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아트어택]①주식도 코인도 아니다..이젠 '미술'

오현주 입력 2021. 5. 28.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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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유 작가님 작품을 들였습니다" "오늘 케이옥션에서 이배 작가님 그림이 8000만원에 낙찰됐네요" "아트부산에서 허경애 작가님 100호 작품 들였습니다" "드디어 그림 설치했어요 이건용·최영욱 작가" "충동 초보 컬렉터의 소장품 소개합니다" "정영주 작가님 그림, 대기 말고 구할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등등.

데미안 허스트, 멜 보크너, 쿠사마 야오이, 이우환, 김창열, 김태호, 이배, 이수동, 김동유, 이건용, 최영욱, 도성욱, 문형태, 콰야, 이지은, 한재혁. 어느 미술관이 작성한 미술인 리스트라 할 법한 이름들이 오늘 먹은 점심메뉴처럼 가볍게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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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테크'에 뛰어든 MZ세대
화랑가 넘어 SNS 실시간 정보공유
전통 컬렉터의 고전적 방식 탈피해
공동구매·조각투자..감상서 재테크
아트부산·화랑미술제 신기록 줄줄
미술시장이 반전한 건 올 초. 슬슬 불던 훈풍이 이젠 열풍으로 휘몰아치는 중이다. ‘큰손’의 지갑에 희비가 갈렸던 이전과는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 시장을 주도하는 ‘뉴페이스’가 보인다는 건데, MZ세대 라고도 불리는‘2030세대’다(이미지=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김동유 작가님 작품을 들였습니다” “오늘 케이옥션에서 이배 작가님 그림이 8000만원에 낙찰됐네요” “아트부산에서 허경애 작가님 100호 작품 들였습니다” “드디어 그림 설치했어요 이건용·최영욱 작가” “충동 초보 컬렉터의 소장품 소개합니다” “정영주 작가님 그림, 대기 말고 구할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등등.

데미안 허스트, 멜 보크너, 쿠사마 야오이, 이우환, 김창열, 김태호, 이배, 이수동, 김동유, 이건용, 최영욱, 도성욱, 문형태, 콰야, 이지은, 한재혁…. 어느 미술관이 작성한 미술인 리스트라 할 법한 이름들이 오늘 먹은 점심메뉴처럼 가볍게 떠다닌다. 조금 전 끝난 경매결과가 기사보다 먼저 올라오기도 하고 “결과가 놀랍다”는 평가도 달렸다. 어느 작가의 어느 작품을 얼마에 샀고, 어떤 전시를 돌아봤다는 스토리도 시시콜콜하다. ‘미술시장에 뛰어든 젊은 세대’의 실체가 제대로 보이는 여기는 네이버카페 ‘직장인 컬렉터 되다’다. ‘현대미술을 사랑하고 컬렉팅 혹은 컬렉팅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회원 수는 6000여명. 불과 4개월 사이에 2000명 이상 늘었다.

‘나흘 동안 8만명이 들러 350억원어치를 싹쓸이.’ 백화점 정기세일보다 핫 했던 최근 ‘아트부산’ 현장에서 팔려나간 ‘350억원어치’는 명품백도, 생필품도 아닌 미술품이다. 지난 3월 서울서 연 ‘화랑미술제’ 역시 분위기는 다르지 않았다. 닷새 동안 방문객 4만 8000여명이 찾았고, 이들은 72억원어치 미술품을 사들여 ‘역대 최대’란 기록을 기어이 만들었다.

2017년 4942억원이던 거래규모를 반토막 내며 날개 없이 추락하던 미술시장이 반전한 건 올 초부터다. ‘훈풍’이란 말도 조심스러웠던 그 시장에 지난 몇 달 새 뜨거운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그렇다고 ‘기록적 수치’만 들여다볼 게 아니다. 이제껏 ‘큰손’의 지갑이 얼마만큼 열리느냐에 희비가 갈렸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바람의 방향을 훈풍에서 열풍으로 뒤바꾼 ‘뉴페이스’가 보인다는 건데. ‘2030세대’다. 이들이 미술시장에 뛰어들면서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는 뜻이다. ‘MZ세대’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20대와 30대, 좀더 넓게는 40대 초반까지 아우른다.

‘컬렉터’ 하면 연상되던 고전적 방식을 탈피한다는 게 특징이다. 드러내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사들이고 더 은밀하게 내다 팔던 선배들과는 달리 드러내놓고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사고판다. 화랑가의 ‘고객’이란 타이틀도 내려놨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고 SNS로 공유하고 발로 뛴다. 아트페어를 비롯해 갤러리를 돌며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작품을 골라 구입한다. 언감생심 꿈도 못 꾸던 대가들의 작품을 감히 조각조각 내 나눠 갖는 방식도 이들이 찾아냈다. 결정적으론 미술품이 ‘감상만이 아닌 재테크 대상’이란 것. 주식과 코인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투자의 맛’을 봤던 2030세대가 옮겨간 다음 타깃이 미술품이란 뜻이다.

김윤섭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는 “2030의 미술시장 진입을 생활 전반에 대한 방식, 문화에 대한 시스템 등 전환기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며 “생계형이 아닌 마치 게임처럼 즐기듯 미술품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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