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성고, 자발적 '일반고' 전환.."자사고 특수성 사라져"(종합)

장지훈 기자 2021. 5. 2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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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법인 천주교서울대교구, 27일 이사회서 일반고 전환 확정
일반고 전환시 내년 2·3학년 졸업까지 등록금 전액 장학금 지원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 (동성고등학교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서울 종로구 동성고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스스로 반납하고 내년에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학교 측은 자사고 신입생 선발이 전기에서 후기로 바뀌었고 교육과정 자율권 회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블라인드 처리 등 정책 시행으로 인해 자사고가 누린 특수성과 장점이 사라진 것이 일반고 전환의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27일 동성고에 따르면 학교법인 천주교서울대교구는 이날 오후 4시 이사회를 열고 일반고 전환 방안을 의결했다. 서울시교육청에는 다음주 중 자사고 지정취소 신청서를 제출해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기로 했다.

조영관 동성고 교장은 이날 이사회 종료 이후 입장문을 내고 "정치적 구도의 변화와 헌법소원 결과 등에 의해 (자사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지만 여러 상황이 자사고 폐지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자사고로서 누리던 특수성과 장점이 사라졌고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실시,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 학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 등 교육 환경이 자사고 유지에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본교의 정체성과 관련된 것으로 가톨릭 교육철학과 교육이념에 근거해 본교가 추구했던 교육과 학부모가 자사고에 기대하는 교육과의 괴리였다"며 "일반적으로 자사고를 선택하는 학부모는 엄격한 학업 관리를 통해 대입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을 최우선 교육 목표로 삼기를 기대하는데 본교가 추구하는 교육은 그러한 부분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 교장은 "현시점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사고의 옷을 벗을 때, 보다 자율성을 가지고 동성고다운 교육을 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게 된 것"이라며 "학교의 미래와 발전에 대한 학교법인과의 진지한 논의 끝에 다음과 같은 방향에서 자사고에서 일반고로의 전환을 추진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동성고가 일반고 전환 방침을 밝힘에 따라 관련 법령에 따라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 심의와 청문을 거쳐 교육부에 동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동의하면 자사고 지정이 취소돼 일반고로 전환되고 내년도 신입생부터 교육감이 학생을 배정하게 된다.

다만 재학생은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 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자사고 교육과정에 따라 교육을 받는다. 동성고는 일반고 전환시 무상교육을 받는 신입생과 재학생 간 형평성이 어긋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내년에 2·3학년이 되는 재학생 모두에게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동성고의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면 서울에서 7번째로 일반고로 전환한 자사고가 된다. 2012년 동양고를 시작으로 용문고(2013년), 미림여고·우신고(2016년), 대성고·경문고(2019년)가 앞서 일반고로 전환했다.

동성고는 지난 2019년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운영성과(재지정) 평가를 통과했으나 신입생 모집 경쟁률 하락으로 인해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 일반전형에서 219명 모집에 215명만 지원해 0.86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하나고를 제외한 서울 전체 자사고 모집 경쟁률 평균(1.09대 1)에 못 미쳤다. 2020학년도에도 220명 모집에 176명만 지원해 0.8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미달이 발생했다.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가 일반고로 전환하면 교육당국은 총 2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교육청이 시설·기재자 구입 및 교육과정 운영비 명목으로 10억원을, 교육부가 교육과정 운영비로 10억원을 각각 지원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동성고에서 자사고 지정취소 신청을 하면 심의와 청문, 교육부 동의를 받기까지 1~2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내년부터 일반고로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장은 "교육 환경에 맞춰 발전적인 방향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학교의 결단에 전체 교직원의 약 72%, 학부모의 약 75%가 지지를 표명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가톨릭 명문 사학으로 성장하고 발전해 가려는 동성고를 계속 응원해 달라"고 밝혔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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