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성립요건은?"

인터넷이 생활에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자리 잡은 이래, 우리는 뉴스 등 미디어를 통해 심심치 않게 ‘A가 B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C가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받았다’라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명예훼손과 모욕은 형법으로 각각 제307조 명예훼손죄, 제311조 모욕죄로 규정하여 처벌하고 있다.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돼 있으며,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더욱이 명예훼손의 경우 내용이 사실이 아닌 허위라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을 만큼 단순히 말이나 글로도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사회적 존재이며 승인 욕구를 가진다.

사회적 평가에 해가 될 수 있는 치부는 숨기려 하며, 득이 될 수 있다면 알리려 한다.

따라서 자신에 대한 인격적 가치와 사회의 평가가 타인에 의해 훼손된다면 피해를 받았다 생각할 수밖에 없으며, 명예의 훼손, 모욕으로 인한 피해의 정도가 지나치면 법에 호소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구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의 사례를 들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한다거나, 상대적으로 힘을 가진 쪽이 남용하기 때문에 법안의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도 많으나, 이에 대해 진주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이자 국선 변호인으로 활동 중인 김종현 변호사는 “논란이 많은 것도 사실이나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보호하기 위한 규범으로 이해를 하면 필요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각 죄의 근거가 되는 형법 제307조, 제311조의 조문을 살펴보면 ‘공연히’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모두 사람의 사회적 평가에 해를 입히는 것으로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당사자 간에만 이루어졌다면 사회적 평가에 영향이 있을 수 없으므로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즉, 사적인 장소에서 양 당사자의 사이에서만 오간 대화라면 심한 욕설을 하거나 비판, 비난이 있었다 하더라도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

김종현 변호사는 “제3자인 다수가 있는 공간이 아닌 당사자 사이에서만 있었던 대화로 기분이 나쁠 수는 있으나 이것이 사회적 평가의 저하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어 그런 상황에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혐의를 적용할 수는 없고, 그 대화의 내용에 따라 협박 등 다른 혐의를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을 이었다.

마찬가지로 반대의 경우, 사실을 적시한 상대방이 특정한 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내용을 들은 사람이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하게 된다면 이는 ‘공연히’라는 요건- 즉 공연성이 충족된다는 ‘전파성 이론’에 의하면 때에 따라서는 범죄 행위로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김종현 변호사 [사진=반도종합법률사무소]

김종현 변호사는 지난해에 부하 직원의 외모를 보고 ‘확찐자’라고 말한 공무원의 고소 건에 대해 경찰이 모욕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자체 결론을 내리고 불기소 처분한 사례를 들며 “어떤 표현이 거칠고 무례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줬다고 해도, 그 내용으로 인해 사회적 평가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모욕이라 할 수 없어 경찰은 당연한 판단을 한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확찐자가 코로나19 공포로 바깥 활동을 하지 않아 ‘살이 급격하게 찐’ 사람을 이르거나 놀릴 때 사용하는 신조어로 당사자의 사회적 평가가 그로 인해 저하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종현 변호사는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로 고소를 진행하려고 법률 상담을 위해 형사전문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실제로는 성립요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로 무작정 고소 고발을 하는 것보다는 법리적 해석과 함께 이전 판례들을 면밀히 살펴 명예훼손죄의 성립요건, 모욕죄의 성립요건을 잘 따져보고 그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세치 혀로 사람죽인다 등 말로서 가하는 폭력은 때로 물리적인 폭력보다 더 피해자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김종현 반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제40기 사법연수원 수료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진주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한국자산관리공사 고문변호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 ▲진주지원 국선변호인 ▲대법원 국선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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