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트리플 1000조 부채' 시한폭탄

남상훈 2021. 5. 2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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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국가 채무 동시다발 급증
금리·인플레 불안.. 관리 대책 절실

가계대출 및 판매신용, 즉 외상으로 빌린 돈의 합, 즉 가계신용이 올해에 1900조원, 내년에 2000조원을 돌파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 중 은행권에서 빌린 가계신용만 이미 1000조원을 넘겼고 기업부채도 1000조원을 넘겼으며 국가채무도 조만간 1000조원에 도달할 것이 확실하니 소위 ‘트리플 1000조원 부채시대’가 온 것이다.

문제는 증가 속도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가계신용의 연평균 증가율은 7.5%였는데 같은 기간 연평균 명목 경제성장률 3.1%의 두 배보다도 더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명목 경제성장률이 0.3%에 불과했는데 가계신용 증가율은 7.8%였으므로 거의 26배나 빠른 셈이다. 가계신용의 약 95%는 가계대출이고 판매신용은 5%에 불과하다. 따라서 신용카드 사용과 같은 판매신용의 급격한 증가보다 가계대출 증가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경제학
가계대출의 약 56%는 주택담보대출이고 44%는 기타대출이다. 기타대출은 주택구매를 위한 대출이 아닌 모든 가계대출을 말하는 것으로, 대부분 중소자영업자의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가계대출이 급증한 까닭은 약 절반은 주택자금대출 수요 때문이고, 다른 절반은 불경기와 코로나에 따른 사업자금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급등한 주택담보대출 자금 수요에다가 장기간 지속하는 불황에 따른 중소자영업자의 영업자금 및 생활자금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이 가계대출 급증의 배경에 깔려 있다.

기업부채가 급등한 것도 투자 확대를 위한 대출이 아니라 영업 부진에 따른 영업자금대출 증가가 주된 원인이다. 정부채무가 늘어난 것은 소득주도성장 기조하에 재정확장정책을 펼친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긴급지원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주택가격 급등, 지속하는 불경기, 과도한 정부의 재정확장정책이 트리플 1000조원 부채의 근본 배경인 셈이다.

트리플 1000조원 부채시대의 위험은 금리상승으로부터 촉발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대표부가 세계적인 총체적 부채급등 현상을 지적하면서 부채비율이 높은 국가나 기업의 대규모 부도(디폴트) 가능성을 지적했지만 그 이전에도 가계부채, 기업부채 및 국가채무의 동시다발적 급증에 대해서는 여러 번 여러 곳에서 경고음이 울렸었다. 시장금리가 1%만 상승해도 가계·기업·정부의 이자부담은 30조원이 늘어난다. 정부의 이자부담은 늘어나더라도 국채를 조금 더 발행하면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가계의 경우 약 12조원, 자영업자는 5조2000억원 늘어나는 이자부담은 심각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하위 30% 저소득층과 좀비기업의 이자부담 증가는 그대로 채권 은행권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가 있다.

최근 국내 시장금리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신규 취급액에 대한 예금은행 대출금리는 전월 대비 0.03%포인트 오른 2.77%였고 신용대출금리는 전월 대비 0.09%포인트 오른 3.7%로 2020년 2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한 달 동안 0.07%포인트가 올라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발표한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연 4.2%가 넘으면서 글로벌 양적 축소 및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미국 연준은 일시적인 공급 애로 문제와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깎아내렸지만 시장의 인플레 불안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연준이 다짐한 장기목표 물가 2%가 허물어지는 순간 시장금리는 물론 연준 기준금리는 급등할 것임이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국내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국내자금 시장에서의 금리상승은 불가피해진다.

가계부채나 기업부채나 정부채무를 당장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절대로’ 없다. 2014년과 2015년 박근혜정부는 가계와 기업부채가 늘어나는 더블 부채를 관리하지 못했는데 2020년 문재인정부는 그 위에 정부채무가 늘어나는 트리플 부채를 막지 못하고 말았다. 인플레가 오지 않기를 기원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묘책이 없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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