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신장위구르 ‘인권외교' 꺼내자... 中 “무식한 용기”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1. 5. 2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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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슈가르의 이슬람 사원 앞으로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 소수민족의 인권 문제가 미·중 대결의 장(場)이 되고 있다.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족, 카자흐족의 중국 내 처우 논란은 미·중 사이의 해묵은 이슈다. 하지만 ‘인권 외교’를 전면에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미 의회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신장을 국제 문제로 부각시키고 있고, 중국은 “서방의 정치적 음해”라며 강력 대응을 예고,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6월 영국 G7(주요 7국) 정상회의에서도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18일(현지 시각) 신장 인권 문제를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거부)’을 제안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무식한 용기”라고 맹비난했고, 애국주의 성향의 중국 환구시보는 19일 자 사설에서 펠로시 의장에 대해 “노망이 들었다”고 했다.

신장의 주력 생산품인 면화를 둘러싼 미·중 간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미 정부와 의회는 현재 모든 신장산(産) 상품이 위구르족의 강제 노동으로 생산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 정부는 지난 1월 신장산 면화, 토마토 가공품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신장은 중국 내 최대 면화 생산지이며, 미국은 지난해 12조원 상당의 중국산 면화를 수입했다. 신장에 대한 경제 제재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에서 본격화됐지만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신장 정책이 소수민족에 대한 ‘집단 학살’이라는 전임 정부의 입장을 이어받아 경제 제재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관여했다며 안면 인식 업체인 하이크비전 등 중국 첨단 기업들도 제재하고 있다.

신장 문제는 국제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웨덴 H&M, 미국 나이키 등 대형 의류업체는 “신장산 면화를 쓰고 있지 않고 있다”고 했다가 중국 정부 비난과 네티즌의 구매 거부에 시달렸다. 이와는 반대로 일본 패션업체 유니클로는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는 처지가 됐다. 20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국 세관이 올 초 유니클로 남성용 셔츠가 신장산 면화 수입 금지를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수입 통관을 막고 제품을 압류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신장 인권 우려는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3월 한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휠라, 헤지스, LG, LG디스플레이, 삼성 등 한국 기업을 언급하며 “신장 지역을 포함한 중국 내 공급망을 통해 인권침해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당국에 관련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 휠라와 해지스는 면화를 원료로 쓰는 의류 기업이고, 삼성과 LG는 중국 내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권침해에 책임이 있는 중국 기업으로부터 제품, 서비스를 제공받았을 수 있다는 취지다.

G7 국가 외교장관들이 지난 4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의 개막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가 신장 문제를 미·중 관계를 넘어 국제 문제화(化)하는 것도 전과 다른 점이다. 미국은 3월 유럽연합(EU)이 인권 탄압에 관여했다며 신장 공안(公安) 고위 관리들을 제재하자 ‘연대 제재'에 나섰다. 이달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G7 외교장관 회담 공동성명에도 신장 문제에 대한 우려를 포함시켰다. 다음 달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도 신장 인권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회의에는 G7 회원국 정상 이외에 한국, 인도,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이 참석한다.

신장 문제가 커지자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신장에는 소위 강제 노동은 없고 자율적 취업과 직업 선택만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최근 부각되고 있는 신장 문제가 내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우려하고 있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수함에 따라 이슬람 극단 세력의 영향력이 인접한 신장 지역으로 확대되고, 반중(反中) 시위나 올림픽을 겨냥한 테러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중국 당국이 미국의 신장 인권 문제 제기를 “중국 발전을 막으려는 사악한 음모”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이런 불안한 정세와 함께 국제 여론이 신장 내 반중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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