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이후 가장 혁명적 그룹"..이런 아이돌, 나만 몰랐어?
잠깐!
매드몬스터를 모르신다면? 아래 박스 기사를 먼저 읽고 인터뷰 기사를 보시길 추천합니다. 젊은 세대의 요즘 놀이 문화와 특성을 소개하기 위해, 그 세계관에 들어가 한 인터뷰입니다.
4년 전 등장해 전세계 음악 시장을 뒤흔드는데, 왠지 나만 모르는 것 같은 월드클래스 2인조 아이돌 ‘매드몬스터’. 리더 ‘탄’과의 인터뷰는 비밀작전 수행 같았다. 만남 전에 약속할 사안이 많았다. 소속사는 탄의 이야기를 할지 ‘그’의 이야기를 할지부터 정하라고 했다. “둘(?) 다를 다루는 건 안 됩니다.” 여기서 ‘그’는 누구인가. 나머지 멤버인 ‘제이호’? 아니면… “쉿!”
매드몬스터는 2017년 데뷔 이후 2집이 대박나면서 세계적인 그룹이 됐다. 국외 활동에 주력하다가 지난 4월28일 4집 디지털 싱글 ‘내 루돌프’를 발매하고 국내 팬들과 열심히 소통하고 있다. <한겨레>는 국내 언론사 가운데 ‘사실상’ 처음 탄과 ‘대면’ 인터뷰를 했다. 단독 만남이 성사된 이유? 한 개그맨과 너무 닮아서 모른 척 연락해 사실은 ‘그’가 아니냐며 대화의 물꼬를 텄더니, 탄이 말했다. “하이, 에이치아이(HI)~ 누구도 내게 그런 식으로 전화해 접근한 기자는 없었어. 그 열정을 높이 산다고!”
지난 14일 서울 용산의 소속사 사무실에 들어서자 웬 남자가 앉아 있다. “탄씨?”
‘내 루돌프’는 발매하자마자 1집 ‘애덜트’(애DULT), 2집 ‘저스트 인’, 3집 ‘다시 만난 누난 예뻐’가 기억조차 안 날 정도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3집 이후 공백기가 길었는데, 맛난 음식도 자주 먹으면 질리는 것처럼 우리 음악도 질릴까봐 걱정이 컸죠. 쉬운 음악으로 즐기자 싶었어요.” 4집이 성공하면서 팬들에게만 한정적으로 발매했던 이전 곡 음원도 공개해달라는 요구가 쏟아진다. “포켓몬스터들이 원한다면 음원 사이트를 통해 재발매할 계획이 있어요.”
포켓몬스터는 매드몬스터의 팬클럽 이름이다. 회원 수는 60억명. 전세계인이 팬이란 소리다. 그런데도 왜 엄청난 스타란 느낌이 안 들까. “‘내 루돌프’가 왜 빌보드 차트에 오르지 않고, 음악 시상식에서도 볼 수 없느냐”는 질문에 탄은 도발적인 답을 내놨다. “우리는 순위와 상을 거부해요. 사전에 순위에 올리지 말아달라고 얘기해요. 우리가 차트에 오르지 않으면 다른 신인 그룹이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어요.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요. 우리는 등수에 집착하지 않는, 정말 음악을 즐기고 싶어요. 그런 음악을 60억 포몬들에게 제공하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도 ‘내 루돌프’는 ‘실제로’ 발매 이틀 만인 4월30일 멜론 차트 8위에 올랐다. “국내 활동이 오랜만이라 확인이 늦어서 바로 얘기했죠.” 지금은 ‘실제로’ 차트에서 볼 수 없다. 혹시 자연스레 밀려난 건 아닐까? “궁금해 말아요. 포몬들~”
진실이 뭐든 매드몬스터 열풍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들은 주장한다. 음악을 경쟁의 틀에 가두지 말고 그저 즐기자고. 매드몬스터가 음악을 통해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그런 것이다. 선한 영향력도 화제다. 매드몬스터는 일거수일투족을 거대 방송국이 아닌 유튜브의 작은 채널 ‘빵송국’에서 공개했다. ‘빵송국’ 운영자인 개그맨 곽범은 덕분에 살림이 폈다. “매드몬스터를 만난 게 고맙죠. 덕분에 먹고살게 됐….” 갑자기 곽범? “탄이에요!”
앗, 이것인가. 매드몬스터는 이성을 마비시킨다는 소문의 실체.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탄과 제이호는 어색하리만치 큰 눈과 손놀림으로 기묘한 음색을 뿜어낸다. 화면으로 보는 그들의 무대는 시공간이 무너지는 듯 흔들린다. 보고 있어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그 느낌에 점점 빠져들어 나도 모르는 사이 포켓몬스터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태지 이후 가장 혁명적인 그룹” “아담이 인간에 빙의됐다”고도 한다. “춤, 외모, 음색, 모든 것들이 현실적이지 않아서 그런 느낌을 받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매드몬스터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소문도 넘쳐난다. “악귀가 씌었다”거나 “(얼굴 보정) 필터를 과하게 사용한다”는 등. 하지만 탄은 의연했다. “악의적으로 개그맨의 사진을 합성한 영상을 보면서 같이 웃지만, 가끔은 속상해요. 나와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부정하려는 행동은 사라졌으면 해요. 모두 소통하는 세상을 만들어가요.” 탄은 자신들이 사랑받는 걸 보면서 “솔직히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낀다.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다”는 묘한 말도 했다. ‘실제로’ 이날 소속사 인근 카페에는 팬들이 만들어 주고 간 굿즈를 나눠주고 있었다. 탄은 ‘실제로’ 행복해 보였다.
매드몬스터에 오기까지 고생도 많이 했다. 탄은 12살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했다. 지금의 회사로 오기 전에는 허름한 2층 소속사 지하에서 춤추고 노래만 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그가 있었다. “앞만 보면서 열심히 노력했어요. 늘 노력하며 준비하고 있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어요. 우리를 보며 희망을 갖고 좀만 더 힘내보아요.” 그들의 오늘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개그맨 곽범도 매드몬스터 덕분에 희망을 갖게 된 사람이다. “<개그콘서트>가 갑자기 사라진 뒤 공연을 했는데, 코로나19로 그마저도 기회가 줄면서 다른 일을 할까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그러다 지난해 소속사 대표 대디를 만나…(울컥).” 그는 “아이돌 동작을 따라 열심히 연습하고 팬클럽 사이트를 돌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고 했다. 그런데 누가요? “예? 아니 탄씨가 그랬다고요. 탄씨가.”
매드몬스터란 이름처럼 ‘미친’ 이 열풍의 끝은 어디일까. 매드몬스터가 ‘실제로’ 음악방송 <엠카운트다운>(엠넷)에 나올 줄 누가 알았을까. “비대면이라 다행… 아니 아쉬웠죠.” 음악방송 촬영 과정은 어땠을까? 체력이 떨어져 (아니 벌써?) 혼이 빠진 탄에게 물었다. “실은…” 탄이 뭔가를 말하려는데 소속사 대표 대디가 들어왔다. “자자, 인터뷰 그만할게요. 탄아, 정신차리고 인사해야지!” “바이 비와이이(BYE)~”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준며들던’ 세계관 놀이, 매드몬스터로 한번 더 진화
개그맨 곽범+이창호 유튜브 채널 ‘빵송국’서 선보인 콘텐츠
얼굴 보정 필터 사용 K팝 아이돌 흉내…음원내고 광고·화보 촬영 등 인기
세계관 놀이, 비대면 시대+모바일로 한번 더 진화
“펭수 궁금해하지 않듯이 ‘매몬’도 그저 즐기는 게 문화”
‘가상인 듯 가상같은’ 인터뷰 기사를 읽고 의아해하는 독자들이 있겠다. 매드몬스터? 누구지?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그룹이다. 이런 기묘한 정체성에도 기사화한 건 최근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실제 인기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유튜브로 공개한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20일 기준 540만뷰를 넘어서는 등 여느 아이돌 못지않다.
매드몬스터는 유튜브 콘텐츠 생산 네트워크 샌드박스에서 운영하는 채널 ‘빵송국’에서 탄생했다. 개그맨 곽범과 이창호가 매드몬스터라는 세계적인 2인조 아이돌 그룹을 가상으로 설정하고 그 멤버인 탄과 제이호로 분해 콘텐츠를 선보인 게 큰 인기를 얻었다. 이들은 매드몬스터의 서사도 정교하게 만들었다. 데뷔 연도와 계기, 12시간 동안 춤을 추면서 신발이 다 타버려 예명을 ‘탄’으로 지었다는 등 세밀한 대목까지 설정했다. 이른바 ‘매드몬스터 세계관’이라 할 수 있는데, 대중은 주저하지 않고 이런 유니버스(세계관)에 접속해 ‘놀이’에 빠진다.
세계관 놀이가 최근 갑자기 생긴 건 아니다. 나를 대변하는 다른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게임에서 시작됐는데, 이후 점차 대중문화에 스며들었다. 몇년 전부터 방송에서 유행처럼 번진 ‘부캐’(부캐릭터) 바람도 세계관 놀이 대중화의 중요한 축이 됐다. 아이돌 가수들도 부캐와 서사를 만들어 ‘세계관’을 담은 드라마·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최근의 세계관 놀이가 이전과 다른 점은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과 이를 대하는 시청자들의 태도가 사뭇 진지하다는 것이다. 매드몬스터보다 먼저 등장한 캐릭터 ‘최준’이 대표적인 사례다. 개그맨 김해준은 ‘34살 카페 사장 최준’을 설정하고 스마트폰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준며들다’라는 유행어를 낳을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매드몬스터는 한발 더 나아갔다. 영상 보정 필터 앱을 활용해 멤버를 16등신의 꽃미남 아이돌로 변형했다. ‘내 루돌프’라는 실제 음원을 냈고, 음악방송 <엠카운트다운>(엠넷) 무대에도 섰다. 광고와 화보도 촬영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가 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놀이에 시청자들도 시치미 뚝 떼고 기꺼이 동참한다. 필터를 거쳐 창조된 멤버의 세계관에 합류한다. 이런 이유로 매드몬스터의 유튜브 댓글에 “필터”라는 말만 나와도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냐”며 반박한다. 뮤직비디오와 <엠카운트다운> 영상이 퍼져나가면서 외국 케이팝 팬들은 자신들이 몰랐던 유명 케이팝 그룹이 있었나 어리둥절해한다. 그래도 국내 팬들은 다들 함구한다. 유튜브 콘텐츠 관련 회사 관계자는 “세계관 속 캐릭터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하게 되면 팬들은 약속을 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드몬스터 세계관 놀이를 즐기는 한 팬은 “유재석, 셀럽파이브 등과 달리 ‘부캐릭터’가 ‘본캐릭터’보다 먼저 인기를 얻은 경우는 그 세계관이 더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본캐’가 갑작스럽게 부각되는 것은 이런 세계관을 깨며, 놀이를 재미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관 놀이로 인기를 끄는 이들 대부분이 개그맨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그콘서트>(한국방송2) 등 방송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지면서 개그맨들은 설 곳을 잃었다. 공연장과 행사로 발길을 돌렸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그마저도 줄었다. 그러면서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도전하는 개그맨이 늘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의 세계관 놀이까지 오게 된 것이다.
세계관 놀이에서 ‘실제’는 중요하지 않다. 정보기술(IT)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하면서 탄생한 새 문화코드는 그 색다른 재미에 빠진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한편, 매드몬스터의 소속사 매드엔터테인먼트의 정영준(대디) 대표는 23일 유튜브 채널 ‘빵송국’에 올린 영상을 통해 “필터설, 개그맨설 등은 사실무근이며, 이같은 유언비어에 강경 대응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런 정교한 세계관 놀이에 젊은 세대들이 환호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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