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사의 가치

한겨레 2021. 5. 2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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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의 음악이 '음악적으로' 훌륭하다는 것은 초기부터 인정되었다.

그들이 아직 10대들의 밴드로 여겨지던 1963년, 보수적인 일간지 <더 타임스> 의 음악평론가는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를 '올해의 걸출한 영국 작곡가'로 꼽은 뒤, 그들의 우수성을 '온음계' '하중음' 등 전문 용어로 분석한 기사를 썼다.

그들과 음악평론가는 사람들 보는 앞에서 만나야 했을 테고, 서로 '음악'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으며 터지는 플래시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등 전혀 불필요한 장면이 연출되어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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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

[크리틱] 김영준ㅣ열린책들 편집이사

비틀스의 음악이 ‘음악적으로’ 훌륭하다는 것은 초기부터 인정되었다. 그들이 아직 10대들의 밴드로 여겨지던 1963년, 보수적인 일간지 <더 타임스>의 음악평론가는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를 ‘올해의 걸출한 영국 작곡가’로 꼽은 뒤, 그들의 우수성을 ‘온음계’ ‘하중음’ 등 전문 용어로 분석한 기사를 썼다. 이 기사는 비상한 관심을 끌어, 기자들은 마침내 레넌과 매카트니에게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기에 이르렀다.

대답을 듣기 전에 잠시 비틀스의 현재 위상을 짚어보자. 작년 미국 통계에 의하면 100만장의 앨범 판매(디지털 판매를 보정한)를 달성한 팝 아티스트는 단둘이다. 하나는 한국의 방탄소년단(BTS)이고, 또 하나는 50년 전에 해산한 비틀스다. 20세기 클래식 음반 업계를 총정리한 책에서 노먼 레브레히트는 비틀스 음반 매출은 간단히 전체 클래식 음반 매출의 총합과 같다고 썼다. 지금 클래식 공연장에서 앙코르 곡으로 비틀스 노래가 연주된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달 카스트로 형제에 이어 권좌에 오른 쿠바 지도자의 첫 메시지는 자신이 비틀스의 팬이라는 것이었다.

그날의 회견장으로 돌아가서, 레넌과 매카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봤어요. 하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우리는 지식인이 아니니까요.” 비틀스는 음악뿐 아니라 인터뷰에도 천재였다고 하는데, 사실 이보다 좋은 대답은 상상하기 어렵다. 만일 그들이 감사하다든지, 그 기사가 흥미로웠다든지,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고 해보자. 그들과 음악평론가는 사람들 보는 앞에서 만나야 했을 테고, 서로 ‘음악’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으며 터지는 플래시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등 전혀 불필요한 장면이 연출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 건 비틀스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 평론가의 생각은 모르지만, 그도 나중엔 이런 마무리를 다행으로 여겼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에는 이런 불필요한 일들이 꼭 발생한다. 2016년 노벨 문학상을 둘러싼 소동도 그중의 하나다. 그해 수상자는 미국 가수 밥 딜런이었는데, 핵심은 팝 음악 가사의 문학성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 인정한다는 데 있었다. 예상 밖의 결정을 한 스웨덴 아카데미는 칭찬받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문제는 딜런이 협조했을 때만 원하는 그림이 된다는 건데, 딜런은 1주가 넘게 전화도 받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단지 공연 중 ‘왜 나를 바꾸려 드나’라는 노래를 불렀을 뿐이다. 당황한 스웨덴 아카데미 인사가 “무례하다”고 말한 것이 보도되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낯간지러운 찬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사람들이 내뱉는 난폭한 말들을 잘 안다. 그렇지만 수상자가 저런 소리를 들은 경우가 또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딜런은 문학과 그 상에 대한 존중 때문에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망설인 것 같다. “왜 나를 바꾸려 드나”는 “나를 광대처럼 이용하지 말라”는 말의 순화된 표현이었겠지만, 결국 상황은 딜런이 양보(상을 수락)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참사의 원인을 그가 제공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말하는 데 한푼도 들지 않은 당신의 찬사가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는 먼저 생각해보시죠.” 18세기 영국 문인 새뮤얼 존슨 박사가 한 말이다. 여기서 핵심은 칭찬이 모두 무가치하냐 아니냐가 아니고, 칭찬을 말한 쪽이 빠지는 고유의 착각이다. 그는 원가(=제로)와 무관하게 자신의 칭찬이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가치가 있기 때문에 받은 쪽이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수표라도 써준 것처럼 말이다. 사실 노벨상은 공짜가 아니기 때문에 수상자가 예를 표하는 건 당연한 일로 여겨졌을 수도 있다. 딜런은 나중에 상금은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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