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규원 수사' 공수처 때리는 여권, 자가당착 아닌가

2021. 5. 2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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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검사 1호 수사'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규원 검사 사건으로 정해지자 여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그제 페이스북에 "이 검사가 공수처 수사대상 1호 검사가 됐다니 또 한 번 기가 찬다"며 "부패와 제 식구 감싸기 때문에 만든 공수처인데 수사대상 1호 검사가 부패 검사가 아닌, 축소은폐 수사를 조사한 이 검사가 되다니 이 무슨 희한한 아이러니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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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검사 1호 수사’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규원 검사 사건으로 정해지자 여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그제 페이스북에 “이 검사가 공수처 수사대상 1호 검사가 됐다니 또 한 번 기가 찬다”며 “부패와 제 식구 감싸기 때문에 만든 공수처인데 수사대상 1호 검사가 부패 검사가 아닌, 축소은폐 수사를 조사한 이 검사가 되다니 이 무슨 희한한 아이러니냐”고 밝혔다. 전직 법무장관이 대놓고 공수처의 결정을 조롱한 것 아닌가. 공수처를 ‘정권 호위처’로 여기는 여권의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수처 출범 후 처음 사건번호를 부여한 ‘1호 사건’으로 진보진영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이 정해졌을 때도 여권은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나 말할 법한 일”이라며 “엉뚱한 1호 사건 수사로 공수처의 존재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러려고 공수처 만들었나 자괴감이…”라고 했다.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공수처를 바로잡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 온갖 무리수를 두면서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인 여권이 공수처 수사에 불만을 쏟아내는 건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여권 인사들이 너나없이 공수처를 겨냥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 친정부 성향 인사를 수사하는 데 대한 반발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압력행사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이 이런 노골적인 행태를 계속한다면 공수처가 앞으로 어떤 사건을 수사할 때마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휩싸일 것이다. 검찰개혁의 상징이라던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여권이 스스로 훼손하는 게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수처는 설립이 추진될 때부터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여권 관련 범죄는 기피하고 정치적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옥상옥’ 권력기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이번처럼 여권 비리를 먼저 수사하는 게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을 늘어놓을 거라면 차라리 공수처를 해체하는 게 낫다.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공수처의 칼날이 어디를 향하든 사회 혼란만 부추길 것이다. 공수처는 조직의 사활을 건다는 각오로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수사 성과로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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