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총 2100억 김치코인..자본금 800원 페이퍼컴퍼니가 만들었다
2017년 국내 ICO 전면금지 이후
국내 회사들 싱가포르·스위스에
해외법인 만들고 가상화폐 발행
외국서 발행된 코인 문제 생겨도
국내 모회사에 법적책임 못묻고
해외법인 소송내도 보상 힘들어
◆ 코인투기 경고등 ◆

국내에서 주로 거래되는 가상화폐인 김치코인 중 상당수가 해외 '페이퍼컴퍼니'에서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국내 'ICO(가상화폐 공개)'를 전면 금지했지만 가상화폐를 국내에서 유통할 목적으로 각종 기업이 싱가포르 등 외국에서 코인을 발행해 국내로 들여와 정부 규제가 무색해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가상화폐를 발행·판매하고 있지만, 발행사는 정작 국내 법망을 피해가는 형국이다.
23일 매일경제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상장돼 있는 국내 코인 중 싱가포르에서 발행된 캐리프로토콜, 보라, 엠블 등의 재단 현황을 확인해보니 3개 코인 발행사 모두 자본금이 1000만원 미만에 임원이 3명 내외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2019년 '해외 ICO 실태조사' 당시 자본금이 1000만원 미만이고 임직원이 3명 내외인 법인을 페이퍼컴퍼니로 규정한 바 있다.
싱가포르기업청(ACRA)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시가총액 7771억원인 캐리프로토콜을 발행한 캐리테크 자본금은 2달러(약 2255원), 임원은 4명이다. 시총 2103억원인 보라를 발행한 보라네트워크 자본금은 1싱가포르달러(약 847원), 역시 임원은 4명이다.
시총 1794억원인 앰블 재단(MVL FOUNDATION) 자본금은 1000싱가포르달러(약 85만원), 임원은 3명이다. 다만 엠블 재단은 직원 20명이 근무하는 회사라 페이퍼컴퍼니로 보기 어렵다. 사업은 싱가포르 모회사인 엠블랩스가 주도한다. 지난달 20일 상장 당일 30분 만에 1000배 폭등했다가 급락한 아로와나토큰 발행사인 아로와나테크 자본금도 1만싱가포르달러(약 847만원)에 불과하다. 이 밖에 지난 21일 한때 359% 급등했던 센티넬프로토콜은 자본금이 10만싱가포르달러(약 8476만원), 시총만 4조원을 훌쩍 넘는 인기 코인인 클레이튼은 10만달러(약 1억1275만원)로 파악됐다.
유명 국내 코인을 발행한 업체가 대부분 페이퍼컴퍼니인 것은 정부가 2017년 가이드라인으로 ICO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회사들은 정부 감시를 피해 싱가포르, 버진아일랜드, 스위스 등 해외에 법인을 만들어 가상화폐를 발행한다. 프로젝트 개발과 홍보 등은 국내 기업이 담당한다. 무늬만 '해외 ICO'일 뿐 가상화폐 발행 주체는 물론 투자자들도 대부분 한국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가상화폐 발행 업체가 해외 페이퍼컴퍼니이고 제도권 밖에 있어 문제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가 보호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가 해외 ICO 실태조사 때 지적했듯이 투자자는 가상화폐 발행사와 개발사 등을 구분하기 어렵다. 각 회사의 사업 내용과 재무제표도 제대로 공개돼 있지 않다. 가상화폐 사업 계획이 담긴 백서에도 대부분 두루뭉술한 내용만 담겨 있다. 가상화폐를 발행·판매해 모은 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도 투자자들은 확인할 길이 없다.
가상화폐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투자자들은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직접 소송을 내야 한다. 국내에 있는 모회사는 기술 개발을 하는 사실상 '용역회사'에 불과해 법적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대표변호사는 "투자자들이 해외 법인을 대상으로 소송을 내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설사 이기더라도 돈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9년 ICO 실태조사까지 했던 정부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지금 가상화폐 시장은 불법도 아니고 합법도 아닌 상황"이라며 "우선 가상화폐 산업을 인정해야 투자자 보호책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재단 자본금을 확인하긴 어렵지만 시총 7428억원인 아이콘은 스위스에서, 시총 1749억원인 메디블록은 지브롤터, 시총 1249억원인 메타디움은 케이맨제도에서 각각 발행됐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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