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전기차에 44조원 푼 4대 기업..미국과 '윈윈' 전략

조미덥 기자 2021. 5. 2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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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투자 기업인들에게 박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에 대해 “고맙다”고 말한 뒤 박수를 요청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오른쪽부터) 등 회견에 참석한 한국 기업 대표들이 일어서서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워싱턴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자국 내 공급망 만들려는 미국과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삼성, 파운드리에 20조…SK, 실리콘밸리에 R&D 센터
현대차·LG에너지·SK이노, 전기차·배터리 23조 투자

국내 4대 그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약 44조원(394억달러)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전략 산업에서 중국에 맞서 자국 내 공급망을 만들려는 미국의 요구와 미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한국 대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큰 규모의 투자는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달러(약 19조100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계획은 암암리에 알려져왔지만 회사 대표이사인 김기남 부회장이 이날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언급하면서 공식화됐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열린 백악관 회의에 이어 지난 20일 미국 상무부 회의에도 초대되는 등 지속적으로 미국 측의 투자 압박을 받아왔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미국의 요청에 화답하면서 애플, 퀄컴, AMD 등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몰린 미국에 최첨단 생산시설을 구축한다는 의미가 있다.

업계에선 경쟁사인 대만 TSMC와 인텔이 이미 미국 내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나선 상황이어서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 투자를 더 이상 늦추긴 어려웠다는 분석이 많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에 AP(두뇌에 해당하는 시스템반도체)가 많이 들어갈 텐데, 미국에 그 기술과 시장이 모여 있다”며 “삼성전자가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최근 인텔의 낸드사업 부문 인수로 메모리반도체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계획하고 있는 미국 투자액도 140억달러(약 15조7000억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GM과 테네시주에 2조7000억원 규모(LG 투자금 1조원)의 전기차 배터리 제2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했고, 이와 별도로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을 투자해 2곳의 독자 배터리 공장을 지으려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일 미국 포드와 총 6조원 규모의 합작사(SK 투자금 3조원) 설립 계획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3조원을 투자해 1·2공장을 지어 일부 가동 중인데, 3·4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다.

양사가 미국 완성차 업체 1·2위인 GM, 포드와 각각 손잡으면서 향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사 CATL 등과 각축을 벌이고 있는 ‘K배터리’(한국 배터리 산업) 기업들로서는 미국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은 글로벌 3대 자동차 시장(미국·유럽·중국) 가운데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낮아 성장성이 큰 데다 조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 가속화로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40%의 초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현대자동차도 2025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생산설비와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수소 사업 등에 총 74억달러(약 8조1000억원)를 투입해 미국 전기차 시장 확보와 기술 선점에 나서기로 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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