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가 어머니 죽음으로 몰았다"..분노한 윌리엄·해리 형제
영국의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가 영국의 공영방송 BBC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BBC 직원에게 속아 ’1995년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기 때문이다.
1995년 방영된 문제의 인터뷰에서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찰스 왕세자와의 결혼 생활은 (그의 내연녀인 카밀라 파커 볼스를 포함해) 항상 3명이 함께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도 승마 교관인 제임스 휴잇과 혼외 정사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폭식증과 우울증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 인터뷰는 당시 5800만 영국 인구 중 약 2300만명이 생방송으로 시청했을 만큼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왕실과 사전 상의없이 인터뷰에 나갔던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이듬해 찰스 왕세자와 이혼을 했고, 1997년 8월 파파라치를 피하려다 교통사고로 숨졌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남동생인 얼 스펜서 백작이 “다이애나가 인터뷰에 응한 것은 마틴 바시르 BBC 기자가 위조된 가짜 은행 내역서를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가짜 은행 내역서가 아니었다면 다이애나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는 20일(현지시간) 각기 성명을 내고 BBC를 비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 통신,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이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윌리엄 왕세손은 “기만적인 인터뷰 방식이 어머니 발언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본다”며 “해당 인터뷰는 부모님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이었고 수많은 이들을 아프게 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BBC의 잘못이 어머니의 두려움과 편집증, 고립에 주요 원인이 됐다는 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슬프다”면서 “BBC가 제대로 조사했다면 어머니도 자신이 속았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슬프다”고 덧붙였다. 어머니의 인터뷰가 담긴 파노라마 프로그램이 다시 방영돼서는 안된다고도 주장했다.
해리 왕자는 형보다 더 강한 어조로 BBC를 비판했다.
그는 “악용의 악습과 비윤리적 관행의 파급효과가 결국 어머니 목숨을 앗아간 것”이라며 “이러한 관행이 더 심해져 여전히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비윤리적 관행 때문에) 목숨을 잃었지만 바뀐 것이 없다”며 “우리는 어머니의 유산을 보호함으로써 모두를 지키고 어머니의 삶과 함께한 존엄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BBC는 다이애나빈 인터뷰 성사 배경을 두고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지난해 대법관을 지낸 존 다이슨 경에게 독립적인 조사를 의뢰했다. 다이슨 경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BBC 직원 마틴 바시르가 다이애나빈 동생 찰스 스펜서 백작에게 위조된 은행서류를 제시하며 왕실 직원들이 돈을 받고 다이애나빈 정보를 흘렸다고 말하는 등 거짓말로 인터뷰를 주선하도록 만들었다는 스펜서 백작의 주장을 인정했다.
바시르에게 잘못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던 BBC의 1996년 조사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건 없이 사과했다.
앞서 영국 방송 채널4는 바시르 기자가 “왕실과 MI5(영국 정보기관)이 당신의 사생활을 알기 위해 돈을 쓰고 있다”면서, 다이애나 왕세자비에게 궁정비서와 찰스 왕세자 비서의 계좌에 의문의 거액이 입금된 것처럼 위조한 입출금 계좌 서류를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채널4의 보도에도 BBC가 “입출금 내역을 조작한 것은 맞지만 인터뷰 성사여부와는 무관하다”며 소극적인 대응을 하자, 스펜서 백작까지 나서게 된 것.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BBC는 독립 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장을 맡은 전직 판사 존 데이슨은 6개월간의 조사 끝에 보고서를 내고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BBC 회장인 리처드 샤프는 “보고서의 조사 결과를 전적으로 받아들인다”면서 “BBC는 용납되기 어려운 잘못을 저질렀다. 우리는 이 역사적 진실을 피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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