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빠졌다'는 삼바의 모더나 위탁생산, 정말 실익 없을까

왕해나 2021. 5. 2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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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의 완제생산 위탁 업체들, 실적 개선 두드러져
삼바도 모더나 위탁생산으로 수천억원 이상 수익 기대
공동연구·기술이전 가능성 열어놔..mRNA 기술 확보 기회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신 개발사 모더나와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지만, 원액생산(DS)이 아닌 완제(DP)이기 때문에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협력이 단기적으로는 국내 백신 물량 확보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백신 포트폴리오 확장에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부터 모더나의 mRNA 백신 수억 도즈(1회 접종량) 분량의 위탁생산(CMO)을 시작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맡은 부분은 모더나로부터 원액을 받아 무균충전, 라벨링, 포장 등을 하는 작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백신 생산라인,(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익이 되지 않는 작업을 맡았다”, “백신 완제생산은 기술력을 요하지 않는 단순작업이다”, “모더나 완제생산만으로는 국내 백신 수급이 불투명하다”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업계는 완제생산도 단순 병입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 업체나 맡을 수 없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현재 모더나의 원액생산은 자체 공장과 스위스 론자가 담당하고 있고 완제생산은 미국 캐털란트, 스페인 로비, 스웨덴 레시팜 등이 맡고 있다. 수준의 차이는 있으나 원액생산이나 완제생산 모두 개발사의 기술이전이 필요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량 생산시설, 무균시스템, 품질관리 시스템을 모두 갖춰야 완제생산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져갈 실익이 없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증권가에 따르면 완제생산을 담당하는 업체가 가져갈 수 있는 매출은 백신 15달러의 5% 내외인 1~2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수억 도즈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모더나 위탁생산을 통한 매출은 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모더나의 1분기 영업이익률이 65%으로 백신 가격 15달러에서 65% 제외한 5% 내외에서 원료(DS)와 유통가격 제외하면 DP 가격을 1~2달러로 추정해볼 수 있다”면서 “1억 도즈 공급과 가격 1달러로 가정하면 약 1130억원, 2달러면 2300억원, 1달러에 10억 도즈면 1조원 이상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더나의 완제를 담당하는 캐털란트, 로비, 레시팜 등은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캐털란트는 올해 1분기(1~3월) 매출 10억5000만달러(1조원), 순이익 2억2300만달러(2500억원)를 달성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38%, 순이익은 1005% 늘어난 수치다. 로비 역시 1분기 영업수익이 1억3090만 유로(1798억원), 순이익이 2380만유로(3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9%, 71% 증가했다. 레시팜의 1분기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모더나 위탁생산을 맡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을 보면 순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2%,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A)은 65%를 올렸다. 이들은 “모더나와의 협력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계약이며 백신 분야에서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올해 영업수익 30~40%의 증가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포트폴리오를 기존의 항체의약품에서 백신, 세포치료제 등으로 넓히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백신 완제생산은)실익이 있기에 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면서 “백신 생산을 시작하는데 의미가 있고 향후 사업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 고객사들이 원액, 완제, 원액부터 완제까지 모두 생산을 원할 수 있는데 완제를 위한 시설과 기술력을 먼저 갖추면 향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백신 수급에 물꼬를 틔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향후 국내 mRNA 원액 생산까지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뿐만 아니라 모더나의 국내 시설 투자와 인력 채용 지원, 국립보건연구원과 모더나의 mRNA 백신 기술 협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스테판 반셀 모더나 CEO는 백신 기술이전에 대한 의향을 내비치기도 했다. 모더나는 현재 국내에 자회사 설립을 위한 사전 준비로 국내에서 실장급 인사(General Manager·GM)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액까지 생산하면 좋겠지만 생산시설 구축과 기술이전에 많은 시간이 든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완제생산은 당장 국내 백신 공급을 해결할 수 있는 실리적인 선택”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국립보건연구원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아직 국내에 없는 mRNA 기술 확보를 위한 중요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왕해나 (haena0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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