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유태영 2021. 5. 2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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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바이러스와의 동거가 익숙해진 걸까.

한 해 동안 억눌렸던 분쟁의 불씨가 올해 들어 활활 타오르는 느낌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탓에 학교가 문을 닫은 것을 슬퍼하면서 오히려 더 열심히 공부해 의사의 꿈을 키워가던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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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미증유의 감염병은 경제활동뿐 아니라 외교와 적대행위도 위축시켰다.

바이러스와의 동거가 익숙해진 걸까. 한 해 동안 억눌렸던 분쟁의 불씨가 올해 들어 활활 타오르는 느낌이다. 특히 가슴 아픈 것은, 도처에서 빗발치는 총성과 포화 속에 죄 없는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태영 국제부 차장
먼저 아프가니스탄. 미국이 직접 개입했던 최장기 전쟁에서 드디어 발을 빼려고 하는 순간 테러가 기승을 부린다. 지난 8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서부에서 일어난 차량폭탄 테러는 여학생을 표적으로 삼은 정황이 확연하다. 사건은 여학생들이 하교하는 시점에 맞춰 학교 앞에서 발생했다. 희생자 대부분은 13~17세 여학생이었다. 중상자가 워낙 많았던 탓에 사망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 18일 현재 최소 85명이 됐다.

열네 살 소녀 바스굴의 삶도 이날로 허망하게 무너졌다. 지난해 코로나19 탓에 학교가 문을 닫은 것을 슬퍼하면서 오히려 더 열심히 공부해 의사의 꿈을 키워가던 그였다. 바스굴의 모친은 영국 BBC방송에 나와 “돌로 만든 심장이라도 녹아내렸을 것”이라며 어린 혈육을 떠나보낸 심정을 토로했다.

앞서 지난 2월1일에는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군부는 총탄을 쏘며 강경 진압했다.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으로 시민 802명이 숨졌다. 이 숫자 안에는 아빠 무릎 위에 앉아 있다 총에 맞은 일곱살배기 소녀의 목숨도 포함돼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시위 주도자의 집을 수색하던 군경은 생후 20일 된 아기까지 인질로 데려갔다.

테러집단과 군부가 아직 어린아이들까지 희생양으로 삼는 이유는 자명하다. 공포감을 스멀스멀 확산시켜 저항의지를 분쇄하기 위해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충돌은 더욱 심각하다. 열흘 넘게 지속된 양측 공격의 표적은 군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있다. AP통신 등 언론사들이 입주한 가자지구 건물이 폭격을 맞는가 하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로켓포탄이 이스라엘의 학교에 떨어지기도 했다. 미리 대피령이 내려지지 않았더라면 대형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아찔한 장면이었다.

팔레스타인 WAFA통신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14세 소년 함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함자는 2009년 공습(가자 전쟁) 때 동생을 잃었다. 2012년 공습에서는 형이 숨졌다. 2014년 ‘50일 전쟁’은 함자의 아버지마저 앗아갔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어머니에게 의지하던 함자는 이번 공습으로 어머니마저 잃고 나자 지난 15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이스라엘은 압도적 화력으로 무차별 폭격을 퍼붓는다. 이번에 숨진 팔레스타인 측 희생자 227명 중에 어린이가 64명이나 포함돼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삼고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말마따나 이스라엘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민간인, 특히 어린이를 보호하는 데 더 큰 책임을 가져야 한다. 절제력을 잃은 모습은 테러집단이나 권력을 찬탈한 군부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유태영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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