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지원사 '비리 폭로'에 원론적 답변만..투서 원본은 사라져 [그렇군]
[경향신문]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지사)가 최근 과거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시절 악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투서가 나돌고 있는 데 대해 출처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기무사와 단절을 선언하며 출범한 안지사가 기무사 시절 악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투서가 최근 국방부 기자실에 전달됐기 때문이다.
국방부 기자실에는 지난 21일 ‘안보지원사령부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A4용지 4장 분량의 문서를 담은 서류 봉투가 배달됐다. 자신을 ‘군을 사랑하고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한 시민’이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이 문서를 통해 안보지원사의 폐쇄적 조직운영과 방만한 예산사용에서부터 부대원들의 강압적인 업무행태 및 개인비리까지 조목조목 비판했다. 안지사는 즉각 제보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안지사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구체적인 내용들이 적시된 제보였다.
현재 제보자가 우편으로 배달한 문서와 서류 봉투는 국방부 기자실에서 사라진 상태다. 그러나 몇몇 기자들이 원본 서류 봉투가 사라지기 전에 사진으로 촬영해 놓은 발신지 주소를 보면 ‘춘천시 소양로 4가 두미르 아파트 702동 203호’로 돼 있다. 두미르 아파트는 육군 2군단 군인 아파트다. 702동 203호는 존재하지 않는 주소다. 군인 신분인 제보자가 신분을 밝히기 위해 유령 아파트 동과 호수를 기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지사에 정통한 군 관계자들은 제보자가 안지사 현직이거나 전직 요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에도 기무사 요원들이 내부 고발을 할 때는 고발 문건을 넣은 우편물의 발신자 주소를 기무사 아파트나 군인 아파트 주소로 기재한 사례가 여러 차례다.

제보자는 조직운영과 관련해 “OO관 일인 독재체제”라며 “부대 운영에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누구 하나 건의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형세가 조선시대 왕과 비교하면 된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문제점에 대해 건의를 하더라도 고발자가 누구인지 감찰이나 법무에서 찾아다니고 처벌하는 행태는 과거 기무사와 똑같다”며 “출신, 계급 등 계층별 갈등도 심하다”고 밝혔다.
방만한 운영비 사용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제보자는 “이 부대는 예산이 무궁무진하다. 사단급까지 파견대를 운영하면서 인원은 10명도 안되는 데 대대급 부대와 동일하게 70여 만원의 부대 운영비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를 행정담당이 부대장 입맛에 선심성 회식이나 작전부대 부서간 격려 등으로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10명도 안되는 부대에서 5~6대의 차량을 보유하면서 기름도 작전부대 수송부에서 마음대로 넣을 수 있다”며 “이 차량을 간부들이 자가용처럼 운행하면서 운행일지도 제대로 적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대원 개인 활동비 문제도 제기했다. 매월 활동비 명목으로 60여 만원을 받고 이중 10만원은 영수증으로 사용처를 증빙하지만 나머지 50여 만원은 사적으로 사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를 활용해 한 부대원은 와인냉장고를 구매했고, 다른 부대원은 낚시대를, 또 다른 부대원은 주식이나 비트코인 투자를 했다는 게 제보자의 폭로다. 제보자는 “이 돈에 대한 출처와 사용내역을 확인하면 아마 천지개벽 할 것”이라며 “이런 돈은 빨리 없애야 한다”고 적었다.
제보자는 안보지원사의 개인정보 수집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휘관 동향보고, 보안 위규자 신상자료 데이터베이스(DB)화, 각종 사건 사고 보고 및 DB화 등 과거 기무사에서 하던 것보다 더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안보지원사 부대원들이 자신들보다 계급이 높은 지휘관실에 꺼리김 없이 출입하고 주말에도 지휘통제실에 전화해 지휘관 상황을 파악하는 등 뒷조사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지사는 “투서에는 사실이 아닌 내용, 오해가 있는 내용이 상당히 많다”고 반박했다.
안지사는 “소위 사령관의 ‘제왕적 지위’를 방지하기 위해 전군 최초로 사령관을 포함한 전 부대원이 ‘360도 다면평가’를 시행중”이라며 “사령부령에 상급자의 불법·부당한 지시에 대한 이의제기 및 집행거부조항을 신설하고 민간 검사·고위 감사공무원을 감찰실장에 보직해 사령관의 독단적 부대운영을 견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대 운영비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안보지원사의 부대운영비는 ‘국방예산편성지침’에 의거 각급부대 지휘관 계급에 맞도록 편성돼 있다”며 “이 지침에 따라 목적대로 집행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감사를 통해 집행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을 감사한 구체적인 사례가 있는 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차량 운용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2인당 1대꼴로 차량을 사용하는 사례가 있는 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대신 “국방부에서 ‘장비정수 적용 심의’를 통해 수사·경호 등 안보지원사의 임무와 광범위한 작전지역 지원을 고려해 차량 정수를 확정했다”며 “차량 운행일지는 간부가 직접 수기 작성해 일일단위 보관 중이며 유류는 지원 군수부대 사용절차를 준수해 정량 수령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부대원 개인 정보 활동비 부분에 있어서도 제보자가 밝힌 사례가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 안지사는 “안보지원사의 모든 예산은 상급기관 예산운영지침과 감사원 계산 증명 규칙에 의해 정상적으로 회계 증빙되고 있다”며 “정보예산 세부내역은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과 ‘국가정보원법’에 근거해 공개가 제한되지만 국회 및 국정원의 엄격한 통제하에 집행되고 있고, 정기감사를 통해 투명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갈음했다.
제보자가 지휘관실에 거리낌없이 출입하고 주말에도 지휘통제실에 전화해 지휘관 상황 파악하는 사례가 있었는 지에 대한 해명은 하지 않았다. 이 역시 “부대령·운영훈령, 국방보안업무훈련에 근거해 신원조사 및 불법·비리 정보 수집 등의 업무를 합법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창설 당시 과거 무분별한 동향 관찰 논란 등 각종 폐단을 고려해 법령에 명시된 신원조사, 불법·비리 및 대(對)국가전복에 대한 정보 수집 및 처리 업무를 합법·합목적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입장으로 갈음했다. 그러면서 “신원조사 대상(1000여명)과 기간(60일)을 한정해 훈령에 명시된 항목만 확인하고 있다”며 “일과 후 개인활동 등 사적 영역에 대한 정보 활동을 일체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부대원의 일탈이 있었는지에 대한 해명은 없이 안지사의 원론적인 활동이 뭔지에 대한 것만 설명했다. 안지사는 또 “제보자를 절대 색출하지 말라는 (안지사)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그런 일을 절대 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춘천|최승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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