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책임감

한겨레 2021. 5. 2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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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없는 삶이 너무 힘들었다.

고등학생이 된 후 내 삶에 대한 책임감으로 버거웠다.

다만 내 삶에 대한 책임감과 어딘가에서 오는 우울함, 불안함이 너무나 커 무엇도 내게 인상을 주지 못했을 뿐이다.

이제는 내가 그렇게 지키려던 삶에 대한 책임감을 다시금 집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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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마당ㅣ나도 쓴다

김상언(양평고3) 학생 제공

선택 없는 삶이 너무 힘들었다. 고등학생이 된 후 내 삶에 대한 책임감으로 버거웠다. 학업 성적은 우수하거나 기본은 해야 됐으며, 삶이 버거워 좌절한다 해도 그것이 학업과 평소 하던 활동에 큰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

의도치 않게 영향을 주었다 하더라도 그 영향에 대한 상관관계가 뚜렷해야 하며 그 이유에 모두가 고개 끄덕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당연했으며 이렇게 되려 노력했을지언정 결과가 그렇지 않았을 때 나는 내 인생에 대한 책임감을 저버린 인간이었으며, 꿈을 이룰 자격 없는 인간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뭣도 없는 노력과 열정, 막연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금방 좌절로 바뀌어 나를 짓밟았다. 그 당시 공부를 제외한 모든 활동은 처절함과 비참함이 끝내 놓아주지 못한 희망이고 열정이었다. 또는 가치 없는 인간이란 걸 들키고 싶지 않은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난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병들어갔다.

나는 내 처절한 몸부림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그 끝에 나 스스로 모든 걸 내려놓기로 했다. 지금의 삶에 있어 보이는 가치를 부여해보거나 좀 더 나를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삶을 살아보려 노력했다. 다만 내 삶에 대한 책임감과 어딘가에서 오는 우울함, 불안함이 너무나 커 무엇도 내게 인상을 주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서 난 다 내려놓기로 했다. 아니 다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다 내려놓고 나를 보니 남은 건 알량한 양심과 본능뿐이었다. 난 내 삶의 의미를 찾지도 부여하지도 못했다. 결국 남은 본능만이 날 살게 했다.

3학년이 된 지금 아직도 난 내 삶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모든 걸 잃은 이가 다시 무언가 시작한다는 건 생각만큼 희망차지 못하다. 오히려 너무 비참하다. 무엇인가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항상 내 존재의 무가치성을 느껴야 했다. 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막심한 후회 또한 다시 날 좌절케 한다. 이제는 내가 그렇게 지키려던 삶에 대한 책임감을 다시금 집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유심히 날 들여다보면 막상 그동안 내 온갖 것을 버리며 지키려던 것들은 일종의 기록이었으며 보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애초에 난 내가 져야 하는 책임감 특히 책임에 관해 지켜야 할 것과 포기해도 되는 것의 구분이 내 신념과 차이가 있었다. 이러한 구분은 사회의 암묵적인 룰이었을 것이다. 내가 지켜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 순종을 요구하는 일종의 보임을 그토록 갈망하면서 주체적인 삶과 자유를 외치는 지극히 모순된 행보였다.

책임에 대한 구분을 바로잡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시간뿐만 아니라 내적 외로움도 하나의 큰 산이다. 이러한 이른 감내는 후에 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철학자 강신주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게 주체적 삶에 관한 신념은 현실의 급류 속 튼튼한 나뭇조각이 되고 책임에 관한 구분은 나뭇조각이 땅에 박혀 급류에 저항할 힘이 될 것이다. 알 수 없는 미래이기에 현재의 감내가 후에 나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기를 기대할 뿐이다.

김상언(양평고3)

※ <한겨레> 교육 섹션 ‘함께하는 교육’에서 청소년 여러분의 글을 기다립니다. 현재 초중고에 다니는 학생이나 학교 밖 청소년이 직접 쓴 글이면 됩니다. 연예인, 취미, 학교, 학원, 친구, 가족 얘기는 물론 자신의 바람이나 시사문제 등 주제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선정된 글은 지면과 온라인 기사로 발행합니다.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까지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haniedutext@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원고지 7장, 한글파일로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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