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나오는 배우 지양"..유하 감독의 #캐스팅론 #블랙코미디 #차기작(종합)[인터뷰]

김보라 2021. 5. 2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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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보라 기자] 작금의 ‘헬조선’에서 살 길은 오로지 돈, 돈, 돈 밖에 없다. 불안한 고용 안정성도 청년들이 돈에 집착하게 된 요인 중 하나다. 월급은 오르지 않고, 집값은 폭등하는 현실 속에 2030세대가 희망을 잃고 주식 및 코인 투자를 하면서 한탕주의에 빠진 것이다.

유하(59) 감독의 영화 ‘파이프라인’은 2030세대의 이같은 현실을 반영했다. 청년들이 사회로 나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모아둔 돈이 많지 않고 먹고 살기 힘드니 뜻밖에 얻는 행운을 통해 쉽게 벌고 마음껏 쓰고 싶은 마음 말이다.

‘파이프라인’(제작 곰픽쳐스, 공동 제작 모베라픽쳐스, 제공 CJ ENM, 배급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은 땅 아래 숨겨진 수천 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꾼들이 펼치는 범죄오락영화. ‘강남 1970’(2015) 이후 6년 만에 나온 유하 감독의 신작이다. 

유하 감독은 26일 오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원래 2~3년 간격으로 영화를 선보이는데 본의 아니게 6년 만에 내놓게 됐다. 부담스럽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라고 개봉하는 소감을 전했다.

“원래 저는 제 아이템에 기반해 직접 시나리오를 써왔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원작이 있었지만 결혼 제도를 전복하는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던 차에 원작을 보고 능동적으로 참여했었다. ‘파이프라인'은 다른 작가가 쓴 시나리오다. 그것을 제가 투자사를 통해 받았는데, 평소 제가 해보고 싶었던 블랙 코미디 장르가 담겨서 2016년에 각색 작업을 시작했다. 원래는 복수극이었는데 비루한 청년들이 한팀을 이룬 카니발로 바꾸었다. 그 과정에서 좀 시간이 걸렸다.” 

영화 포스터

‘파이프라인’의 지향점에 대해 그는 “애초에 케이퍼 무비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최근에도 그런 영화가 나왔고 제가 하나 더 보탠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다. 김경찬 작가와 이 영화를 놓고 ‘케이퍼 무비의 공식을 비틀자’는 얘기를 했다. B급 정서로 가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유하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2004)에서 권상우, ‘비열한 거리’(2006)와 ‘쌍화점’(2008)에서 조인성, ‘강남 1970’에서 이민호와 작업하며 액션 영화의 감독으로서 명성을 쌓았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강남 1970’은 이른바 ‘거리 3부작’이라는 수식어를 받으며 한국형 누아르를 완성했다는 호평이 나왔다.

이날 그는 “제가 심각한 누아르 영화를 3부작까지 하게 될 줄 몰랐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블랙 코미디다. 어떻게 하다 보니 액션 영화 중심으로 하게 된 거 같더라.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가서 B급 정서가 묻어난, 가성비 있는 블랙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봐야겠다 싶었다. 막상 보니 제 작품이 약간은 낯선 부분도 있다”고 자평했다.

앞서 ‘거리 3부작’을 하며 우울했다는 유 감독은 “영화를 연출하면 배우가 맡은 캐릭터에 몰입하는데, 폭력성이 두드러진 영화를 찍으면 상당히 우울해진다. 이번엔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좋아서 살아있다는 걸 느꼈다. 많이 웃었다. 작품의 성패와 관계없이 상당히 즐거운 연출 과정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힐링이 됐다”고 밝혔다. 

이날 감독은 “전작들에 비해 ‘파이프라인’은 (예산 등이) 풍부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배우들의 케미 만큼은 좋았다. 그동안 (영화에서) 포텐을 터뜨리지 못한 배우들이 참여했고 그들이 뿜어낸 수천 컷이 마음에 들었다. 연출자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었다”라고 비교했다. 

주인공 핀돌이 역을 맡은 서인국에 대해 “그와 작업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제 스타일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같이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없었는데 실제로 만나 보니 그 친구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굉장히 섹시했다. 드라마보다 영화에 맞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왜 그런지 논리적으로 분석할 순 없지만 제 직감적으로 그랬다. 스크린에 맞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큰 화면으로 보면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봤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서인국이 머리가 좋고 끼가 다분하다. 현장에서 배우가 준비한 콘셉트의 연기를 펼쳤는데 감독이 그와 다르게 주문하면 피드백이 늦거나, 기분 나빠하는 배우들이 있다. 아니면 더 적극적으로 임하는 배우들도 있다. 근데 서인국은 후자였다"며 “저의 당황스러운 디렉션, 정반대의 디렉션이어도 ‘한번 해보겠다’고 하더라. 모험을 즐기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게도 신선했고 감독으로서 저도 의욕이 생겼다. 지금보다 더 보여줄 게 많은 배우다. 제가 예뻐해줬다는 것은 과찬인 거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유업계 재벌 건우 역의 이수혁에 대해서는 “처음에 이수혁이라는 배우를 잘 몰랐다. 제가 TV, 작품을 통해서 배우들을 많이 알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 직접 만나서 받는 느낌을 중요시한다. 그런 점에서 이수혁은 매력이 컸고 건우 캐릭터와 잘 맞겠다 싶었다. 앞으로 이수혁도 누아르, 멜로, 액션 등 다양한 장르를 잘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천민 자본주의를 ‘강남 1970’에서 풀어냈다면 이번엔 모든 가치의 상징으로 돈과 기름을 등장시켰다. 수천 명이 죽어도 수천 억을 벌면 된다는 자본주의적 논리. 이를 상징하는 사이코패스적 인물이 건우다. 전형적 악인이라기보다 귀공자 같지만 그 안에 악마가 숨어있는 이중적인 인물로 그렸다. 이수혁이 그 이미지와 흥미롭게 접합되는 부분이 있는 거 같아서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이수혁은 영화 '무서운 이야기2'(2013) 이후 8년 만에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유하 감독은 소위 ‘스타’만 캐스팅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면 어떤 배우가 캐스팅 되면 큰 예산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지 않나. 근데 저는 그동안 캐스팅 하기가 힘들었다. 제 영화를 통해 나중에 크게 된 배우도 많다. 그때 그때 편하게 찍었던 작품이 많지 않다. 제가 영화 일을 오래했기에 앞으로 영화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매번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 말고, 재능에 비해 기회를 많이 갖지 못한 배우들을 모았다. 같이 포텐을 터뜨려보자 싶었다"고 했다. 

"도유라는 게 생경한 주제지만 그 안에서 젊은 배우들을 발굴하면 좋겠다 싶었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먼저 쓰고 배우들 찾다가 엎어진 영화보다, 좋은 배우들을 큰 배우로 만들어내는 감독이 되고자 한다. 국내 영화계에서 배우의 풍요로움으로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

그러면서 유 감독은 “앞으로도 맨날 스크린에 나오는 배우들 말고, 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는 포텐 있는 배우들을 발굴해서 작품을 만들고 싶다. 지혜롭게 영화를 찍는 작업을 즐기려고 한다. 힐링은 거기서 온다"며 "그들의 갈급함이 화면에 투영됐을 때 연출자로서 느끼는 쾌감이 크다. 배우로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장, 그런 영화를 지향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유하 감독은 현재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연출을 준비 중이다. “지금은 각본 작업을 하고 있다. 캐스팅이 된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찍지 않을까 싶다. 그 다음에 바로 영화 작업을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해보고 싶은 장르는 많지 않다. 신작은 (6년보다) 더 빨리 될 수도 있고, 잘 모르겠다. 좋은 멜로 드라마가 있다면 당장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 purplish@osen.co.kr

[사진] 배급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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