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내집 못 구할까봐"..눈물 머금고 악성 미분양 아파트도 산다
준공후 미분양 3년5개월來 바닥
11년간 안 팔린 아파트도 동나
과거 분양가로 매수, 차익 기대도
이달 전국 입주 3년 평균치 60%로
1년새 수도권 미분양도 속속 소진
경기 일산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A씨(46) 부부는 결혼 후 9년간 오피스텔에 전세로 거주하면서 꾸준히 청약 당첨 기회를 엿봤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이번에는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부풀기도 했다. 하지만 청약은 넣는 족족 떨어지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임대차법 시행 이후에는 전셋값도 치솟았다. 이를 견디지 못한 A씨는 지난해 말 일산 주변 미분양 단지 한 곳을 계약했다. A씨는 "원하던 지역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매수하지 않았더라면 영영 한국에서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 뻔했다"고 말했다.
A씨처럼 급등한 집값과 전세난, 내 집 마련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등 떠밀려 '악성 미분양 물건'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건물이 완공되고 나서도 주인을 찾지 못해 공실인 물건이다.
23일 KB경영연구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9965가구로 2017년 10월(9952가구) 이후 3년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1년 새 전국에서 6684가구(40.1%)가 줄어든 수치다. 경기(1650가구), 인천(288가구) 등 수도권에서만 1년 새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2000가구가량 감소했다.
장기 미분양으로 고생하던 대형 단지들도 빠르게 물량을 소진하고 있다.
2009년 분양 이후 11년째 미분양 상태던 경기도 고양시 두산위브더제니스가 작년 말 미분양 물량을 모두 털었다. 두산건설 부실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던 이 단지는 아파트 최초로 홈쇼핑에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10년 가까이 미분양 물량이 남았던 용인시 수지구 성복 힐스테이트&자이 역시 최근 미분양 물량을 모두 소진했다.
전문가들은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와 함께 청약 경쟁률이 치솟자 사실상 분양 당첨이 어려운 수요자들이 미분양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분양 아파트 선호 분위기와 저금리 유동성이 만나 당분간은 미분양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단지는 차익에 대한 기대심리로, 그렇지 않은 비규제 지역은 분양가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보다 저렴한 가격에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미분양 아파트는 최초 분양가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집값이 크게 급등한 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것도 당분간 미분양 아파트 소진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입주량 감소는 전셋값과 집값 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전국 42개 아파트 단지에서 총 1만8767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최근 3년 월평균 입주 물량 3만1382가구의 59.8% 수준이다. 서울의 5월 입주 물량은 '0'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서울의 월별 아파트 입주 물량이 한 채도 없는 건 2014년 7월 이후 6년9개월 만에 처음이다.
KB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입주 물량이 줄어들어 신축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이 높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새집에 살고 싶다는 수요자들의 갈망이 미분양 아파트로 옮겨 붙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만큼 미분양 아파트 잔고 소진은 시장의 공급 갈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입주 물량이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 입주 물량이 당분간 평소보다 적은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아파트값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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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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