고 싶다. 친구들이 있는 나주에서, 서울과 지역의 간극을 메우는 데 60대를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PD(프로듀서)는 디자이너이고, 설계자다. 나는 여전히 PD의 삶을 살고 있다”고 힘주어 강조하기도 했다.

2009년 이명박정부 언론탄압으로 48시간 동안 유치장에 구금되어 있었던 경험마저 소중하다는 그는 만남 내내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가득했다. 송 전 사장은 “책이 좀 팔려서 지역에서 좋은 일 할 수 있게끔 돈을 좀 벌고 싶다”며 웃은 뒤 “등산-막걸리-지하철로 이어지는 은퇴 이후 삶보다는, 한 번 살다 가는 것 이왕이면 선한 영향력을 최대한 남기고 싶다”고 했다. 1957년생인 그는, 서울 종로에서의 인터뷰를 마치고 도로 한 켠에 세워둔 자신의 오토바이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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