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비행기는 배터리가 너무 무거워.. '수소 비행기'가 뜬다

김지섭 기자 입력 2021. 5. 28. 03:02 수정 2021. 11. 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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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친환경 비행기' 개발 붐

‘제트여객기 285g, 버스 68g, 기차 14g.’

유럽환경청(EEA)이 분석한 각 운송수단의 1㎞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다. 비행기가 버스의 4배, 기차의 20배에 달한다. 승객 1인당 배출량으로 따지면 그 격차는 더 커진다. 이 때문에 최근 ‘탄소 제로(0)화’ 열풍 속에 항공 분야에서도 ‘친환경 비행기’ 개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항공 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율(3~4%)은 미미하지만, 1대당 배출량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중 대세로 떠오른 것이 수소 연료 전지(hydrogen fuel cell) 기반의 전기 비행기, 이른바 ‘수소 비행기’다. 세계 양대 항공기 업체인 미국 보잉(Boeing)과 유럽 에어버스(Airbus)는 물론, 스타트업들도 수소 비행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향후 5년 내 수소가 제트 연료(등유)보다 저렴해지면 수소 비행기가 기존 항공기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에어버스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수소 연료 전지 여객기’의 콘셉트 모델
영국 스타트업 ‘제로아비아’가 개발한 6인승 수소 비행기
에어버스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수소 연료 전지 여객기’의 콘셉트 모델(첫번째)과 영국 스타트업 ‘제로아비아’가 개발한 6인승 수소 비행기(두번째). 에어버스는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수소 비행기에 초전도 모터를 적용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미국 스타트업 ‘유니버설 하이드로젠’은 캡슐형 수소 연료 탱크를 건전지처럼 교체해 넣는 방식으로 빠르고 편리하게 연료를 넣을 수 있는 수소 비행기 기술(세번째)을 개발하고 있다. / 각 사 홈페이지

◇전기 비행기 대안으로 급부상

내연기관 차를 대신해 전기차가 등장한 것처럼, 항공 분야도 초기엔 배터리 기반의 전기 비행기가 주목받았다. 보잉이 2008년 리튬 이온 배터리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항공기를 선보였고, 에어버스는 2014년 시험용 2인승 전기 비행기 ‘이팬(e-fan)’을 선보였다.

배터리 기반의 전기 비행기는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무게가 지나치게 무겁다는 것이다. 영국 러프버러대 연구에 따르면 제트 연료 1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전기 배터리에 담으려면 30t의 리튬 이온 전지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존 항공기에 비해 항속 거리나 승객·화물 탑재량에서 큰 손실을 본다. 연구진은 “1회 비행에 600명의 승객과 화물을 싣는 에어버스 A380이 전기 엔진을 달면 1000㎞밖에 날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제트 엔진의 항속 거리(1만5000km)의 15분의 1에 불과하다.

이를 극복할 대안이 수소 연료 전지다. 수소 연료 전지 기반의 동력 시스템은 리튬 배터리 기반과 비교해 무게가 절반 이하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18t급 트럭의 동력 시스템을 디젤 엔진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 기반의 전기차로 바꾸면 2.5t이던 동력 시스템 중량이 4.5~5.5t으로 최대 220% 늘어나지만, 수소 연료 전지 기반으로 바꾸면 디젤 대비 72~84%로 오히려 줄어든다.

이렇게 높은 무게 대비 효율 덕분에 수소 비행기 개발 붐이 불었다. 에어버스가 지난해 9월 “수소 연료 전지 기반 전기 비행기를 2035년까지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 보잉도 미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스타트업 중엔 영국의 제로아비아가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6인승 상업용 수소 비행기를 띄우는 데 성공했고, 이후 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달 230억원을 투자받은 미국 스타트업 ‘유니버설 하이드로젠’도 1120㎞를 날 수 있는 40~60석 크기의 수소 비행기를 개발 중이다. 세계 최대 항공방산업체 레이시온테크놀로지스의 그레고리 하예스 CEO(최고경영자)는 “다른 획기적 배터리 기술이 나오지 않는 한, 수소 비행기가 미래 친환경 항공 기술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전도 모터로 더 가볍고 빠르게

수소 비행기의 수소 연료 전지는 수소 전기차에 쓰이는 것과 동일하다. 수소 저장 탱크에서 나온 수소가 연료 전지의 촉매를 지나면서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물이 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의 일부가 전기로 바뀐다. 이 전기가 배터리를 거쳐 수소 비행기의 엔진(모터)을 돌린다.

수소 비행기는 여기서 한 발 더나가 기체가 아닌 액체 상태의 ‘액화 수소’를 사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같은 크기의 탱크에 기체 대신 액화 수소를 넣으면 800배 많은 수소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액화 수소는 수소 가스를 끓는점(영하 252.87도) 이하로 낮춰 만든다.

액체 수소의 낮은 온도를 이용해 수소 비행기에 ‘초전도 모터’를 적용하는 기술도 시도되고 있다. 극저온 상태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체를 사용한 모터다. 같은 출력의 일반 모터와 비교해 무게가 5~6분의 1에 불과하다. 항공기에 쓰면 그만큼 더 멀리, 빠르게 갈 수 있어 큰 이득이다.

특히 액체 수소를 모터의 초전도선에 흘려 기화시키면 자연스럽게 영하 240도 이하의 극저온 상태를 얻을 수 있어 기존 초전도 모터에 달린 무거운 냉각 장치를 생략할 수 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한승용 교수는 “액체 수소와 초전도체는 궁합이 좋다”고 했다. 에어버스가 ‘어센드(ASCEND)’라는 이름의 초전도체 수소 동력 기술을 개발 중이고, 현대차가 플라잉카(flying car) 기술에 수소와 초전도체를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수소 비행기의 상용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작은 용량이라도 별도의 배터리가 필요하고, 연료 전지를 식힐 냉각 시스템도 필요해 여전히 무거운 것이 문제다. 지난달엔 시험 운항 중이던 제로아비아의 수소 비행기가 고장으로 비상 착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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