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표정 감춰 줄 방패" 미국인들 벗어도 되는 마스크 고집
미국은 최근 코로나 백신 접종자에게 마스크 착용 의무를 면제하는 이른바 ‘노(No)마스크’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은 마스크 착용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마스크를 쓰면 사회 생활에서 억지로 표정을 연기할 필요가 없어 편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 NBC 방송은 코로나 면역이 생긴 뒤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겠다는 사람들을 인터뷰해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주리주(州) 캔자스 시티에 거주하는 존슨(46)은 코로나 백신을 두 차례 모두 접종했으나, 마스크를 안 쓰고 외출할 생각이 없다. 그는 “계산대에 서 있는데 누가 가까이 붙거나, 똑같은 말을 계속 듣고 있어 지루해도 마스크를 쓰면 감정을 감출 수 있다”며 “나는 거짓말도 못 하고 표정을 못 숨기는 편인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 아무도 못 알아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네바다주(州) 타호 호수 인근에 살고 있는 캐시디(35)도 “웃는 표정, 침착한 표정, 용감한 표정 등을 연기하는 데 지쳤다”며 “마스크는 집밖에 볼일 보러 나갈 때마다 불편한 감정 교류를 안 하게끔 막아주는 ‘방패'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해군 전역자인 캐시디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광장 공포증을 앓고 있다.
지난 13일 미 연방 보건당국은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자 코로나 백신을 규정 횟수만큼 접종한 경우 일반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언했다. 대중교통 이용 등 여러 사람이 밀집하는 상황에 한해 모두에게 마스크 착용이 강제된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자들이 마스크를 고수하는 현상에는 여러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카네기멜론대 인지심리학 교수 바루크 피쇼프는 “국가적으로 고작 39퍼센트 사람만 백신 접종을 마친 상황에서, 백신 접종자들은 마스크를 안 써서 유별나 보이고 싶지 않을 수 있다”며 “마스크를 쓰는 것은 어린이 등 감염에 취약한 사람들을 신경 쓴다는 표현이 된다”고 했다.
이달 초 뉴욕 데일리 뉴스에 “마스크를 아직 버릴 때가 아니다”라고 기고한 뉴욕 시나이산 아이칸 의대 발레리 파카스 교수는 그러면서도 마스크를 장기간 착용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파카스 교수는 “마스크에 대해 의존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사회적으로 어울리고,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며 살아야 한다. 서로를 안아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등 서양 문화는 마스크나 가면 등을 써서 얼굴을 가리는 것을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금기시해 왔다. 마스크 착용을 안 좋게 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플로리다주(州)의 한 중소기업에서 경영지원직을 맡고 있는 펠리페(32)가 트위터에 “감기나 독감 증상 있을 때 마스크를 쓰는 습관을 들이자”며 “1년 넘게 감기 한번 안 걸리니 좋더라”고 올린 글이 최근 미국 사회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좋아요는 41만6000개가 넘게 달렸지만 반대 여론도 팽팽했다.
일부 네티즌은 “자유를 침해한다” “미친 것 아니냐” “공개적으로 묵살시켜야 한다”며 날선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펠리페는 “법이나 규칙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마스크를 써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이타적이 되자는 뜻”이라며 “마스크를 쓰는 게 크게 불편한 일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마스크 착용에 건강상 이점이 있는 것 또한 분명하다고 NBC는 분석했다. 미국에서 연간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람 숫자는 예년 수만명 수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작년에는 극적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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