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 앞에 무릎 꿇은 文.. 美 "천 마디 말보다 더 가치"

김태훈 2021. 5. 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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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올해 94세의 6·25전쟁 참전용사 앞에 무릎을 꿇었다.

미국 외교가에선 "(두 정상이 나란히 무릎을 꿇은) 한 장의 사진이 천 마디 말보다 더 낫다"며 극찬하는 분위기다.

한·미 양국에선 6·25전쟁 참전 노병 앞에 무릎을 꿇은 문 대통령,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이 3년 전 해리스 당시 대사가 백선엽 장군 앞에 무릎을 꿇은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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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명예훈장 수훈자와 기념촬영 때 무릎 꿇어
주한 美 대사대리, SNS에 사진 올리며 "천 마디 말보다
사진 한 장이 더 가치.. 우리 동맹 더 강력하게 만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6·25전쟁 영웅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 가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올해 94세의 6·25전쟁 참전용사 앞에 무릎을 꿇었다. 미국 외교가에선 “(두 정상이 나란히 무릎을 꿇은) 한 장의 사진이 천 마디 말보다 더 낫다”며 극찬하는 분위기다. 6·25전쟁의 영웅 고(故) 백선엽 장군이 살아 있을 당시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가 그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을 연상시킨다는 반응도 있다.

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개시 직전에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 바이든 대통령과 참석했다. 명예훈장은 이름 그대로 미국에서 군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에 해당한다. 미 육사(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1950년 중위 계급장을 단 채 6·25전쟁에 참전한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이 수훈자였다.

퍼켓 대령은 1950년 11월 25일 미군과 갓 압록강을 넘어 참전한 중공군이 평안북도 운산 청천강 일대에서 격돌한 전투에서 용맹을 떨쳤다. 당시 병력에서 10대1로 우세한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밀린 미군은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중공군 수류탄에 크게 다친 퍼켓은 “내가 남아 부대의 안전한 철수를 돕겠다”며 끝까지 버티다가 마지막 순간에야 구조돼 이후 치료를 위해 후송됐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6·25전쟁 참전용사이자 명예훈장 수훈자인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과 포옹하는 모습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미국 역사상 명예훈장 수여식에 외국 국가원수가 참석한 건 이번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퍼켓 대령을 ‘영웅’이라고 부르며 “한국의 평화와 자유를 함께 지켜준 미국 참전용사의 힘으로 한국은 폐허에서 다시 일어나 번영을 이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영웅들의 피로 맺어진 한·미 동맹은 한반도를 넘어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이 됐다”고 덧붙였다.

훈장 수여 후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퍼켓 대령 및 그 가족과 기념촬영을 했다. 이때 문 대통령이 의자에 앉은 퍼킷 대령 오른쪽에, 바이든 대통령은 왼쪽에 각각 자리를 잡고 나란히 무릎을 꿇었다. 두 정상이 90대 노병에 대한 존경심, 그리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향한 의지를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이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극찬했다. 깊은 감동을 받은 듯 그는 “천 마디 말보다 사진 한 장이 더 가치가 있고 바로 이것이 우리의 굳은 동맹을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적었다. 올해 1월 20일 미국 정권교체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해리 해리스 대사가 본국으로 돌아간 뒤 대사관의 차석이던 랩슨 공사참사관이 현재 대사대리로서 국내에서 미국을 대표하고 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오른쪽)가 2018년 11월 21일 휠체어를 탄 생전의 백선엽 장군 앞에 무릎을 꿇고 인사하는 모습. 뉴시스
한·미 양국에선 6·25전쟁 참전 노병 앞에 무릎을 꿇은 문 대통령,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이 3년 전 해리스 당시 대사가 백선엽 장군 앞에 무릎을 꿇은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해리스 대사는 한국 부임 직후인 11월 21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백 장군의 99번째 생일 잔치에 참석했다. 본인도 미 해군에서 4성제독까지 지낸 군인 출신인 해리스 대사는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있는 백 장군 앞에 서슴없이 무릎을 꿇었다. 6·25전쟁 초반 한·미 양국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백 장군은 한국 육군 제1사단을 이끌고 다부동 전투에서 북괴군을 섬멸함으로써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냄은 물론 장차 반격의 토대를 마련해 ‘6·25전쟁의 영웅’으로 꼽힌다.

지난해 7월 백 장군이 101세를 일기로 타계했을 때 해리스 대사는 직접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한국의 최초 4성장군이자 지도자, 애국자, 전사, 정치인인 백 장군은 현재의 한·미동맹 틀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당시 해리스 대사는 SNS에 자신이 백 장군 앞에 무릎 꿇은 사진을 게재함으로써 깊은 존경심을 드러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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