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퇴직연금 수익률 제자리..수수료만 '또박또박'
수수료는 5800억서 9000억 '껑충'
수수료수입 상위 10곳 살펴보니
원금보장상품 위주 은행 7곳
수익형 상품 중심 증권사는 1곳뿐
2030년 적립금 700조 전망속
"사업자들만 안정적 수익" 지적

윤석명 한국연금학회장은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대부분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운용돼 국제적으로 봤을 때 수익률이 높지 않다"며 "그럼에도 금융회사들은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퇴직연금 기본 수수료 수입 규모가 가장 큰 곳은 A은행이다. A은행은 이 기간 수수료 수입 4400억원을 올렸다. 2위는 B생명으로 4300억원대 수입을 거뒀다. 3위 역시 C은행으로 5년간 수수료 수입 규모는 4000억원에 이른다. 5년간 수수료 수입이 많은 상위 10곳을 살펴보면 은행 7곳, 보험 2곳, 증권 1곳 등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지난해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2.26%로 전체 평균인 2.58%에 미치지 못한다. 90.1%를 원리금 보장 상품과 현금 등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 문제는 이달 초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열린 비공개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소위원장으로 간담회를 주최한 안 의원은 이 자리에서 "퇴직연금이 국민 노후자산 형성이라는 원래 취지보다 금융업계 배만 불려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 지적에 일부 참석자는 퇴직연금 규모가 늘어나면서 수수료 수입이 증가했다며 개선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이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해 적정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유치와 관리·운용을 위한 시스템 구축 비용, 전담인력 인건비 등 금융사 원가를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문제는 금융사들이 가입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동안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에 원리금 보장 상품을 넣게 되면 지금 제도를 되풀이하게 되는 셈"이라며 "2030년이면 퇴직연금이 7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는데 일부 금융사는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두려고 하는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일부 일어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초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 부과하는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모두 면제하는 다이렉트IRP를 선보였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17일 다이렉트IRP 계좌 운용·자산관리 수수료 제로를 선언했다.
한편 퇴직연금 수수료가 실제로 많은 부분 기업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은 모든 수수료를 기업이 부담한다. 전체 퇴직연금 255조5000억원 중 DB형은 154조원으로 60%를 차지한다. 확정기여(DC)형도 납입분에 대해서는 기업이 수수료를 낸다. IRP 계좌에 퇴직금을 받거나 추가로 납입하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가입자가 수수료를 부담한다. 대략 전체 수수료 중 70~80%는 기업이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43개 사업자가 1년에 1조원의 수수료를 받는 게 많은지 적은지는 원가 등을 고려해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기업이 상당 부분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현실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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