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 30년, 우리 성적표는

파이낸셜뉴스 2021. 5. 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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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아동권리 보장을 위한 국제적 약속인 유엔아동권리협약은 1989년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고, 우리나라는 1991년에 협약을 비준했다.

아동권리 실현은 개인적인 수준과 사회적 환경에서 아동의 발달 기회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아동권리 실태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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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5월 5일), 어버이날(5월 8일), 부부의날(5월 21일) 등 가족과 관련한 기념일들이 줄지어 있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연이어 벌어지는 아동학대와 사망 사건은 가정의 보호 안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하는 아동도 많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모든 아동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장하는 사회적 노력이 중요하다.

아동권리 보장을 위한 국제적 약속인 유엔아동권리협약은 1989년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고, 우리나라는 1991년에 협약을 비준했다. 아동권리의 시각은 아동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본다. 아동은 '작은 성인'으로 취급돼서는 안 되고, 아동 자체의 고유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천명한 것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이다. 아동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권리를 가진 주체로 인정돼야 한다. 아동은 보호와 자선의 수동적인 객체가 아니라 권리의 적극적인 주체다. 아동권리 실현은 개인적인 수준과 사회적 환경에서 아동의 발달 기회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아동권리 실태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협약이 제시하는 주요 원칙 중 하나는 비차별의 원칙이다. 모든 아동이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건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원칙이다. 가정형편에 따른 발달 기회 격차가 증가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은 비차별의 원칙을 거스르고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원칙은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결정할 때는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아동이익 최선의 원칙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하면서 아동이익 최선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을 되새겨 본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제시하고 있는 4대 권리는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다. 생존권은 타고난 생명을 보호받고 건강하게 자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자살률을 기록하며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인 것을 보면 우리 사회는 가장 기본적인 아동 생존권 보장에서도 갈 길이 먼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아직도 '동반자살'이라는 용어가 버젓이 쓰이는 것은 아동권리 시각이 얼마나 부족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명백한 살인이지 '동반자살'은 있을 수 없다. 보호권은 모든 형태의 학대와 방임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다. 해마다 늘어나는 아동학대와 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을 접하면 실질적인 보호의 권리는 아직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발달권은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보장받을 권리다. 경제적 형편에 따라 생기는 발달 격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출발선에서 실질적인 고른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발달권 보장의 중요한 과제다. 참여권은 아동이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일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 존중받을 권리다. 아직도 '장유유서'라는 덕목으로 아동의 의견을 무시하는 현실을 놓고 보면 아동의 권리 중에 가장 뒤떨어진 분야가 참여권임을 알게 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권리 보장의 궁극적인 책무는 정부에 있음을 명확히 한다. 협약 비준 30주년을 맞는 현재 우리 정부의 아동권리 보장 성적표는 어떨까.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운 것 같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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