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전략적 모호성 쫓다간 미·중 모두에 찬밥신세"

김명성 기자 2021. 5. 2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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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발·압박 견뎌내려면 한미동맹 강화해야"
윤보선민주주의연구소(원장 김용호)가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개최한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한미동맹:가치외교와 글로벌 이슈 협력’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이 발표하고 있다. /김명성 기자

한국이 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서 계속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다간 미·중 양쪽으로부터 ‘러브콜’이 아닌 냉대를 받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식의 이분법적 ‘안미경중(安美經中)’ 정책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미동맹을 통한 중국 견제가 점차 거세질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는 데 필수적이란 조언도 나왔다.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원장 김용호)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한미동맹:가치외교와 글로벌 이슈 협력’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개진된 의견들이다.

발제를 맡은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 미중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는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에서 ‘냉대’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며 “한국이 미적댈수록 한국을 보는 워싱턴의 시각은 악화되는 한편, 그에 비례해서 중국의 대한국 시각이 개선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속에서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오늘날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은 외교안보와 경제는 물론, 이념과 가치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라며 “안보와 경제의 구분이었던 ‘안미경중’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고 외교와 경제, 가치 규범과 국익의 융합 현상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외교의 뉴노멀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가치·규범 동맹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정도에 따라 미국 동맹의 서열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이 중국의 압박을 견뎌내려면 미국과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도 한미동맹은 한국의 국익에 중요하다”며 “지리적으로 중국 대륙에 속해있는 한반도는 시간과 비례하여 중국의 영향력으로 흡수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한미동맹을 통한 중국견제는 점차 거세질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는 데 필수적 요소”라며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가 결성한 협의체) 등 미국 중심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협력을 무작정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토론에 나선 이승주 중앙대 교수는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 차별화되는 ‘다자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선 미·중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 등 여러가지 다자주의 협력의 네트워크 구축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우 ‘차이나 포비아’(중국 공포증)가 더 이상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공동대응을 해야 할 이슈인 것을 분명히 하고 가치와 규범을 준수하고 동맹스러움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경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의 도전은 민주주의 국가가 협력해 끌어가야 할 ‘장기전’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특히 미국 국내 정치권이 앞으로 상당 기간 대중 강경책을 추동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미·중 전략경쟁은 갈등과 협력을 반복하면서 경향적으로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의 공간이 좁아지고 있지만 새로운 정책 방향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희옥 교수는 “미·중 전략경쟁을 어떻게 파악하는가에 따라 한국 외교의 공간이 결정된다”며 “한국이 미중 경쟁에 대한 비관적 전망과 과도한 위협인식에 빠질수록 편승의 유혹, 외교의 경직성, 진영선택의 압력에 빠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안을 얼마나 잘게 쪼개는 ‘패키지 딜’ 능력이 미중 전략경쟁에서 선택을 강요당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유연한 정책을 만들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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