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 심야 보안 허술 '절도범' 판친다

김은성 기자 2021. 5. 2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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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로 금고 터는 데 2분 ..1시간 새 5곳 같은 피해
점포 내 술판 벌이는 등 방역 위반..기물 파손도 잇따라
CCTV 있지만 24시간 감시 어려워 범죄 예방에 역부족

[경향신문]

지난 9일 과자 등을 판매하는 대전의 무인점포에 20대 남성이 침입해 드라이버로 금고를 연 뒤 현금을 훔쳐 달아났다. 금고를 털어 도주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2분 남짓으로, 불과 1시간 만에 인근 무인점포 5곳이 같은 피해를 입었다. 그로부터 사흘 뒤 대전 서부경찰서는 서울과 대전 등 9개 도시의 무인점포 32곳에서 9500만원가량의 현금을 훔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로 A씨(25)를 체포했다.

최근 심야시간대에 무인점포를 겨냥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매장 출입이 자유롭고 폐쇄회로(CC)TV 외에 별다른 감시장치가 없어 보안이 허술한 점을 노린 것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영업이 활성화되고, 영업비 절감을 위해 직원을 두지 않는 점포가 늘어나면서 전국적으로 관련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범인들 중에는 청소년 등 젊은층이 많다.

지난 2월 경기 성남시에서도 B군(17)을 비롯해 동년배 3명이 특수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분당구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 노루발장도리로 계산기를 부수고 현금을 훔쳐 달아났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새벽에 검은색 패딩과 마스크 차림으로 망보기와 계산기 부수기 등 역할을 나눠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 조사 결과 B군 등은 수도권 일대 무인점포 10여곳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무인점포에 설치된 CCTV는 사업주의 휴대전화에 연결돼 실시간 녹화된다. 하지만 24시간 CCTV를 지켜볼 수 없기 때문에 범죄 예방에는 역부족이다.

한 업주는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을 때 제품 10개만 찍고 3개는 (바코드가) 없는 쪽으로 찍어 계산을 제대로 안 하는 경우도 간간이 있다”면서 “그럴 때는 신고를 해도 피해 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범인 검거에 소홀한 면이 있다. (막상 체포해도) ‘계산기 사용법을 몰랐다’는 이유로 훈방 조치된 적이 많다”고 말했다.

무인점포 안에서 술판을 벌이거나 다툼이 벌어진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서울 은평구의 무인 빨래방에서는 한 남성이 세탁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자를 던지고 세탁기를 부숴 재물손괴 혐의로 체포됐다. 5인 이상이 모이거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장시간 대화를 나누는 등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무인점포가 범죄의 온상이 되자 경찰도 본격적 예방 활동에 나섰다. 집중순찰 장소 지정, 무인점포 범죄예방진단팀 운영, 퇴장 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양심거울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무인점포에 현금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젊은층뿐 아니라 전문 털이범들 사이에서도 표적이 되고 있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인점포의 업종이 빨래, 카페, 아이스크림, 밀키트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는 상황이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절도의 특성상 현행범 검거가 쉽지 않고 경찰의 24시간 감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일부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겠지만 신원확인 장치 등을 설치하는 것도 범죄 예방을 위한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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