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미국의 아시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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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미국이 일본을 점령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다시는 미국에 위협이 되지 못하도록 일본군을 무장해제 하고 공업시설 등 경제적 기초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70여 년 전 소련이 부상할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엔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해 일본을 앞세우는 미국식 이이제이(以夷制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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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미국이 일본을 점령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다시는 미국에 위협이 되지 못하도록 일본군을 무장해제 하고 공업시설 등 경제적 기초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1946년 일본 경제는 10년 전의 20%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후퇴했다. 이런 미국의 대일 정책이 갑자기 바뀐 건 1948년이다. 소련이 부상하고 냉전이 본격화하면서 동아시아에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본 미국은 일본을 사회주의에 맞설 방파제, 침몰하지 않는 항모로 삼았다. 감옥에 갇혔던 기시 노부스케(아베 신조 전 총리의 외할아버지) 등 전범들이 풀려난 것도 이때다.
□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8일 더글러스 맥아더 일본 점령군 최고사령관은 일본 정부에 국가경찰 예비대 7만5,000명과 해상보안청 요원 8,000명을 증원하라고 지시했다. 국가경찰 예비대가 훗날 자위대다. 미국은 전시물자도 일본에서 조달했다. 일본 자료에 따르면 1953년 전체 외화수입에서 한국전쟁 특수 관련 수입의 비중이 40%에 육박했다. 일본은 한국전쟁 덕에 군대도 다시 갖고 경제도 재건한 셈이다.
□ 세계를 경영하는 미국은 다른 나라들을 장기판의 말처럼 쓰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에 능하다. 미국은 일본이 예뻐서 재기를 도운 게 아니라 소련에 맞서기 위해 활용한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국방 예산을 늘릴 것이란 소식이 들린다.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 선으로 제한해온 관행도 깨겠다고 한다. 미국의 용인과 주문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70여 년 전 소련이 부상할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엔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해 일본을 앞세우는 미국식 이이제이(以夷制夷)다.
□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한미 미사일 지침에 마침표를 찍는 쾌거를 이뤘다. 42년간 족쇄였던 사거리 제한이 사라진 만큼 자주 국방을 완성할 때다.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막후에서 치열하게 싸워 벅찬 성과를 거둔 군인과 외교관의 노고에도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왜 이 시점에 미국이 동의했는지도 냉철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전략을 꿰뚫어 보면서 우리의 국익과 진짜 실력을 키우는 데 이를 역이용하는 게 중요하다.
박일근 논설위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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